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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 의혹이 계속 불거지는 가운데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 퇴임식이 열리고 있다.  고영한 대법관이 퇴임사를 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 의혹이 계속 불거지는 가운데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 퇴임식이 열리고 있다. 고영한 대법관이 퇴임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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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한, 김창석, 김신 대법관이 1일 오전 서초구 대법원에서 6년 임기를 마치며 퇴임식을 열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한 목소리로 "사법부의 신뢰가 무너지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바로 전날 '사법농단' 의혹 문건이 추가 공개되면서 대법원을 향한 국민적 질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허한 외침이 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날 고영한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저의 부덕의 소치로 법원 가족은 물론 사법부를 사랑하는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다"라면서도 "사법의 권위가 무너지면 법관들이 재판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늦었지만 사법에 대한 신뢰가 더 이상 무너지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고 대법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기에 법원행정처장을 맡으면서 이번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루돼 있다. 그는 사건의 발단이었던 '판사 뒷조사 문건' 관련 법원의 자체 조사 당시 법원행정처장으로 있으면서 핵심 자료들의 제출을 거부했다. 사실상 사법농단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일에 제동을 건 것이다.

최근 검찰이 압수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에는 2016년 법원행정처가 부산 판사 비위 사건을 덮으려고 일선 재판에 개입한 내용의 문건이 나왔다. 고 대법관이 처장으로 재임할 당시 작성된 이 문건에는 고 대법관이 부산고등법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대로 나오면 사법부 신뢰가 무너진다", "부산 법조계가 혼돈에 빠진다"라고 말하고 재판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등장한다.(관련기사: 고영한 현 대법관 '판사 비위 무마 개입' 자료 확보)

그럼에도 고 대법관은 이번 퇴임식에서 해당 사건과 관련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부의 잘못으로 허물어진 부분은 다시 일으켜 세우고 국민들과의 사이에 깊게 파인 골은 메워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뢰를 무너트리는 데 일조한 책임자가 '신뢰 회복'을 강조한 것이다.

김창석 대법관도 "법원이 현재 처한 상황이 안타깝고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고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은 충분히 해명되어야 한다"면서도 "진정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해서라면 사법작용 자체에 대한 신뢰마저 무분별하게 훼손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나라가 기반으로 삼고 있는 법치주의에 대한 믿음이 무너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신 대법관은 그동안 제기된 '재판거래' 의혹을 부인하기 급급했다. 그는 "최근 대법원 재판이 거래의 대상이 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이로 인해 국민에게 실망과 충격을 안겨준 점은 송구스럽다"라면서도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대법관들이 거래를 위해 법과 양심에 어긋나는 재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히 확인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들은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자세를 보였다. 아직도 '지켜야 할 신뢰'가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 의혹이 계속 불거지는 가운데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 퇴임식이 열리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 의혹이 계속 불거지는 가운데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 퇴임식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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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고영한, #양승태, #사법농단, #대법원, #법원행정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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