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예능을 대표하던 MBC <무한도전>이 종영된 지 5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13년이란 시간 동안 대한민국 예능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던 <무한도전>의 빈자리는 누구도 쉽게 채우기 힘들만큼 독보적이다. 이 프로그램과 함께 성장해 온 '국민 MC' 유재석의 위상 또한 그렇다.

<무한도전>의 마무리와 함께 새로운 '무한도전'에 나서고 있는 유재석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유재석과 한 몸처럼 여겨졌던 MBC <무한도전>

유재석과 한 몸처럼 여겨졌던 MBC <무한도전> ⓒ MBC


유재석이 마주했던 세 가지 문제

<무한도전> 종영과 함께 유재석은 세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맞닥뜨렸다. 첫 번째는 <무한도전> 그 자체다. <무한도전>은 유재석의 대표 프로그램을 넘어, 유재석 그 자체였던 프로그램이었다. 어떤 프로그램을 론칭해도 <무한도전>의 성공 사례와 비교당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점에서 그에게 <무한도전>은 영원한 축복이자 족쇄가 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기존 프로그램의 노후화다. <무한도전>뿐 아니라 그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 대부분은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장수 프로그램'들이다. SBS <런닝맨>은 쉼 없이 달려온 지 벌써 8년여의 시간이 지났고, KBS <해피투게더>는 출범한 지 무려 17년이 된 작품이다. 아쉬운 것은 이 프로그램들 모두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한도전>이 오랜 시간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고수했던 것에 반해, <런닝맨>과 <해피투게더>는 경쟁작들과의 시청률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해피투게더>의 경우 지상파도 아닌 채널A <도시어부>에 발목을 잡혔다는 점에서 더욱 치명적이다. 국민 MC 유재석의 몸값이나 명성으로 봤을 때 그의 프로그램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견을 달 수 없을 만큼 아쉬운 성적표다.

세 번째는 관찰 예능의 득세로 인한 스타급 MC들의 입지 축소다. 유재석은 오랜 시간 게임과 캐릭터쇼를 가미한 버라이어티쇼 또는 게스트를 포용력 있게 아우르는 토크쇼에서 두각을 나타낸 MC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관찰형 예능'이 예능계의 대세로 떠오르면서 그의 주무기였던 캐릭터쇼와 토크쇼 등이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예능 트렌드를 누구보다 재빠르게 선도했던 유재석으로선 다소 당황스러울 만한 상황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미운 우리 새끼> <동상이몽> <하트 시그널> <전지적 참견시점> 등으로 이어지는 관찰형 예능의 성공은 유재석과 같은 독보적인 스타급 MC가 없어도 얼마든지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줬다. 과거 "무조건 유재석부터 섭외하는 것"으로 시작했던 예능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사생활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유재석으로선 제한적인 선택 반경과 입지 축소가 불가피해진 셈이다.

 유재석의 새로운 도전이 돋보인 넷플릭스 예능 <범인은 바로 너>

유재석의 새로운 도전이 돋보인 넷플릭스 예능 <범인은 바로 너> ⓒ 넷플릭스


유재석이 제시한 '새로운 길'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문제점에 대해 유재석은 지난 5개월간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우선 <무한도전>의 그림자에 대해서는 '쿨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형태를 취했다.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무한도전>의 종영을 농담처럼 거론하며, <무한도전>의 무거운 존재감을 다소 가볍게 만들어 내는 것으로 그는 한 몸처럼 여겨졌던 <무한도전>과 자신을 영리하게 분리했다. '<무한도전>의 끝'이 곧 '유재석이 끝'이 아님을 대내외에 천명한 셈이다.

기존 프로그램의 노후화는 새로운 프로그램의 론칭으로 해결책을 찾은 모양새다. <런닝맨>과 <해피투게더>를 전면적으로 뜯어 고치기는 힘든 만큼 기존 프로그램은 현상유지를 목표로 삼고, 아예 새로운 프로그램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과거 지상파만을 고집했던 그의 행동반경이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로 넓어져 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미 시즌 2까지 성공리에 마무리한 JTBC <슈가맨>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용띠클럽> 등을 제작한 김민석 PD. <무한도전><해피투게더>에서 끈끈한 호흡을 맞춰 온 조세호와 의기투합 하여 tvN까지 진출을 확정했다. 활동 반경을 넓히고, 프로그램을 다양화함으로써 흥행력 제고에 나선 것은 매우 영리한 행보로 보인다. 이미 강호동, 이경규 등이 성공한 전례가 있는 만큼 안정성이 담보된 묘수인 것이다.

더 나아가 그는 '관찰형 예능' 열풍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예능을 선보이는 것으로 자신만의 길을 확고히 제시하고 있다. 넷플릭스 예능 <범인은 바로 너>가 바로 좋은 예다. 유재석이 가장 잘하는 캐릭터 쇼에 드라마적 요소를 강하게 첨가한 <범인은 바로 너>는 지상파 예능이라면 볼 수 없는 신선한 예능이었다. 이것이 넷플릭스와 융합하면서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스타일로 재탄생했다.

그 결과 <범인은 바로 너>는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에 힘입어 시즌 2 제작을 확정하는 등 대중적으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유재석으로선 기존 트렌드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강점을 보완, 발전시키고 과감히 새로운 전달 매체에 뛰어듦으로써 남들과는 차별화 된 길을 개척해 나갔다는 점에서 상당한 기분 좋고 의미 있는 도전이었던 셈이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국민MC 유재석

새로운 도전에 나선 국민MC 유재석 ⓒ 넷플릭스


'유재석의 길'이 곧 '대한민국 예능의 길'

'유재석 위기론'은 2005년 그가 국민 MC로 올라섰을 때부터 매번 지겹도록 반복되어 온 레퍼토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3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재석은 여전히 유재석인 채로 남아있고, 유재석에 대한 대중의 충성도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강호동, 신동엽 등의 라이벌들이 각각의 이유로 부침을 겪을 때도 최정상의 자리를 끝까지 유지한 인물은 유재석이 유일하다.

유재석은 철저한 사생활 관리 뿐 아니라 예능인으로서도 대단히 성실했다. <무한도전>으로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처음을 열었던 그는 <놀러와>와 <해피투게더>로 토크쇼의 전형을 만들었으며, <패밀리가 떴다>와 <런닝맨>으로 완성형에 가까운 캐릭터 쇼를 구축해냈다. 유재석의 프로그램이 곧 대한민국 예능의 방향성을 정립해 왔다는 것을 그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무한도전> 종영 5개월, 이제 그는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예능인으로서의 최전성기를 지나 완숙하고 견고한 모습으로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국민 MC 유재석의 다음 선택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부디 지금껏 그래왔듯이 그가 변함없는 성실함과 유능함으로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기를,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고 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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