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공식 포스터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공식 포스터 ⓒ DMZ국제다큐영화제


올해 10회를 맞은 DMZ 국제다큐영화제는 올해 초, 지난 9년간 영화제를 이끌어왔던 조재현 전 집행위원장의 성추문 사건 이후 상당한 내우 외환에 시달려왔다. 상당한 진통 끝에 지난 5월 영화제 조직위원 겸 이사인 배우 이광기를 임시 집행위원장 직무 대행으로 임명해 일단 급한 불을 끄는가 싶었지만, 조속히 집행위원장을 임명 하라는 영화계의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영화인들의 요구에 힘입어, 영화제 공식 기자회견 전날인 지난 5일 다큐멘터리 영화 <경계도시> <경계도시2>를 연출한 홍형숙 감독을 DMZ 국제다큐영화제 새 집행위원장으로 임명했다.

한국 독립다큐멘터리계의 대모로 통하는 홍형숙 집행위원장은 1980년대 후반 다큐멘터리 제작집단 서울영상집단 활동을 시작으로 다양한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한 한국 다큐멘터리 역사의 산 증인이다. 국내에 손꼽히는 영화제 중 최초 여성감독 집행위원장이라는 타이틀 외에도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다큐 영화인들과의 폭넓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어 다큐영화제에 걸맞는 집행위원장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국내 대표 영화제로 불리는 부산, 전주, 부천 등과 비교했을 때 영화제 후발주자에 속하는 DMZ 국제다큐영화제가 비교적 빠른 기간 내 한국 최고의 다큐멘터리 영화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다큐멘터리가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다큐멘터리 영화제 특성상 부족한 흥행을 근거로 극영화 상영 등 종합 영화제 전환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표 다큐영화제로서 정체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영화제 측의 주된 의견이다.

안정 찾았지만, 이름 있는 다큐멘터리 없는 점은 아쉬워

이재명 "DMZ국제다큐영화제 자율성 보장하겠다"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아주개홀에서 열린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조직위원장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영화제 독립성과 자율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재명 "DMZ국제다큐영화제 자율성 보장하겠다"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아주개홀에서 열린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조직위원장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영화제 독립성과 자율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지난 7일 오전 11시, 서울역사박물관 아주개홀에서 열린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기자회견에는 영화제 조직위원장을 겸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홍형숙 집행위원장, 조명진 프로그래머가 참석해 올해 영화제 프로그램 및 주요 행사를 소개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총 39개국, 총 144편(추후 북한 영화 2편이 추가될 수 있음)의 영화를 상영하는 제10회 DMZ 국제다큐영화제는 안정화에 접어든 영화제인 만큼, 전년도와 비교했을 때 상영편수, 프로그램 섹션 및 구성에 있어서 큰 변화가 보이진 않는다. 눈에 띄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국영화 상영작들이 보여주는 중량감이 예년에 비해서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간 DMZ 국제다큐영화제는 김태일, 김응수, 오정훈, 김미례, 박배일 등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를 대표하는 감독들의 신작들을 비롯, <공동정범> <안녕, 히어로> <망각과 기억2: 돌아봄 Part2.> 등 한국 사회에 묵직한 파장을 일으킨 작품들이 활발히 상영되어 주목받았다. 그에 비해 올해는 한국 다큐를 대표하는 감독들의 신작이 DMZ 국제다큐영화제를 통해 공개 되지 않아 다큐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낸다.

비록 이름있는 다큐 감독들의 신작은 적지만, 최근 다큐멘터리, 미디어아트에서 주목하는 신진 감독의 영화를 대거 발굴, 상영하는 데 큰 의의를 둘 수 있다. 국제경쟁 부문에서 한국작품 중 유일하게 선정된 <녹>은 부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신나리 감독의 첫 장편 영화로 일제시대 당시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된 구리광산의 오랜 기억을 더듬고 위로하고자 한다. 한국경쟁 상영작 <야광>은 <프리즈마> <빙빙> 등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영상으로 주목받는 임철민 감독의 신작으로, 과거 남성 성소수자들의 '크루징스팟'이었던 극장들의 공간을 유영하듯이 떠도는 영화적 기법을 선보인다.

평생 건설 노동자로 살아온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공사의 희로애락>은 <어머니가방에들어가신다> <늙은 연꽃> <콘크리트의 불안> 등의 에세이 다큐를 제작한 장윤미 감독의 첫 장편 다큐로 올해 인디포럼 상영에 이어 DMZ 한국경쟁 상영작으로 선정되었다. 4대강 사업으로 수몰된 마을 이야기를 다루며,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인디포럼에 상영되어 평단과 관객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는 문창현 감독의 <기프실> 또한 한국 다큐 쇼케이스 섹션 상영을 통해 다시 한번 관객과 만난다. 이외에도 세월호 잠수사들의 애환을 담은 복진오 감독의 <로그북>, 지난해 EBS 다큐프라임 촬영 중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 박환성 감독의 유작 <엘리펀트 보이>, 제8회 DMZ 국제다큐영화제 한국경쟁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김영조 감독의 신작 <펀치 볼>, 올해 5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흥행에 성공한 <그날, 바다>도 제10회 DMZ 국제다큐영화제서 만날 수 있다.

클로드 란츠만 특별전, '내 생애 최고의 다큐10' 등 눈길

한국 경쟁 외 DMZ 국제다큐영화제의 대표적 경쟁 섹션인 국제경쟁, 아시아경쟁 상영작들은 난민, 전쟁, 신자유주의의 폐해 등 동시대 이슈를 관통 하면서 영화적으로 빼어난 미학을 선보인 작품들이 대거 선정되어 눈길을 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및 쉐필드영화제 수상작 <타인의 침묵>과 베니스국제영화제, 쉐필드영화제 수상작 <아름다운 것을 기억하며>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화제작들이 한국 최초로 상영된다.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거장들도 앞다투어 DMZ 국제다큐영화제를 찾는다. 올해 영화제에는 세계 영화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를 만든 아르헨티나 출신 페르난도 솔라나스 감독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에 반대하는 영화들을 만들어온 아비 모그라비 감독이 직접 내한해 관객과 함께하는 마스터클래스 시간을 갖는다.

올해 DMZ 국제다큐영화제를 찾을 계획이었으나, 지난 7월 별세한 세계 다큐멘터리 영화사의 거장 클로드 란츠만 추모 특별 상영 섹션도 마련된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발트하임 왈츠>의 루스 베케르만 감독 또한 영화 상영 이후,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진중권 비평가, 장강명 작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오닐,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등 사회 각계각층의 유명인사 10명과 함께하는 '내 생애 최고의 다큐 10'는 관객들이 주목할 만한 특별 프로그램이다. 영화제 10년을 맞아, 영화제 현안과 비전 방향을 논의하는 포럼도 진행될 예정이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 야외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개막식을 빛낼 상영작은 20년간 다큐멘터리 연출가로 활동한 지혜원 감독의 신작 <안녕, 미누>가 선정되었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 밴드의 보컬로 활동하다가 강제추방당한 네팔인 미누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며, 개막작으로 선정된 소감을 두고 지혜원 감독은 "어느 때보다 반이주민 정서가 팽배해지고 있는데 '국경을 넘어서 다른 사람들끼리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 없는가'라는 생각을 (영화에) 담아 냈다"고 답했다.

평화, 생명, 소통을 슬로건으로 국내를 넘어 아시아

대표 다큐멘터리 영화제로의 도약을 꿈꾸는 제10회 DMZ 국제다큐영화제는 9월 13일부터 20일까지 고양 메가박스 백석, 메가박스 일산벨라시티, 롯데시네마 파주아울렛점, 김포아트홀, 연천수레울아트홀, 오두산 통일전망대, 캠프그리브스 특별상영관, 임진각 평화누리 캠핑장 등에서 열린다. 이재명 신임 조직위원장이 영화제 기자회견에서 (DMZ국제다큐영화제를) 열심히 지원하고 보호하되, 영화제 운영의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천명한 만큼 올해 초 위기를 겪은 DMZ국제다큐영화제가 다시 비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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