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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대화하는 법을 가르치는 시간만 되면 나는 방어적인 자세가 된다. 대화하는 법을 가르치면서 몇 가지 기준을 설명하다보면 일단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이런 대화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모습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대화를 할 때 공손성의 원리를 지켜야한다, 상대방으로부터 존중받는 느낌이 들어야한다.' 이렇게 설명을 하면서도 심장이 두근두근 뛴다.

사람들이 살면서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중 무엇을 가장 많이 할까? 어느 것이 비중이 높을까? 사람마다 차이는 다르겠지만 나는 듣기와 말하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가장 많이 하는, 하고 있는 분야이니까. 하지만 막상 우리는 어떻게 대화를 해야하는지 배운 적이 없다. 나역시도 학생 때 화법이라는 과목이 있었지만 수능 체제 하에 지식으로써 말하기와 듣기를 배웠다. 또 선택과목이었기에 교과서를 펴 본 적도 없다.

물론 국어 뿐 아니라 영어도 마찬가지였다. "How are you?" "I'm fine. thank you. and you?" 이렇게 정해진 질문과 답이 있었고 우린 그 대답을 외웠다. 그리고 영어를 학교에서 배우지 않게 되고서야 나는 저 영어 대화가 "What's up?" 정도로 회화에서 쓰이는 것을 알았다. 나에게 "무슨 일이야?"라고 묻는 줄 알고 한참을 당황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내가 학교 다니던 그때가 참 읽기, 쓰기 교육 위주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항상 안부의 대답은 나는 괜찮다였다. 괜찮지 않은 날이 많았음에도.

내가 대화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은 담임을 하면서 였다. 학기 중반일 때 자녀가 왕따를 당하는 것이 아닌지 문의를 하는 학부모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그 당시 미디어에서 왕따 당하는 아이에 대한 사건이 보도되고 있었기에 학부모의 전화는 심각했다. 우선 진위여부 확인을 위해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성적이 떨어졌고 아이가 집에 오면 방으로 들어가서 말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성적도 떨어지고 말을 하지 않으니 부모님은 혹시 아이가 왕따를 당하지는 않나 두려웠고 아이에게 직접 물을 수 없어서 담임교사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나는 그 학생의 학교생활을 떠올렸다. 충격적이었다. 이 아이가 집에 가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니. 우리반에 가장 말 많고 까불까불하는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부모님께 학교생활을 말씀드리고 다시 면밀히 관찰하겠다고 말씀드리고 학교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그 학생은 밝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있었다.

이런 과정을 몇 차례 더 겪으면서 부모와의 대화의 특징을 알게 되었다. 방문을 닫고 들어가는 아이가 집에서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할까? 대부분은 공부와 관련된 것들이었고 학교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있으면 부족한 학생이 있기에 그 이야기를 피하고자 한다는 것과 아이들은 부모님의 이야기를 잔소리로 받아들이고 대화를 원천 차단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말하는 것은 이것이다. 공부 외에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고민을 나누고 싶다. 그런데 부모님은 항상 그 이야기로 마무리 지으려 한다는 것이다. 비교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런 말을 한다. 어른들 입장에서는 답답할 것이다. 공부는 중요하고 시간은 부족하고 학원을 가고 돌아오면 10시가 되니 이야기 할 시간도 없고 아이들은 놀고만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이 있다. 우리 어릴 때를 떠올려보자는 것이다. 학원을 다니지 않았고 오후에는 부모님 일을 돕고 놀이터에서 놀고 있으면 부모님이 우리를 찾으러 왔다. 그리고 점점 학원이 생겨났고 휴대폰이 우리의 일상을 강하게 자리 잡았다. 근데 만약 우리가 매일 학교와 학원에 갇혀 공부만 했다면 어땠을까? 답답하지 않았을까?

나도 퇴근을 하고 오면 아이를 3-4시간밖에 보지 못 한다. 그래서 어머니께 오늘 우리 아이가 무엇을 했는지를 묻고 듣는다. 그리고 집에 오면 아이가 돌변한다. 나에게는 엄마라서 더 화내고 투정을 부린다. 그 마음을 깊이 보면 왜 이제야 왔냐는 것이다. 졸린 아이는 나에게 짜증을 더 부린다. 그러면 나는 하루의 피로가 몇 배가 된다.

그러다 아이가 나에게만 손으로 세게 때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고민을 했다. 아이는 왜 그럴까.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 아이는 내 반응 속도가 느린 것에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이 때리는 것이었다.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으니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청소년기의 아이들도 똑같다. 말을 하기 싫다의 의사표현이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화를 내는 것이다.

청소년기의 뇌는 엄청난 변혁을 맞이한다. 지금껏 쌓아온 시스템을 재정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또한 신체적으로도 성장이 빨라져 피곤함을 쉽게 느낀다. 그래서 잠도 많고 힘들어한다.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하다. 그런데 매일 학교와 학원을 오가고 있다. 나도 공부도 안 하면서 당연히 서울대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에게 대학은 먼 미래이다. 지금 당장이 힘들다. 그리고 정작 본인이 무엇을 해야할 지도 모르고 어떤 직업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공부를 하라는 부모님과의 대화는 피하고 싶은 것이다.

대화, 주고 받는 것임을 항상 염두해 두고 몇 가지 규칙을 정하고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 내가 교사로서 아이들과 대화할 때도 대화를 힘들어하는 부모님께도 말씀드리는 것이다.

1. 자녀가 아직 아이임을 잊지 말 것!
어른들의 세계에서 겪게 될 걱정을 아이들에게 말한다고 들리지 않는다. 우리도 그 나이에 그랬다. 누군가가 그런 이야기를 해줬다고 아~ 그렇구나 들었을까? 어릴 적 자신을 빨리 떠올려보면서 아직 청소년이고 아이임을 잊지 말고 지금의 고민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 주어야 한다.

2. 대화의 비중을 맞추자!
부모님과의 대화에서 아이가 얼마나 말하고 있는지를 체크해 보아야 한다. 대화가 10인데 9를 부모님이 말하고 있지 않은지 꼭 생각해 보고 아이가 왜 말하지 않을까를 고민한다.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게 표현하는 것도 중요한 대화방법이다. 그런데 듣기만 하는 아이가 과연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맺을 수 있을까? 가정에서 대화를 잘 하는 아이들이 대화를 차분하게 잘 한다.

3.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들어본다.
휴대폰을 하는 아이, 노는 아이, 자는 아이, 무기력한 아이, 다 이유가 있다. 그런데 그것을 어른 입장에서 이야기 하지 말고 일단 들어보고 그 다음에 어떻게 하면 좋을 지를 스스로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렇게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의 견해 혹은 '그럼 이렇게 되면?' 정도의 반문을 하고 기다리자. 스스로 생각을 하지 않는 아이는 결국 나이 들어서도 엄마와 아빠가 없으면 일을 해결할 수 없다.

4. 쓸데 없는 이야기가 가장 쓸데 있는 이야기다!
자녀가 좋아하는 것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자녀가 싫어하는 것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 잘 모르신다. 어떤 연예인을 좋아하는지. 왜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이 좋은지.  어떤 선생님이 좋은지, 엄마에게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요즘은 어떤 책을 읽는지, 휴대폰으로 가장 많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쓸데 없는 이야기가 아이의 하루고 일상이고 현재이다. 이런 내용을 모른다면 실은 대화를 한 것이 아니라 부모님이 잔소리를 한 것일 수 있다.

5. 함께 하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나가자!
대화가 조금씩 늘고 있다면 이제는 시간을 늘려서 함께 놀고 작은 칭찬을 구체적으로 해 주자. 칭찬은 구체적일수록 좋다. 시간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난다.

6. 아이의 생각에 판단이 아니라 질문을 많이 해주자.
아이의 생각에 의문이 들면 질문을 많이 해주고 감정으로 이야기를 해준다. '00이 --라고 이야기했는데 엄마는 솔직히 많이 놀랐어.' 이런 식으로 감정을 이야기하고 그 감정에 대한 생각을 풀어서 이야기 한다. 그리고 아이에게도 어떤 생각이 드는지 감정으로 많이 물어봐주었으면 좋겠다.

7. 부정적인 말은 줄이고 부모도 잘못은 인정하고 사랑한다 고맙다는 말 많이 하기.
'--는 못생겨서 그래, 공부를 못하니까 그렇지,' 등 자신의 자녀에게 농담이라도 부정적인 말로 상처를 주지 말았으면 좋겠다. 실은 부모는 정서적 지지자다. 실패해도 돌아올 수 있는 든든한 백이다. 그런데 그 부모로부터 부정적인 말을 특히 외모, 성적 등의 소재로 하는 말은 큰 상처로 돌아온다. 만약 부정적인 부분을 고쳐주고 싶다면 일단 그 부분에 대한 아이의 생각을 다 듣고 부모로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표현해 주어야 한다.

장난도 아이에겐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잘못한 것은 바로 인정하자. 이게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 부모가 사과를 하지 않는 아이들은 그 아이들도 사과를 잘 안한다. 왜냐하면 사과를 하면 자신이 무너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이 3가지 말이 우리 아이와의 관계를 가깝게 해주고 또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과 관계에서도 가장 중요한 말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은 이상이라고. 하지만 나는 몇몇 학부모님들과 아이들을 바꿔 나가고 있다. 눈을 보지 못하고 피하던 나의 제자는 이제 눈을 똑바로 보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성인이 되었다. 또 짜증만 내던 아이가 집에서 웃기도 하였다. 아이는 성장 중이다. 답답하고 느리겠지만 그것을 기다리면 대화하는 가족이 될 수 있다. 나를 잘 돌아보자. 나도 느렸고 우리 아이도 그렇다. 느린 아이들과 대화를 해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면 아이도 어느새 자라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함께 목표를 설정해 나가면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태그:#대화, #자녀교육, #교육, #공감,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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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식에서 더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열심히 사는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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