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청년들과 만민공동회 개최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리는 12일 오후 방송인 김제동씨가 광화문광장에서 만민공동회를 열고 있다.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2016년 11월 12일 오후 방송인 김제동씨가 광화문광장에서 만민공동회를 열고 있다. ⓒ 권우성


"신문의 사설들에 일주일간 제 이야기로만 시끄러우니까, 이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그른 일인가를 떠나 부담스럽습니다. 정치와 관련해서, 저를 보면서까지 (국민들이) 정치를 떠올리게 하고 싶진 않은데, 요즘 자꾸 그렇게 돼서 본의 아니게 죄송합니다."

4년 동안 진행했던 KBS 2TV <스타골든벨>에서 하차한 직후 한창 외압설의 중심에 서있던 2009년 11월, 방송인 김제동은 MBC <일요인터뷰 人>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연예인으로서는 흔치 않은 이 1대1 방송 인터뷰에서 연예인의 사회적 발언과 참여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연예인이 어떤 색깔을 갖든 사회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부분이 어디에 있습니까. 이미 사회생활 전반에서 연예인들의 사회적 영향력은 막대하고, 이 영향력을 과연 어떤 방향으로 쓰고, 소진하고, 어떤 운동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전적으로 연예인 개개인의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서 규제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이미 그런 세상은 아니지 않습니까."

안타깝게도, 그런 세상이었다. 국정원이, 권력기관이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은 연예인들을, 진행자를, 문화예술인들을 '좌파'로 규정하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던 세상이었다. 그 리스트를 바탕으로 방송사에 외압을 행사했고, 그 리스트 그대로 퇴출이 이뤄졌다. 2012년 대선국면에서 이 사안이 처음으로 불거졌다. 이른바 '연예인 사찰' 파문이다. 그해 4월 김인규 사장 하의 KBS는 김제동의 하차와 관련해 이런 해명을 내놨다.

"KBS는 김제동씨 교체는 전임 사장시절인 2009년 10월의 가을개편 과정에서 4년간 진행해 온 <스타골든벨>이 시청률 부진으로 쇄신이 불가피해 진행자를 교체한 것이며, 이후 김제동씨는 재능이 인정돼 <해피투게더>와 <승승장구> 등에 정상적으로 출연했다."

당시 김제동의 대응도 의연했다. KBS가 해명 자료를 낸 며칠 후, 김제동은 언론노조 MBC본부 인터뷰에서 "신문 1면에 내 이름이 나가게 돼서 (정권에) 감사하다"며 "옛날 같았으면 국정원 직원, 경찰청 정보과라 하면 바짝 얼었을 것인데 그 정도 사람들은 별로 겁도 안 난다"며 사찰과 관련된 정황을 털어 놨다.

물론, 김제동은 2016년 이후 각종 집회 자리에서 이 사찰과 관련된 정황을 유머러스한 연설의 소재로 활용하기도 했다. 그랬던 김제동이, 자신에게 연예대상을 안겨줬던 '친정' KBS에 복귀한다. 예능이 아닌 시사토크쇼로.

친정 KBS 복귀하는 김제동

 . 김제동은 오는 9월 10일부터 KBS 1TV 시사토크쇼 <오늘밤 김제동>을 진행한다.

. 김제동은 오는 9월 10일부터 KBS 1TV 시사토크쇼 <오늘밤 김제동>을 진행한다. ⓒ kbs


제목은 <오늘밤 김제동>이다. 김제동은 오는 9월 10일부터 KBS 1TV 시사토크쇼 <오늘밤 김제동>을 진행한다.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후 11시 30분에 방영하는 데일리 시사 프로그램이다.

KBS는 <오늘밤 김제동>이 심야 데일리 시사프로그램으로서는 지난 2008년 <생방송 시사투나잇>과 이후 개편과 함께 논란을 불렀던 <생방송 시사 360>이 폐지된 후 9년 만의 부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작진은 "과거의 엄숙하고 어려운 정통 시사프로그램 틀을 벗고, 시민들 눈높이에서 오늘 이슈를 쉽고 재밌게 풀어나가는 색다른 포맷의 시사토크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출을 맡은 이지운 KBS PD 역시 "다년간 토크 콘서트와 강연 무대를 오가며 관객들과 소통해 온 공감형 MC 김제동이 선보일 새로운 시사토크를 기대해 달라"고 전했다. 김제동은 현재 자신의 공개 토크쇼 형식을 방송으로 옮겨 온 JTBC <김제동의 톡투유>를 시즌2까지 진행 중이다.

앞서 김제동의 시사토크쇼는 <뉴스라인> 편성의 정시성 문제를 두고 KBS 기자협회의 우려 표명 등 의견이 엇갈리며 내부 반발에 부딪혔던 것도 사실이다. KBS는 <뉴스라인>을 오후 10시대로 옮기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이 역시 <가요무대> 등 기존 프로그램의 편성 변경과 맞물리면서 내외부의 반발을 불러왔다.

특히 KBS 내 소수노조 중 하나인 KBS 공영노조는 지난달 31일 '이제 KBS 뉴스 앵커도 김제동씨가 맡는다고?'라는 성명서를 내고 "당장 '김제동 앵커 뉴스'를 멈춰라.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이 KBS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 내 연차 높은 수십 명의 구성원으로 조직됐다는 공영노조는 "김제동씨의 앵커 기용에서 알 수 있듯, KBS가 또다시 공정하고 객관적인 뉴스가 아닌 특정 진영 위주의 편파적 뉴스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KBS가 공정보도는커녕 좌편향성을 더 강화한다면, 그것은 전체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요, KBS를 몰락으로 이끄는 지름길일 뿐"이라고도 했다.

사실 관계도 틀린 내용으로, 시작도 하지 않은 자사 프로그램에 재를 뿌리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시사토크쇼 진행자 김제동 

 20017년 7월 12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20017년 7월 12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 jtbc


"소셜테이너라면 아주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김제동씨의 수난사야 뭐 다시 거론하지 않아도 될 정도지요. 이명박 정부 당시에 잘 나가던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루아침에 하차했고, 그 이후에도 방송 출연에 관한 한 부침을 거듭했습니다. 사실 김제동씨의 이른바 소셜테이너로서의 자리매김은 제가 직접 섭외했던 백분토론 출연이 시작이었다고 본인은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게 본다면 지금까지 말씀드린 세 사람의 이른바 소셜테이너들과 저는 어찌 됐든 모두 인연이 있는 셈입니다."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방송 프로그램에까지 개입해서 정부에 비판적인 진행자를 솎아내려 했다는, 이른바 MB 블랙리스트가 공식 확인돼 파문을 일으켰던 지난해 9월. JTBC <뉴스룸>의 손석희 앵커는 '나는 비열하거나 저급하지 않았다'라는 '앵커브리핑'을 통해 MB 블랙리스트의 참담함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방송인 김제동을 비롯해 김여진, 김미화 등 그 '블랙리스트 연예인'들과의 개인적 연을 곁들여 소개했다. 손석희 앵커 역시 < 100분 토론 >과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진행했던 친정 MBC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뒤 JTBC 보도부문 사장으로 '이적'했던 이력이 있기에 더욱 공감이 가는 '논평'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김제동은 총파업이 한창이던 언론노조 MBC본부의 집회 자리에서 바로 '응수'했다. "손석희 아저씨는, 손석희 형님은 저렇게 뭉개시면 안 돼요"라며 지난 2008년 12월 방송된 MBC < 100분 토론 > 400회 특집 섭외와 관련된 일화를 소개한 것이다. 요는, 당시 손석희 앵커에게 직접 섭외 전화를 받았고, "토론 잘하는 연예인 1위"라는 타이틀로 출연했더니 이른바 '이쪽' 사람이 돼 있었다는 것.

하지만 실제 토론 주제는 "이명박 정권 1년의 공과 과"였고, 그 '이쪽' 사람은 고 가수 신해철, 유시민 작가 등이었다고 한다. 블랙리스트와 관련돼 자신이 정권에 '찍히'게 된 사연을 유머러스하게 설명한 김제동은 당시 자리에서 손석희 앵커와의 또 다른 전화 통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되어 피해를 받은 방송인 김제동씨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사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총파업 집회에 참석해 조합원들 응원하는 벌언을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되어 피해를 받은 방송인 김제동씨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사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총파업 집회에 참석해 조합원들 응원하는 벌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물론 그것(<100분 토론>) 때문에 그렇게(KBS나 MBC 하차) 된 건 아니지만. 노 대통령 노제 때도 물어 볼 데가 없어서 손석희 형님한테 전화했어요. 그랬더니 이러셨어요. '양쪽 모두 합리적 판단을 할 때가 아닙니다. 비난이 모두 쏟아질 수 있지만, 본인이 견뎌내야 할 몫이고요'라고."

그렇게 견뎌낸 끝에, 김제동은 KBS로 복귀했다. 최근 <명견만리> 시즌3의 첫 번째 연사로 나선 김제동의 출연을 홍보하며 KBS 역시 "8년 만의 복귀"라는 수식을 달았다. 그 복귀는 예능이 아닌 시사토크쇼가 됐다. 격세지감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특히나 이명박 정권 당시 김제동과 같이 블랙리스트 연예인으로서 라디오에서 하차했던 김미화가 진행했던 프로그램이 바로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이란 시사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비슷한 시기에 김미화씨는 코미디언으로서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 여기저기서 격려도 받았지만, 동시에 비웃음도 들어야 했습니다. 이것도 사실은 시사 프로그램에 코미디언이 진행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비뚤어진 편견의 소산이었습니다."

1년 전 손석희가 앵커브리핑에서 지적한 그 '편견'을 한국사회에서 완전히 퇴출시킬 때가 됐다. 또 KBS 공영노조를 비롯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KBS의 독립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무엇보다 다변화된 시청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오늘밤 김제동>은 제대로 안착해야 한다.

"노란 꽃 푸른 꽃 빨간 꽃 모두 피는 곳이 꽃밭 아닙니까. 서로 더 예쁘다 안 예쁘다가 아니라 그래 너도 나도 꽃이니 마음껏 피어라 하는 것이 자연이지요. 저는 단 한 번도 신이 꽃의 색깔을 문제 삼아서 꺾어버렸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지난 2010년 7월 지상파 방송에 안착하지 못하던 김제동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러한 글을 남긴 바 있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과 같은 그 세월을, 그 압박을 견뎌내고 공영방송에 당당히 복귀한 김제동이 자신에게 했던 위로는 2018년에도 여전히 유효한 듯싶다.

김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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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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