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곤 감독선임위원장 대한축구협회가 새로운 감독 선임을 위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 중이다.

▲ 김판곤 감독선임위원장 대한축구협회가 새로운 감독 선임을 위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 중이다. ⓒ 대한축구협회


4년 농사를 좌우할 한국축구의 수장이 아직까지 공석 상태다. 잦은 감독 교체로 2회 연속 16강 진출 실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인 교훈을 되새기고,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대한축구협회는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축구팬들의 높아진 눈높이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지난 1개월 동안 언론을 통해 여러 외국인 감독이 거론됐지만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시안컵 우승, 반드시 이뤄내야할 목표

한국 대표팀의 지향점은 4년 뒤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이다. 4년의 긴 호흡으로 체계적인 플랜과 함께 월드컵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월드컵 다음으로 중요한 메이저 대회는 아시안컵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했다. 그러나 이빨 빠진 호랑이에 불과했다. 아시안컵에서의 성과는 부끄러워할 수준이다. 1, 2회 대회 우승 이후 47년 동안 우승이 없다. 일본이 1990년대 이후 무려 4회 우승(1992, 2000, 2004, 2011년)을 차지하며 한국과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아시안컵까지 5개월여를 앞두고 있다. 9월 있을 코스타리카, 칠레와의 A매치 평가전부터 경쾌한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중요하며, 일단 감독 선임부터 제대로 이뤄져야만 한다.

대회 본선까지 짧은 기간이지만 시간 부족은 핑계일 수 있다. 2011년 대회에서는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일본 대표팀 부임 후 6개월 만에 우승을 이끌었고, 4년 전 한국도 슈틸리케 감독 제체로 결승에 진출했다. 역량 있는 감독이 선임된다면 반세기의 한을 풀어낼 절호의 기회다.

경쟁팀들의 감독들 

물론 아시안컵 우승은 결코 쉽지 않다. 일본, 이란, 사우디 아라비아, 호주, 우즈베키스탄, 아랍에미리트(UAE) 등 쟁쟁한 강호들이 즐비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한 5개국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만 후안 안토니오 피치 감독을 유임했을 뿐 나머지 국가들은 감독 교체를 단행하고 있다.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 감독을 역임하고 있던 모리야스 하지메에게 A대표팀을 겸임하도록 했다. 일본은 이번 러시아 월드컵 16강 진출로 자신들의 축구 철학을 잘 녹일 수 있는 자국인 출신 지도자가 해답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니시노 아키라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지 3개월만에 성과를 내며 눈길을 끌었다.

호주는 베르트 판 마르베이크 감독과 이별을 선언하고, 자국 출신의 그레엄 아놀드 감독을 9년 만에 불러들였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우즈베키스탄은 한 단계 도약할 채비를 갖췄다. 28년 만에 이집트를 월드컵 본선으로 이끈 엑토르 쿠페르 감독이 우즈베키스탄을 맡게 됐다.

또, 과거 잉글랜드 대표팀을 지휘했던 스벤 고란 에릭손은 이집트행이 불발됨에 따라 이라크로 행선지를 틀 가능성이 높아졌다. 두 감독 모두 과거의 명성에 비하면 최근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풍부한 경험과 관록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중국과 아랍에미리트도 각각 마르첼로 리피,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 체제를 유지하며 아시안컵을 준비 중이다.

한국, 케이로스-오소리오-할릴호지치 물망

한국은 신태용 감독과 계약이 만료된 상태다. 대한축구협회는 명망 있는 외국인감독 선임을 우선순위로 놓고 고심 중이다.

김판곤 감독선임위원장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나라의 격에 맞는 감독, 우리의 축구 철학에 부합하는 감독을 선임할 것"이라며 "지난 몇 개월 간 후보군을 만들고 경기와 커리어, 동향을 파악했다. 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는 것이 아니라 우리 철학에 맞는 후보에게 우리가 접근할 것"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아시아 경쟁팀들의 활발한 행보와 달리 한국은 다소 지지부진하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체사레 프란델리,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비센테 델 보스케 등의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모두 성사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감독을 모시려고 시간이 지체되는지 지적한다. 높았던 기대감은 서서히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재로선 3명 정도로 후보가 압축되는 분위기다. 이란과 결별을 선언한 카를로스 케이로스, 멕시코의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전 일본 대표팀 감독 바히드 할릴호지치가 꼽힌다.

케이로스 감독은 이란을 맡은 뒤 탈 아시아급 수비조직력을 완성시키며 월드컵에서 큰 호평을 이끌어냈다. 모로코, 스페인, 포르투갈과 한 조에 속해 1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선전을 펼쳤다.   

오소리오 감독은 뛰어난 분석력과 다양한 전략 전술을 구사한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독일, 한국을 물리치고 멕시코의 16강 진출을 이끈 바 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4년 전 알제리의 16강을 견인할 때 한국을 4-2로 완파하며 충격을 안겨줬다. 축구협회에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약팀을 맡아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는데 정평이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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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감독 오소리오 할릴호지치 케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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