KIA가 3경기 연속 무시무시한 화력쇼를 펼치며 5위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김기태 감독이 이끄는 KIA타이거즈는 14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LG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14안타를 터트리며 14-8로 승리했다. 최근 3경기에서 53득점을 폭발시키며 불방망이를 뽐내고 있는 KIA는 LG와의 승차를 반 경기로 줄이며 5위 싸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51승57패).

선발 임기영이 5이닝6실점으로 흔들렸음에도 타선의 든든한 지원으로 시즌 7승째를 챙겼고 최형우와 로저 버나디나 등 주전 5명의 선수가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KIA에서는 올해로 프로 19년 차를 맞는 베테랑 김주찬이 이날 두 가지 특별한 경험을 했다. 바로 프로 데뷔 후 첫 만루홈런과 함께 개인 통산 한 경기 최다 타점 기록(7점)을 세운 것이다.

 17일 복귀전에서 결승타를 터뜨리며 팀 연패를 끊은 KIA 김주찬

KIA 김주찬 ⓒ KIA 타이거즈


KBO리그 대표하던 준족, KIA 이적 후 중장거리포 변신

김주찬은 롯데 시절 7년 연속 20도루와 5번이나 도루 5위 안에 포함될 정도로 KBO리그를 대표하는 준족으로 유명했다. 특히 2010년에는 65도루로 이대형(KT 위즈)과 치열한 도루왕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2013 시즌을 앞두고 KIA가 50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김주찬을 영입한 이유도 이용규(한화 이글스)와 함께 리그 최고의 테이블 세터를 구성하기 위함이었다(하지만 이용규는 야속하게도 1년 후 테이블세터 파트너를 정근우로 바꿨다).

하지만 롯데에서 활약하던 마지막 7년 중 6번이나 시즌 100경기 이상 출전하는 강철체력을 자랑하던 김주찬은 KIA 이적 후 부상을 달고 사는 '유리몸'이 되고 말았다. 김주찬은 2013년 시즌 개막 4경기 만에 유창식이 던진 공에 맞고 손목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결국 김주찬은 FA 계약 첫 시즌부터 81경기에 결장하며 '모범FA'가 되기는커녕 FA자격일수조차 채우지 못했다.

김주찬은 2014년 100경기에 출전해 타율 .346 9홈런46타점22도루72득점을 기록하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하지만 팬들에게는 .350에 달하는 높은 타율보다는 롯데 시절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 도루와 여전히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김주찬의 불안한 몸상태가 더 눈에 들어왔다. 뛰어난 기량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과연 김주찬이 50억 원의 가치가 있는 선수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젊은 시절처럼 폭발적인 주루플레이가 힘들다고 판단한 김주찬은 2015 시즌부터 중장거리 타자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덕분에 9개였던 홈런이 18개로, 46개였던 타점이 62개로 늘어나는 비약적인 발전을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장딴지와 햄스트링에 부상을 당하며 46경기에 결장했고 .327의 고타율을 기록했음에도 눈에 보이는 기록에 비해 실속이 떨어지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KIA 이적 후 3년 동안 2% 부족한 성적을 남긴 김주찬은 2016 시즌을 통해 그 동안의 아쉬움을 모두 날려 버렸다. 130경기에 출전한 김주찬은 타율 .346 177안타 23홈런101타점97득점으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차지했다. NC다이노스의 간판 타자 나성범, 국가대표 외야수 손아섭, 민병헌(이상 롯데 자이언츠) 같은 쟁쟁한 선수들을 제쳤기에 더욱 의미 있는 수상이었다.

후반기 타율 .403, 8월 타율 .529의 미친 타격감

김주찬은 생애 두 번째 FA를 앞둔 작년 시즌 3번과 5번을 오가며 122경기에서 타율 .309 136안타 12홈런70타점78득점을 기록했다.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던 2016년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30대 후반을 향하는 나이를 고려하면 충분히 대단한 성적이었다. 김주찬은 생애 첫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125(16타수2안타)1타점3득점으로 부진했지만 동료들의 활약에 힘입어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었다.

작년 시즌이 끝난 후 2번째 FA자격을 얻은 김주찬은 원소속팀 KIA와의 긴 협상 끝에 2+1년 총액 27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 첫 번째 계약에 비해 규모가 절반 수준으로 줄었음에도 김주찬의 FA계약은 이번에도 적잖은 논란을 남겼다. 최형우, 이명기에 밀려 1루수로 자리를 옮긴 30대 후반의 노장에게 지나치게 거액을 투자했다는 의미였다. 자칫 김주찬의 계약이 유망주 최원준의 앞길을 막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김주찬은 시즌이 개막하자 명불허전의 기량을 과시하며 격정과 우려, 의심의 눈빛들을 지우는데 성공했다. 김주찬은 전반기 막판 체력 관리를 위해 잠시 1군에서 말소된 것을 제외하면 올 시즌에도 KIA의 주전 1루수로 믿음직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김주찬은 14일까지 타율 .343 15홈런73타점득점OPS(출루율+장타율) .913을 기록하며 생애 최고 시즌이었던 2016년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14일 LG전은 불과 몇 년 전까지 주로 테이블 세터로 활약했던 김주찬이 좀처럼 경험할 수 없었던 특별한 하루가 됐다. 5번1루수로 선발 출전해 1회부터 우중간 적시타를 터트린 김주찬은 3회에도 2타점 2루타로 LG의 추격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그리고 4회2사만루에서 문광은으로부터 생애 첫 만루홈런을 작렬하며 한 경기 개인 최다 타점 기록을 세웠다.

이미 4회에 사이클링 히트에 3루타만을 남겨뒀음에도 김주찬은 8회초 수비에서 마지막 타석을 포기하고 정성훈과 교체됐다. 개인통산 두 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노리기 보다는 잔여 시즌 지금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체력을 관리하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후반기 타율 .403, 8월 타율 .529의 미친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는 KIA의 노장 1루수가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본격적인 포효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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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 타이거즈 김주찬 만루홈런 7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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