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작> 메인포스터 영화 <공작> 메인포스터

영화 <공작>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공작', 사전적 의미로는 '어떤 목적을 위해 일을 꾸미는 것'을 말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은 무수한 '공작'이 난무하는 시기다. 아니 어쩌면 인간이 사회라는 시스템을 만들어낸 이후로 이런 공작들은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특히나 권력 주변부에서 일어나는 정치적인 공작은 전쟁을 불러오기도 하고, 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가기도 했다.

한국 역사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특히 한국 전쟁 이후 남과 북으로 갈라서면서 서로를 적으로 삼고 여러 공작 활동을 진행했다. 서로 국지적인 도발을 하기도 하고, 간첩을 침투시키기도 했다. 적을 대상으로 한 것뿐만 아니라 각각의 내부적인 상황에 따라 그 상황 안에서 다른 정당이나 세력에게 공작을 하기도 했다.

이런 다양한 공작을 영화적으로 이야기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액션 장르를 빌려 스파이들 방식을 보여주는 방법이 있는데, 이런 접근은 선악 구분을 명확하게 하여 관객들에게 아주 단순하게 공작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최근에 개봉했던 영화 <미션 임파서블-폴아웃>(2018) 같은 영화가 일반적으로 많이 볼 수 있는 스파이 액션물이다.

다른 방식으로는 실제 스파이들이 조직 내에서 공작하는 환경을 보여줄 수 있다. 서로 믿지 못하는 각 등장인물들과 그 상황 아래 어떤 것을 결정하고 행동해야 하는 주인공의 갈등으로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2011) 같은 영화를 들 수 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공작에 참여하는 인물들의 인간적인 부분을 강조한 드라마 형식의 이야기가 있다.

전통 스파이물과 드라마를 결합시킨 이야기

 영화 <공작>의 한 장면.

영화 <공작>의 한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공작>에서 윤종빈 감독은 전통 스파이물과 드라마적인 이야기를 결합하여 실제로 한반도에서 과거에 진행됐던 공작활동을 들려준다. 윤종빈 감독은 앞서 <용서받지 못한 자>(2005), <범죄와의 전쟁>(2011), <군도: 민란의 시대>(2014) 등에서 촘촘한 이야기와 등장인물의 관계들 속의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들려주었던 감독이다. 특히나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들을 통해 관객의 시선을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잘 잡아두는 능력이 있다. 그가 영화 공작을 선택한 것은 소재 자체가 흥미로워서도 있겠지만, 특별한 액션이 없는 이 영화를 긴장감 있게 연출하는 데 장점을 가졌고 영화의 대부분의 등장인물의 관계를 세밀하게 묘사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남한의 흑금성/박석영(황정민 분)과 북한의 리명운(이성민 분)이 서로 부딪히고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과거 안기부 주도 하에 북풍을 만들어내기 위한 공작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흑금성 사건이다. 이미 이 사건에 앞서 총선 직전에 안기부는 북한에 요청하여 군사분계선에 포격을 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북풍은 총선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한번 효과를 본 당시 여당은 이후에 다시 시도를 하게 된다. 영화는 흑금성이 북한의 핵무기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사업가로 위장하여 북한 수뇌부에 사업차 접근하는 최초의 과정부터 천천히 보여주며 그가 어떤 방식으로 북풍 사건에 개입하게 되는지를 잘 묘사하고 있다. 어떤 정치적인 의견을 최대한 배제하고 그저 그 사건의 관찰자 입장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초반부에는 흑금성의 침투를 보여주고, 후반부에는 북풍 사건과 연결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흑금성 박석영과 리명운이 만나서 이야기할 때는 대부분 정무택(주지훈 분)과 김명수(김홍파 분)가 함께 등장하게 되는데, 이들은 리명운과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전개를 예측하지 못하게 한다. 특히나 정무택은 리명운과는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일을 진행시키기 때문에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박석영과 리명운이다. 이들이 식사를 하며 대화할 때, 그들의 얼굴이 클로즈업되고, 그들의 안경이 빛날 때 그 상황에서 그들의 표정만으로도 그 상황에 몰입하여 긴장하게 된다. 여러 번 위기를 맞게 되는 박석영의 상황도 긴장감이 있지만, 그들이 함께 김정일(기주봉 분)을 만나 이야기할 때는 그 장면에 등장하는 세 인물의 표정과 말 하나하나를 집중해서 보게 만든다.

보통 우리는 북한의 사회나 정치상황을 생각했을 때, 그들 내부의 의견이 통일되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남한은 지향점이 다른 정당들이 여러 개가 존재하고 다양한 의견 교류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시점이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많은 의견 대립과 시위가 있었다. 영화 공작에서는 북한 내부에서도 정치적인 상황과 관계없이 남한에 대한 의견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사회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세력에게 상황 통졔를 위한 적이 필요한데,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도 내부 상황 통제를 위해 적이 필요할 수 있다. 영화의 다양한 남북한 인물들은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며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 하는데, 박석영과 리명운을 제외한 다른 등장인물들은 서로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선택을 한다.

북한과 스파이 활동에 대한 훌륭한 묘사

 영화 <공작>의 한 장면.

영화 <공작>의 한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훌륭한 것들은, 북한 상황과 스파이에 대한 묘사다. 그 당시 어려웠던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보여주고, 평양 시내의 모습,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 등을 생생히 묘사하고 있어 영화의 몰입감을 높인다. 그리고 기존 한국 스파이물에서 잘 보지 못했던 보다 사실적인 스파이의 행동들을 아주 잘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걸 보는 관객들은 스파이의 정체가 들통날까 긴장하고, 공작을 실행하는 구체적인 모습들을 보며 재미를 느끼게 된다.

배우들 중 황정민과 이성민의 연기가 좋았다.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서 흔들리지 않는 눈빛을 보여주는데, 그들이 이전에 연기하던 다른 배역에 비해 힘을 조금은 뺀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인터뷰에서 황정민 배우는 실제 흑금성이란 인물을 만난 적이 있다고 이야기했었는데, 그 인물의 눈빛을 읽을 수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실제로 이 느낌을 표현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 공작 안의 박석영은 그 눈빛 만으로는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황정민의 연기가 훌륭하게 느껴진다. 그 외 최학성역의 조진웅이나, 정무택역의 주지훈도 그들의 배역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에서 아쉬운 점은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가 서로 다른 장르처럼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초반부와 중반부는 첩보 장르로서 긴장감을 보여주지만, 중반 이후 후반부는 두 주인공의 관계를 통해 뭉클함을 주는 구조로 되어 있다. 중반부까지 스파이 활동의 긴장감을 보여주던 영화는 두 사람의 관계가 가까워지게 되는 특별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아 후반부가 다소 뜬금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두 개의 영화를 하나로 붙여놓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이 영화의 재미를 떨어뜨리지 않으며 영화적 재미는 끝까지 잘 유지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런 북풍에 기댄 정치공작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지나면서 안보라는 탈을 쓴 북풍은 선거 때마다 늘 있어왔고 여론을 흔들어 놓았다. 국회의원이 나라의 적국에 가서 가짜 도발을 요청하는 장면은 마치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어쩌면 최근까지 이런 공작은 계속되어 왔을지 모른다. 지금은 남북 화해 모드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남북 간의 대화는 여러 공식 채널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공작 보다는 외교적 관점에서 서로를 대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어 영화와 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공작 흑금성 황정민 북풍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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