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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다크투어는 지난 4월 (사)제주생태관광협회, 글로벌이너피스와 함께 '(주)평화여행자'라는 여행사를 설립했습니다. (주)평화여행자는 첫 사업으로 지난 7월, '광주오월민주여성회'와 오키나와 평화기행을 다녀왔습니다. 광주오월민주여성회는 1980년 광주 5.18 민주화항쟁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하시고 이후 구속 등 고초를 겪으셨던 유공자 분들과, 그 뜻에 함께하면서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후배 여성활동가 분들로 구성된 모임입니다. 광주오월민주여성회는 제주다크투어의 첫 참가자 분들이시기도 해서 더욱 뜻깊은 만남이었습니다. 7월 5일부터 8일까지 3박 4일동안 진행된 오키나와 평화 기행 이야기를 3회에 걸쳐 나눠 싣습니다. - 기자 말

[오키나와①] 끔찍한 전쟁이 오롯이 담겨있는 그림
[오키나와②] 전쟁의 기억, 두 개의 다른 동굴

미군기지 건설에 반대해 싸워온지 벌써 20여년이 넘은 헤노코 농성장을 찾았습니다. 전쟁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오키나와에 또 다른 기지 건설은 절대 안된다며 오키나와 주민들은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기지라는 후텐마 기지를 헤노코 연안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에 반대해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4.3의 역사를 갖고 있는 제주에, 해군기지 건설은 안된다며 10년 넘게 싸우고 있는 강정 주민들이 자꾸만 겹쳐 보였습니다.

찌는듯이 더운 날씨, 헤노코 기지 앞에 사람들이 모여 앉아있습니다. 공사 차량이 들어가고 나가는 것을 막는 평화행동입니다. 어쩜 그렇게 강정과 꼭 닮았습니다. 한참 공사가 진행되던 강정마을, 그 앞에서 맨몸으로 국가 폭력에 저항하던 사람들. 그들이 오키나와에도 있었습니다.

 오키나와 사람들에게 연대하는 마음으로 헤노코 기지 앞을 찾은 광주오월민주여성회 회원들
 오키나와 사람들에게 연대하는 마음으로 헤노코 기지 앞을 찾은 광주오월민주여성회 회원들
ⓒ 제주다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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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의 끈질긴 싸움. 지칠법도 한데 평화를 향한 열망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의 터전을, 어렵게 지켜낸 평화를, 우리의 땅을 지켜내기 위한 오키나와 사람들의 싸움. "강정에서는 오키나와를 생각하며 힘내고 있으니 오키나와도 강정을, 제주를 생각하며 힘내주세요" 제주에 살고 있는, 제주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저희는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어찌 보면 평화롭게 살고 있는 우리는 모두, 강정과 오키나와에 큰 빚을 지고 있는걸지도 모릅니다. 현장에서 이토록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사람들 덕분에 그나마 동아시아의 평화가 유지되고 있는거 아닐까요.

 연극배우이신 광주오월민주여성회 회원님께서 연대 공연을 펼쳐 주셨습니다.
 연극배우이신 광주오월민주여성회 회원님께서 연대 공연을 펼쳐 주셨습니다.
ⓒ 제주다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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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 대행진 때마다 제주를 찾아주신 토미야마 선생님과 반가운 만남
 강정 대행진 때마다 제주를 찾아주신 토미야마 선생님과 반가운 만남
ⓒ 제주다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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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특별한 분을 만났습니다. 2차세계대전 당시, 여고생이었던 나카야마 후쿠 선생님은 여자 학도대 소속으로 야전병원터에서 간호 활동을 해야만 했습니다. 이제는 고령이신 나카야마 후쿠 선생님께서 직접 본인의 경험에 대해 야전병원터에서 증언을 해주셨습니다.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기 위해 더운 날씨에도 야전병원터를 찾아주신 나카야마 선생님.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기 위해 더운 날씨에도 야전병원터를 찾아주신 나카야마 선생님.
ⓒ 제주다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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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야전병원. 왼쪽이 병동, 오른쪽이 수술실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당시 야전병원. 왼쪽이 병동, 오른쪽이 수술실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 제주다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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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오키나와에는 학교가 여러개 있었는데 전쟁이 터지자 학도대가 결성되어 남자들은 천황을 위한 학도대, 여자들은 간호대가 되었다고 합니다.  나카무라 후쿠 선생님은 그 중 하나인 히라우메 학도대에서 활동하셨다고 합니다. 위에 사진에 있는 동굴은 자연동굴 같아 보이지만 완전한 자연 동굴은 아닙니다. 수술실로 쓰기 위해 약간 내부를 더 파 들어간 동굴이지요. 전쟁터가 북쪽에 있어서 이곳까지 걸어오려면 3~4일은 걸렸다고 합니다. 그 동안에 이미 상처에는 구더기가 덮이고 새까맣게 변하게 됩니다. 의학적으로는 괴사 했다고 하지요. 옮겨오면 바로 절단 수술을 해야 하는데 당연히 장비도, 약도 부족하니 마취도 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살려달라며 절규하면 군의관이 "너가 군인이냐. 소리지르지 말고 입닥쳐"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전쟁이 한창이었던 5월, 6월은 오키나와 장마철입니다. 물에 젖은 상태에서 침대에 눕고, 갈아입을 옷도 없으니 그냥 그 상태로 동굴 안에 누워있어야 했습니다. 심지어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없어서 소변도, 대변도 그냥 누운 상태로 보아야만 했다고 합니다. 당시 나카야마 선생님은 16살이었습니다.

전쟁이 끝나자 나카야마 선생님은 이런 비참한 체험을 후세에게 경험하게 하면 안되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도 50년 동안은 전쟁에 대해 차마 이야기할 수 없었습니다. 자꾸 그 때 죽은 22명의 친구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라고 하십니다. 선생님은 전쟁이 끝난 후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하셨는데 그 때 아이들에게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오키나와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면 또 전쟁할 수 있구나, 나처럼 전쟁의 한 복판을 경험한 인생을 후세의 사람들은 걸어가면 안되겠다는 마음으로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하기 전, 초등학생 때 일본은 중국과 전쟁을 벌였습니다. 이제 알고보니 중국 대륙이 전쟁터로 변했지만 일본에는 매일매일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들려왔습니다. 진주만 공격 때도 일본은 미국을 공격했다며 기뻐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 때부터, 전쟁의 기운이 일본으로 몰려왔고 학교에서는 더 이상 공부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동굴 파는 작업, 일본군 진지 만드는 작업에 학생들도 동원되었지요.

나카야마 선생님은 3개월이 지나면 90세가 되신다고 합니다. 귀도 어둡고 무릎도 아프지만, 전쟁을 잊어버리면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고 힘주어 말씀하셨습니다. "'나라를 위해'라는 말은 마법의 말입니다. 나라를 위한다면 절대 전쟁은 하지 않습니다. 전쟁은 살인과 파괴입니다. 세계 인류에게 있어서 가장 해서는 안되는 것이 전쟁입니다. 전쟁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지 않으면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날까봐 걱정됩니다. " 나카야마 선생님의 마지막 말씀입니다.

 히메유리 기념관. 히메유리 학도대 출신 사람들과 시민들이 힘을 합해 만들었다.
 히메유리 기념관. 히메유리 학도대 출신 사람들과 시민들이 힘을 합해 만들었다.
ⓒ 제주다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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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경험한 오키나와 사람들의 메세지는 한결같이 명확했습니다. 이 땅에 전쟁은 절대 안된다. 제주 4.3이 일어나기 몇 년 전, 오키나와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의 목소리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은 본토를 방어하기 위해 결호 작전을 만들었고 그 중 하나가 오키나와, 그리고 결 7호가 제주도였지요. 만약 그 때 오키나와가 그렇게 잔인하게 폭격당하지 않았다면, 아마 그 전투기들은 제주로 향했을지도 모릅니다. 이 사실을 아는 제주 사람들은 당시 오키나와 사람들이 제주 대신에 죽었다는 말씀을 하기도 하십니다.

제주 4.3을 기억하고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제주다크투어가 오키나와와 연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프지만 전쟁을 기억해야만 하는 이유를 오키나와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3박 4일의 짧지만 알찬 오키나와 평화 기행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오키나와와 제주의 기억을 잘 이어가고, 평화를 향한 뜻을 새겨나가는 것은 결국 우리들의 몫입니다. 오키나와와 제주의 평화를 위해 앞으로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오키나와 평화공원. 아름다워보이는 이 곳도 저 절벽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다.
 오키나와 평화공원. 아름다워보이는 이 곳도 저 절벽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다.
ⓒ 제주다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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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키나와 평화공원. 저 멀리 평화탑이 보인다.
 오키나와 평화공원. 저 멀리 평화탑이 보인다.
ⓒ 제주다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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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백가윤 제주다크투어 공동대표가 작성하였습니다.

* 기억하고 싶은 길 - 제주다크투어
'제주다크투어'는 제주4·3 평화기행, 유적지 기록, 아시아 등 국가폭력 피해자들과의 국제연대 사업 등 제주 4·3 알리기에 주력하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블로그 주소] blog.naver.com/jejudarkt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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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은 길 - 제주다크투어’는 제주에 위치한 비영리 단체입니다. 제주다크투어는 여행 속에서 제주 4.3을 알리고 기억을 공유합니다. 제주를 찾는 국내외 사람들과 함께 제주 곳곳의 4.3 유적지를 방문하고 기록하며 알려나가는 작업을 합니다. 국경을 넘어 아시아 과거사 피해자들과도 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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