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배구 대표팀 '작전 타임'... 2018 네이션스 리그

남자배구 대표팀 '작전 타임'... 2018 네이션스 리그 ⓒ 대한민국배구협회


큰 국제대회에서 실력대로 성적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일수록 운도 어느 정도는 따라줘야 한다. 한국 남자배구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경기 대진표' 때문에 딜레마에 빠졌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극과 극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아시아 최강이자 세계적 강팀인 이란이 당초 방침을 바꿔, 아시안게임에 1군 주전을 내보내면서 고민이 더 커졌다.

2018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지난 5일 남녀 배구 조 추첨과 대진표 구성을 완료하고 참가국 배구협회에 통보했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지난 24일 아시안게임 남녀 배구 대진표와 경기 일정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남자배구는 총 20개팀이 참가한다. 1라운드는 6개 조로 나뉘어 조별 풀리그를 펼친다. A조는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키르기스스탄, B조는 이란, 파키스탄, 몽골, C조는 일본, 카자흐스탄, 미얀마가 편성됐다. 또한 D조는 대한민국, 대만, 네팔, E조는 중국, 태국, 스리랑카, 베트남, F조는 인도, 카타르, 몰디브, 홍콩이 각각 포함됐다. 한국 남자배구의 1라운드 경기 일정은 대만(8.20), 네팔(8.24) 순이다.

'개최국-이란' 2개 조만 특혜... 4개 조 국가들은 피해

남자배구의 2라운드부터 결승까지 대진표는 복잡하고 불공평하게 전개된다. 개최국 인도네시아와 이란에게만 특혜를 주는 대진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2라운드(12강)는 1라운드 6개 조의 1~2위까지 12개 팀이 오른다. 그리고 1라운드 각 조의 1위와 추첨을 통해 결정된 다른 조의 2위가 단판 승부를 벌여, 승리한 6개 팀이 4강 직행 또는 6강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한다.

문제는 4강 직행 자격이 1라운드 성적과 상관없이 무조건 A조와 B조 팀들에게만 부여된다는 점이다. 다른 대진 방식으로 얼마든지 이런 불합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음에도 사실상 특혜를 준 것이다.

때문에 인도시네아가 포함된 A조 1위와 이란이 포함된 B조 1위는 2라운드(12강)에서 승리하면 곧바로 준결승(4강)에 직행한다. 그러나 나머지 C, D, E, F조 1위는 2라운드에서 승리해도 승리한 4팀끼리 6강 플레이오프 형식으로 한 번 더 경기를 펼쳐야 한다. 여기서 승리한 2팀이 준결승에 오른다. 결국 A, B조 1위는 12강-4강-결승으로 3경기를 치르지만, C, D, E, F조 1위는 12강-6강-4강-결승으로 4경기를 해야 한다.

국제대회에서 이런 대진 방식은 비판 소지가 다분하다. 또한 여자배구 대진표가 8강-4강-결승으로 간결하고, 모든 팀에게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진행되는 것과도 대조된다.

D조 1위 해도 '최악 대진표'... 2위는 '최악 또는 최상'

한국 남자배구는 1라운드에서 D조 1위를 해야 할지, 2위를 해야 할지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1위를 할 경우 대진표와 객관적인 전력으로 볼 때 6강 PO에서 일본, 4강에서 최강 이란을 연달아 만날 가능성이 높다. 한 마디로 '최악'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D조 2위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최악과 최상이 공존한다. 추첨을 통해 2라운드(12강) 상대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최악은 2라운드에서 이란 등 강호를 만날 경우다. 조기 탈락의 우려가 있다.

최상은 2라운드에서 A조 1위와 만나는 경우다. A조는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키르기스스탄으로 약팀으로 구성됐다. 특히 A조 1위에게 승리하면 6강 PO도 없이 4강으로 직행하고, 결승까지 이란도 피해갈 수 있다.

F조 1위와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 F조도 비교적 약팀들이다. 이 경우에는 6강 PO에서 중국을 만날 가능성이 높지만, 2군이 출전한 중국에 승리하면 4강은 이란을 피해 약팀과 대결한다. 결승 진출이 유리해진다. 다만, A조 또는 F조 1위와 만나는 건 추첨 운이 좋아야 가능한 일이다.

남자배구, AG 성적과 상관없이 '전면 혁신' 시급

물론 가장 좋은 건, 경우의 수를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실력을 갖추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남자배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예선전과 올해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에서 나타난 참담한 결과에서 보듯 국제 경쟁력에 위험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올 시즌 V리그 남자배구 흥행에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배구 팬들이 수긍할 만한 투지와 경기력을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

분명한 건 한국 남자배구가 더 이상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국제대회를 통해 세계 배구와 모든 면에서 격차가 벌어졌고, 갈수록 더 커질 것이라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남자배구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20년 가까이 올림픽에 출전을 못하고 있다.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세계예선전조차 세계랭킹 점수 관리를 잘못해서 참가 자격이 없다.

아시아에 4장이나 본선 티켓이 주어지는 세계선수권도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오히려 아시아 중위권 팀에게도 패해 망신을 당했다. 지금 상태로 계속 가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아시안게임 이후에는 남자배구 대표팀의 미래와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해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설사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다고 해도 이 점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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