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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수많은 직장인들이 꿈꾸는 퇴사! 새해 첫날 좌천 통보를 받고, 나락으로 떨어지던, 무기력한 40대 회사원이던 제가 딴짓을 하면서 퇴사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과연 퇴사할 수 있을까요? - 기자 말

[이전기사] 이정도 레시피면... 퇴사만 하면 '백종원'이 될 줄 알았다 (http://omn.kr/s5to)

 정말 300km에 가까운 제주도 자전거 일주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몸도 마음도 더 지칠 거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정말 300km에 가까운 제주도 자전거 일주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몸도 마음도 더 지칠 거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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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우리 제주도 가자. 지난번에 북한산에서 만난 수현이 알지? 수현이가 3박4일 제주도 자전거 일주 번개한대! 도전해보는 건 어때?"

'심신이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는 판에 무슨 제주도 자전거 일주야? 오! 노우!'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내는 사슴 같은 눈망울로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갈 거지? 아니면 나 혼자라도 간다."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신청하고 맞이한 첫 주말. 일산 호수공원으로 연습을 하러 갔다. 나는 자전거와 곶감의 고장 상주 출신이라 자전거는 몸의 일부분과 동일시된다며 아내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하루에 80km를 달려본 적은 없었지만.

문제는 아내라고 생각했다. 아내는 워낙 운동신경이 좋긴 하지만, 자전거가 완전히 익숙한 상태는 아니었다. 내가 그녀의 자전거 코치를 자처했고 그녀도 흔쾌히 수락했다.

운전은 가족에게서 배우는 게 아니라고 어느 현인이 말했던가. 나는 아내의 자전거 실력을 두고 잔소리를 늘어놨다. 사실 차가 다니는 도로도 다녀야 하기 때문에 아내가 걱정돼 한 말이지만, 마음과 달리 말이 아름답게(?) 나오질 않았다.

"알았다고! 잘난 척 좀 그만해! 내가 체력은 자기보다 더 좋거든! 몇 번만 더 타면 내가 자기보다 더 잘 탈 거야. 혼자 연습할 테니 내 걱정 하지 말고, 너 혼자 타세요."

정말 300km에 가까운 제주도 자전거 일주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몸도 마음도 더 지칠 거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이런 자전거로 3일을 버텨야 하다니

비행기를 타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고 제주도는 진리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나이 마흔을 넘어 제주도를 자전거로 일주하는 일이다. 비행기 안에서도 걱정이 떠나질 않았다. 다른 일행들은 미리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해 있었고, 우리 부부는 퇴근 후 김포에서 제주로 향한 뒤 게스트하우스에서 합류했다.

이번 여행의 대장 수현이가 각 멤버들을 인사시켜 줬다. 그녀가 가장 연장자인 우리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언니 오빠, 우리는 자전거 서울에서 다 공수 해왔는데, 내일 여기서 빌리기로 하셨죠? 여기에서 빌려주는 자전거가 어떤 건지 궁금하네요."

우리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전문가용 개인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었다. 서울의 자전거업체에 돈을 주고 맡기면 분해해서 비행기에 실어 보내준다. 다음 날 제주도 지점으로 가면 조립까지 마쳐져 있는 상태인 것이다. 또한 5천 원 정도의 비용이면 A포인트에서 B포인트까지 캐리어 및 각종 짐을 운반해 주는 시스템도 있어서 가벼운 몸으로 자전거 페달에만 집중할 수 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도전들 해 보시길!

다음 날 아내와 숙소 앞 자전거 대여점에 도착했을 때, 수현이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 이거 기아가 왜 이리 없어요? 이... 이걸로 3일 동안?"

한두 시간 탈 때는 사실 큰 무리 없이 탈 수 있는 자전거였다. 그러나 우리는 하루 8시간 정도를 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나의 걱정은 오직 자전거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아내였다.

그렇게 출발 2시간 후, 나는 오르막길을 신나게 오르며 뒤따라 오는 아내를 독려하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내 허벅지에 묵직한 통증이 오면서 내 위신과 체면이 저 아래 내리막길로 굴러가는 것이 보이는 듯했다.

그만 허벅지에 강력한 쥐가 찾아왔다. 첫 날, 2시간밖에 안 지났는데... 다른 동생들 보기도 창피했지만 무엇보다 ' 너 뭐니?' 하며 날 바라보는 아내의 어이없어하는 눈빛 레이저가...

캡틴 수현이와 상의 끝에 그녀는 나머지 사람들을 이끌고 먼저 출발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와 아내를 최강약골 지윤이 그리고 제주도 자전거 일주 경험이 있는 명준이가 책임지기로 했다.

왜 고생을 사서 했을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제주의 경치 따위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제주의 경치 따위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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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약골 지윤이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우! 나 오빠 때문에 완전히 살았지 뭐야. 2시간 타고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려는 찰나에 오빠가 픽 쓰러지니. 고마워! 오빠."

남의 속도 모르고 진심으로 안도하는 지윤이 옆에서 아내는 나를 맘껏 비웃고 있었다.

"아주 잘난 척은 자기 혼자 다 하더니, 무슨 2시간 타고 이 난리야. 창피해 죽겠어 아주 그냥."

제주의 5월은 이미 여름 날씨였다. 오버페이스를 해서인지 탈수 증세에 허벅지 통증까지! 이때 명준이가 파스와 약을 구해서 우리가 기다리던 카페로 돌아왔다.

"어머! 명준씨 미안해서 어쩌지. 다 같이 힘들 텐데. 여기. 어서 시원한 주스 마셔요."

아내는 마치 나 들으라는 듯이 유난히 큰 소리로 호들갑을 떨었다.

한 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니 조금 살 것 같았다. 선발대와 점심을 함께 먹기 위해 페달을 열심히 밟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제주의 경치 따위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머리 위로는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 오른쪽으로는 지중해 빛 바다가 있었지만 나는 오직 페달만 보고 전진, 또 전진했다.

'이러려고 온 게 아닌데... 생각보다 너무 힘든데? 30대 때 와야 했나? 큰일이네. 이틀하고도 한나절 동안 이 짓을 해야 하다니.'

선발대가 기다려 준 덕분에 점심을 같이 먹고 다시 출발했다. 185cm 키에 태평양 같은 어깨를 가진 태욱이는 외모와 달리 섬세하고 친절한 아이였다. 내 뒤에서 10분 정도 라이딩을 한 후 갓길로 나를 불러 세웠다.

"형! 안장을 이 높이로 조절할게요. 그리고 형. 팔자로 걷는 거 이해하는데 어떻게 자전거도 팔자로 타세요? 더 힘이 들 수 있으니까 자세도 이렇게 유지하고."

태욱이의 코칭 이후 신기하게도 훨씬 힘이 덜 들었다. 그러나 그 효과는 2시간을 넘지 못했다. 아예 힘이 안 들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또다시 선·후발대가 갈리고, 명준이가 마이너 그룹(지윤이, 우리 부부)을 숙소까지 책임지고 가기로 했다.

순례자의 길이 따로 없었다. 지옥 같던 회사의 안락한 의자가 그리울 지경이니 말 다했다. 점심을 먹고 나니 속도 부대끼는 것 같고 몸 어디 하나 멀쩡한 곳이 없는 느낌이었다.

"어? 형. 잠시만요. 길을 잘못 든 거 같아요. 여기서 셋이서 잠시만 기다려요. 제가 되돌아가서 확인을 좀 하고 올게요. 아 그리고 혹시 제가 30분이 지나도 오지 않으면, 여기 지도 보이시죠? 여기까지만 제발 어떻게든 오세요."

바람처럼 찾아온 기회

명준이가 없어지니 불안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공사 현장에 감독관이 없어진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최강약골 지윤이도 같은 생각이었나 보다.

"언니! 오빠! 난 도저히 못 가겠어요. 진짜로 죽을 거 같아. 난 여기서 차 불러서 자전거 싣고 숙소로 갈게요."

"지윤아 그러지 말고 명준이 올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보자. 또 쉬다 보면 금방 기운이 났잖아."

아내는 등산에 암벽을 오래 했던 지라 지구력 하나만큼은 나보다 나았다. 난 두 여자의 의견에 중재안을 제시했다.

"그럼 우리 이렇게 하자. 명준이랑 만나기로 한 지점까지 히치하이크를 하자. 거기서도 힘들면 지윤이는 차 불러서 돌아가. 그리고, 이런 것도 낭만의 일종 아닐까? 언제 우리가 이런 걸 해보겠어!"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여자는 자전거를 길가에 세워두고 지나가는 트럭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역시 영화랑 현실은 많이 달랐다. 한참이 지나도 우리를 태워주는 차량은 나타나지 않았다.

 역시 영화랑 현실은 많이 달랐다. 한참이 지나도 우리를 태워주는 차량은 나타나지 않았다.
 역시 영화랑 현실은 많이 달랐다. 한참이 지나도 우리를 태워주는 차량은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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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어느새 오후 4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이제는 선택의 순간이었다. 첫날부터 중도 포기를 하든지, 다시 출발을 하든지. 그때 온 먼지를 다 뒤집어쓴 트럭 하나가 우리 앞에 멈춰 섰다. 50대의 아저씨는 마침 우리가 가려는 곳 2/3 지점까지 간다고 했다.

여자 둘은 조수석에 앉고, 나는 자전거와 함께 트럭 뒤 적재함에 포개졌다. 10분의 짧은 거리였지만 자전거로 이동했다면 얼마나 걸렸을지 모를 일이다. 더불어 40대의 나이에 제주도 에서 히치하이크로 이동을 하다니 가슴 깊은 곳에서 낭만이 마구 솟아올랐다.

트럭에서 내린 후 울창한 가로수 길 사이로 약 1킬로의 내리막길이 선물처럼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평생 그런 상쾌한 바람을 맞을 날이 다시 올까? 유치한 말 같지만 제주의 바람이 내게 이야기를 걸어오는 것 같았다.

약속장소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명준이는 깜짝 놀랐다.

"형?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어요?"

"음... 그냥 열심히 오게 됐지 뭐. 바람이 실어 줬다고나 할까?"

그렇게 제주도 라이딩 첫째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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