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1 2018’ 20라운드 FC 서울과 경남 FC의 경기에서 2골 1도움 원맨쇼를 보인 경남 스트라이커 말컹

28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1 2018’ 20라운드 FC 서울과 경남 FC의 경기에서 2골 1도움 원맨쇼를 보인 경남 스트라이커 말컹 ⓒ 이근승


FC 서울이 잘 싸웠지만 2연패에 빠졌다. 최종 목표가 K리그1 잔류가 아니라면, 적어도 차기 시즌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따내길 원한다면 말컹과 같은 스트라이커가 반드시 필요하다.

FC 서울은 28일 오후 7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1 2018' 20라운드 경남 FC와 맞대결에서 2-3으로 역전패했다. FC 서울은 지난 22일 인천 유나이티드전 패배의 아쉬움을 털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2골 1도움 원맨쇼를 보인 말컹을 막아내지 못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막을 수가 없었다. FC 서울은 말컹의 순간 번뜩임에 전반 9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다. 안델손(전반 16분)의 멋진 중거리 슈팅과 고요한(후반 2분)의 한 방이 경기를 뒤집기도 했지만, 말컹의 패스를 받은 최영준(후반 9분)에 동점골을 내줬다. 후반 40분에는 다시 한 번 말컹에 통한의 결승골을 헌납하면서,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무서웠다.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나 리오넬 메시처럼 경기 내내 돋보이진 않았다. 볼 터치 횟수가 많지 않았고, 동료들의 지원이 빼어난 편도 아니었다. 그런데 몇 안 되는 기회를 포착하고, FC 서울의 골망을 갈랐다. 군더더기 없는 원터치 패스로 도움까지 올렸다. 어느 누가 말컹을 고등학교 1학년에서야 축구를 시작한 선수로 볼까 싶었다.

말컹은 196cm의 장신이다. 그런데 느리지 않고 빠르다. 힘이 있고 유연하며 연계 플레이도 훌륭하다. 무엇보다 탁월한 결정력을 갖췄다. 자신에게 온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부정확한 크로스나 패스를 득점으로 연결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승리를 가져오는 골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스트라이커 그 자체다.

말컹같은 선수야말로 FC 서울에 가장 필요한 선수다. FC 서울은 심각한 부진에 빠진 시즌 초와 비교해 분명 나아지고 있다. 문전에서 세밀한 패스가 살아나고 있고, 안델손과 조영욱, 에반드로를 앞세운 속도가 힘을 더한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다녀온 뒤 더 빼어난 활약을 이어가는 고요한의 존재도 큰 힘이다.

그러나 전방에서 중심을 잡아줄 스트라이커가 보이지 않는다. 말컹처럼 상대 수비와 끊임없이 싸우면서 시선을 끌어주는 선수가 없다. 측면과 2선에 포진하는 선수들이 빛나는 활약을 보이지만,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 전방에서 힘을 발휘해준다면, 화력이 더욱 불을 뿜을 수 있지 않을까 아쉬움이 사라지지 않는다.

FC 서울의 황금기에는 늘 리그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함께했다. 지금은 라이벌 수원 삼성의 유니폼을 입은 데얀, 전북 현대의 주포로 활약하는 아드리아노가 대표적이다. 데얀은 K리그 최초 3시즌 연속 득점왕(2011~2013년), 유럽 선수 최초 MVP(2012년), 한 시즌(리그) 개인 최다득점(2012년·31골), 외국인 선수 최초 K리그 통산 300경기 출전 등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FC 서울의 꿈이었던 ACL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는 못했지만, 리그 우승에는 앞장서기도 했다.

아드리아노도 마찬가지다. 단일 시즌 역대 최다골(2016시즌·35골)을 기록하며 한국 축구 역사를 새롭게 썼고, FC 서울의 리그 우승과 ACL 준결승 진출에 앞장섰다. 경남의 말컹처럼 전방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스트라이커가 있었기에 몰리나와 세르히오 에스쿠데로, 고명진, 고요한 등 2선에 포진한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있었다.

보얀 마티치, FC 서울 반등의 마지막 열쇠

    28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1 2018’ 20라운드 FC 서울과 경남 FC의 경기에 선발 출전한 서울의 스트라이커 보얀 마티치.

28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1 2018’ 20라운드 FC 서울과 경남 FC의 경기에 선발 출전한 서울의 스트라이커 보얀 마티치. ⓒ 이근승


2018년 FC 서울에는 스트라이커가 없다. 박주영은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인해 출전 기회조차 얻기 어렵다. 올 시즌 새롭게 합류한 안델손과 에반드로는 중앙보다 측면이 어울린다. 2017 U-20 월드컵에서 스트라이커로 활약한 신예 조영욱도 전방보다는 측면과 2선 중앙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

FC 서울은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17일, 세르비아 출신 장신(191cm) 스트라이커 보얀 마티치를 영입했다. 그는 전형적인 타켓형 스트라이커로 힘과 높이를 앞세운 포스트 플레이가 강점이다. 2선 동료를 활용하는 데 능하고, 순간 스피드와 날카로운 슈팅 및 결정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시즌 세르비아 1부 리그에서는 11골을 넣으며 '주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빅리그나 명문 클럽에서 활약한 선수는 아니지만, K리그1에서 통할 수 있는 능력과 재능은 충분해 보인다. 지난 2008년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후 세르비아를 벗어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데얀과 아드리아노의 뒤를 잇는 FC 서울의 스트라이커가 될 것이라 큰 기대를 받는다.

적응이 덜 된 탓일까. 마티치는 지난 25일 '2018 KEB 하나은행 FA컵' 32강전 경남과 맞대결에서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에반드로와 투톱으로 선발 출전해 연장 전반 3분까지 93분을 소화했지만, 구단과 팬들이 기대한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페널티박스 안쪽에서의 움직임이나 수비수와 1대 1 상황에서의 모습이 아쉬웠다.

두 번째 경기가 이날 경남전이었다. 마티치는 FC 서울의 전방을 책임지며 데뷔전에서의 아쉬움을 털어보려 했지만,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문전에서 탁월한 결정력을 발휘한 말컹과 달리, 마티치는 경남 수비에 꽁꽁 묶였다. 윤석영의 크로스를 튕겨 내는 아쉬운 볼 터치만 눈에 들어왔다.

마티치는 올 시즌 FC 서울이 반등할 수 있는 마지막 열쇠를 쥔 선수다. 마티치가 K리그1에 성공적으로 안착해야 FC 서울이 살아날 수 있다. FC 서울은 9위란 순위도 아쉽지만, 20경기 23골의 빈약한 화력이 가장 큰 문제다. 마티치가 전방에서 중심을 잡아야만, 빼어난 2선 공격진과 함께 FC 서울의 반등을 이끌 수 있다.

지독한 무더위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지치는 날씨다. 그런데도 승리를 위해 죽을힘을 다했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경기를 뒤집는 기쁨을 맛본 순간도 있었지만, 자신들에 없는 스트라이커의 존재를 뼈저리게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FC 서울의 부족한 2%는 스트라이커다. 마티치는 FC 서울의 반등을 이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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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컹 FC 서울VS경남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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