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일부 종목에서는 대표팀 명단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로 인기 스포츠인 구기 종목들이 집중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야구의 오지환, 축구의 황의조, 농구의 허웅-허훈 형제 등이 대표적이다. 아시안게임에는 전통적으로 우승에 대한 기대치가 있고 금메달에는 병역혜택이라는 이해관계까지 걸려있다 보니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과거에 '감독의 고유권한'으로 여겼던 선수 선발부터 다양한 여론이 형성된다. 이는 대표팀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오지환 '사이클링 히트는 다음 기회로' 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 경기 7회말 1사 1루. LG 오지환이 삼진으로 아웃당한 뒤 아쉬워하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7회말까지 4타석에 들어선 오지환은 사이클링 히트에서 홈런 하나만을 남겨놓고 있다. 2018.6.3

▲ 오지환 '사이클링 히트는 다음 기회로' 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 경기 7회말 1사 1루. LG 오지환이 삼진으로 아웃당한 뒤 아쉬워하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7회말까지 4타석에 들어선 오지환은 사이클링 히트에서 홈런 하나만을 남겨놓고 있다. 2018.6.3 ⓒ 연합뉴스


오지환(LG)은 지난 6월 대표팀 1차 최종명단 발표 때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1990년생으로 만 27세가 넘은 오지환은 상무와 경찰청 야구단 지원이 불가능한 상태로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현역으로 입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프로 최정예 선수들이 출전하는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은 한국이 지난 5번의 대회에서 4번이나 정상에 올랐을 만큼 금메달 획득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다수의 야구 팬들은 오지환이 노골적으로 병역혜택을 노리고 군 입대를 기피하는 꼼수를 썼다며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비슷한 케이스로 박해민(삼성)도 있지만 여론의 비난은 유독 오지환에게 집중되는 모양새다. 대표팀에서 내야 백업 요원으로 분류되는 오지환의 리그 성적이나 포지션 활용도가 다른 선수들에 비하여 그리 높지않아, 아시안게임 때마다 불거지는 '구단별 병역 미필자 안배'라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오지환에 집중되는 여론의 분노는 선수 개인보다는 이전부터 '합법적 병역기피의 창구'로 변질된 아시안게임과 한국 야구계에 대한 불신이 누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안게임에 프로 최정예 멤버를 내보내는 국가는 사실상 한국뿐이다. 추신수(텍사스)처럼 아시안게임을 통하여 병역혜택을 얻은 뒤에는 정작 대표팀에 번번이 불참하거나, 나지완(KIA) 같이 부상과 부진을 감추고 대표팀에 승선했다가 동료들의 활약으로 '무임승차' 한 사례들은, 팬들 사이에서 불거지고 있는 '병역혜택 무용론'에 힘이 실리는 계기가 됐다. 심지어 야구대표팀은 '은메달을 기원한다'는 웃지 못할 조롱에까지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AG 와일드카드'에 황의조 선발... '컨디션 좋아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김학범 감독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와일드카드(24세 이상)에 황의조가 포함된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김 감독은 "황의조는 현재 컨디션이 매우 좋다. 왜 석현준을 안 뽑고 황의조를 뽑느냐는 목소리도 있는데, 현재 컨디션을 가장 큰 기준으로 선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AG 와일드카드'에 황의조 선발... '컨디션 좋아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김학범 감독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와일드카드(24세 이상)에 황의조가 포함된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김 감독은 "황의조는 현재 컨디션이 매우 좋다. 왜 석현준을 안 뽑고 황의조를 뽑느냐는 목소리도 있는데, 현재 컨디션을 가장 큰 기준으로 선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연합뉴스


축구의 황의조(감바 오사카)는 '인맥축구' 논란에 휘말렸다. 황의조는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에서 24세 이상 와일드카드로 선발됐다. 월드컵 스타인 손흥민(토트넘)-조현우(대구)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데다 해외파 공격수가 넘치는 김학범호에 굳이 포지션이 겹치는 황의조를 또 선발한 것은 많은 팬들에게 의구심을 자아냈다. 일각에서는 황의조가 성남 시절 김학범 감독과 사제 관계라는 점을 들어 '의리'에 의한 선발이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은 오로지 황의조의 '실력'만 보고 뽑았다며 세간의 의혹을 일축했다. 최종명단 발표 시점만 하더라도 유럽파 공격수들의 대표팀 합류 시기가 불투명하던 상황이라 공격진에 황의조를 발탁한 것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황의조는 대표팀 명단 발표 이후에도 J리그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자격 논란을 불식시켰다.

이번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의 최대 이슈는 간판스타 '손흥민의 병역혜택' 여부에 맞춰지고 있다. 유럽파인 손흥민은 아직 병역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국내로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병역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사실 마지막 기회로 여겨진다. 손흥민이 합류하게 되면서 김학범호에 대한 관심과 우승의 기대치가 과도하게 높아진 측면도 있다. 만일 아시안게임 우승에 실패하거나 황의조가 와일드카드로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김학범 감독의 선수선발이나 전술운용에 모든 비난이 쏠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상대팀이 된 허재 아들 허웅-허훈 4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된 남북통일농구경기에서 남자 ‘평화’팀과 ‘번영’팀 시합에 출전 한 허웅(9번, 평화팀), 허훈(6번, 번영팀) 형제 선수가 심판의 판정을 지켜보고 있다.

▲ 상대팀이 된 허재 아들 허웅-허훈 4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된 남북통일농구경기에서 남자 ‘평화’팀과 ‘번영’팀 시합에 출전 한 허웅(9번, 평화팀), 허훈(6번, 번영팀) 형제 선수가 심판의 판정을 지켜보고 있다. ⓒ 이희훈


농구의 허웅(상무)-허훈(부산 KT)형제는 사령탑이자 친아버지 허재 농구대표팀 감독과 함께 '부자 출전'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야구대표팀의 이종범 코치-이정후(넥센)의 사례도 있지만 이정후의 경우는 1차 최종명단에서는 탈락했음에도 리그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바탕으로 당당히 실력으로 교체 승선하는 데 성공하며 발탁 자격을 두고 논란이 없었다.

반면 허웅과 허훈은 소속팀이나 대표팀에서 경쟁자들에 비하여 그리 돋보이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주전급 요원이 아님에도 유독 허재 감독 체제에서는 항상 붙박이로 발탁되는 것을 두고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선수발탁 논란에 대한 여론의 문제제기에 '위원회와 함께 결정한 사안'이라고 책임을 전가하거나 침묵의 외면으로 일관하는 허재 감독의 무성의한 태도도 비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일부 팬들은 '국가대표가 아니라 허가대표'가 됐다며 조롱하기도 했다.

4년 전 홈에서 열린 인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농구대표팀은 라건아(울산 현대모비스)를 앞세워 2연패에 도전하고 있지만 주축 선수들의 부상 이탈로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일 대표팀이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둔다면 부자 선발 논란까지 맞물려 적지않은 부메랑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3점슛에 능한 스페셜리스트로 꼽히는 허웅과, 리딩능력을 갖춘 포인트가드로서 허훈이 나름의 역할을 해줘야 할 대목이다.

인기 구기종목 대표팀의 선수 선발을 둘러싼 논란은, 국가대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기대치와 눈높이가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과거에는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그만'이라는 결과지상주의가 모든 것을 정당화 했다면 오늘날의 국민들은 '공정한 절차와 과정'의 의미를 중시한다. 체육계는 물론이고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로 꼽히는 인맥-지연-학연-서열 등이 지배하는 시스템이 국가대표팀에서도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인식이 팬들의 뜨거운 반응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여론몰이는 곧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여론에 떠밀려 스포츠에서 감독의 정당한 선수선발이라는 고유권한을 침해하거나, 특정 선수의 이미지를 악의적으로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각 대표팀 감독들은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선수들은 자신들이 대표팀에 뽑힐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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