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딜 수 없는 더위가 수일 째 이어지고 있다. 등골 서늘해지는 공포영화가 여름에 개봉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공포영화만 등골 오싹해지는 건 아니다. 가령, 유튜브에 잘 정리된(?) 가수들의 음향사고 영상을 보면서도 더위를 식힐 수 있다.

프로 가수에게 실수나 음향사고는 당사자에겐 모골이 송연해지는 경험이지만 보는 이들에게 이런 '일탈'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다가와 그 가수를 더 좋아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가수들은 무대에서 음향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할까?

무반주 가창, 실력으로 위기 모면

임창정, 정규 13집 ' I'M' 발표  가수 임창정이 5일 오후 서울 합정동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정규 13집 < I'M >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타이틀곡 '내가 저지른 사랑은'을 열창하고 있다. 

오랜 시간 곡들을 선별하고 임창정이 직접 프로듀싱에 나선 < I'M >의 타이틀곡인 '내가 저지른 사랑은'은 지난 해 '또 다시 사랑'을 함께 만든 멧돼지와 또 다시 공동작업한 발라드 곡이다.

▲ 임창정 ⓒ 이정민


많은 관객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무대 위에서 예기치 않게 반주가 끊기는 음향사고가 났을 때 당신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아니면 마이크가 갑자기 먹통이 된다면? 앉아서 지켜보는 사람도 당황스러운데 무대 위 당사자는 말할 필요도 없겠다. 실제로 많은 가수들이 이런 경우에 부르던 노래를 멈추고 상황이 복구되면 처음부터 다시 부르거나 끊긴 곳부터 다시 노래한다.

하지만 어떤 가수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부름으로써 관객을 매료시킨다. 그냥 무반주로 부르는 것이다. 가창력과 여유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대처법이 아닐 수 없다. 임창정은 한 무대에서 반주가 늘어지자 늘어진 반주에 맞춰서 장난스럽게 잠시 부르다가 차라리 MR을 켜지 말아달라고 관계자에게 말했다. 그런 후 무반주로 '내가 저지른 사랑'을 마저 부르며 음향사고를 가창력으로 무마해버렸다. 연륜이 느껴지는 대목인데, 아이러니한 건 오히려 반주가 있을 때보다 노래가 주는 감동이 배가 됐다는 점이다.   

홍진영은 행사의 여왕답게 돌발상황이 발생하자 신속하게 문제 파악 나섰다. 굉장히 적극적인 유형이다. MR이 멈추자 관객에게 '잠시만요' 하고 먼저 양해를 구한 후 관계자에게 다가가서 어떤 상황인지 물은 다음 "전기가 달려서 스피커가 출력을 못 따라온다고 한다"고 상황을 관객에게도 알려줬다. 그러면서 "그럼 무반주로 한번 불러볼까요?" 하고 특유의 애교로 관객에게 제안한 후 관계자에게 "마이크 리버브(에코) 효과를 달라"고 주문하는 프로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무반주로 '엄지척'을 불러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끌어냈다.

관객의 대처가 가수를 리드하는 경우도 있다. 이수는 음향사고가 나자 노래를 처음부터 다시 부르려고 했지만 객석에서 갑자기 떼창으로 노래를 이어가자 여기에 힘을 얻어 무반주로 불렀다. 오히려 MR 없이 노래하니 실력의 진가가 더 드러났다.

이하이 역시 연세대학교 축제에서 MR이 끊겼지만 학생들이 먼저 떼창해주자 함께 무반주로 노래했다. 손승연도 마찬가지다. 행사 도중 음향이 멈추었지만 당황함 없이 노래를 멈추지 않고 부드럽게 무반주로 이어갔다. 계획된 건가 싶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대처였지만 관객은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박수로 박자를 맞춰주는 센스를 보였다. 이렇듯 가수와 관객이 함께 노래하거나 박수소리가 반주를 대신할 때 오히려 감동적인 무대가 펼쳐지곤 한다. 돌발 상황이 오히려 예기치 못한 선물이 되는 셈이다.

무대 위 별별 사고

의상사고 지난 2016년 비투비 민혁이 M2에 출연해 과거의 자신에게 무전으로 당부사항을 일리고 있다.

▲ 의상사고 지난 2016년 비투비 민혁이 M2에 출연해 자신에게 무전으로 미래의 당부사항을 일리고 있다. ⓒ Mnet


아이돌의 경우는 무대에서 안무를 하기 때문에 음향사고 외에도 다양한 사고에 노출된다. 춤추다가 주먹으로 멤버의 머리를 가격하기도 하고, 신발이 벗겨져서 한쪽 발은 양말만 신은 채 마저 안무를 추기도 한다. 이 정도는 약과다. 갑자기 터지는 폭죽에 놀라서 노래 중에 "악"하고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 꽃가루가 너무 많이 내린 바람에 카메라에 얼굴이 안 보이는 경우도 있다.

남자 아이돌은 바지가 터져서 속옷이 노출되자 급히 수습하는가하면 안무 중에 멤버의 셔츠를 찢어서 의도치 않게 복근을 공개시켜 팬들로부터 감사인사(?)를 받기도 한다. 포즈를 취하며 기댔다가 무대 세트가 내려앉기도 하고 밴드의 경우 건반 지지대가 내려 앉아 허리를 숙여서 연주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오래된 일이지만, 휘성은 한 남자가 갑자기 무대에 뛰어 올라와서 날아차기를 하는데도 그걸 피해서 계속 노래하는 장인정신(?)을 보이기도 했다.

돌발상황은 아무래도 혼자일 때보다 팀일 때가 확실히 덜 당황스럽기 마련이다. 얼마 전 위너는 인천의 한 행사 무대에 섰다가 한 번도 아닌 연이은 음향사고를 당했다. '아일랜드'를 부르다가 반주가 멈추자 리더 강승윤은 "이참에 인사를 하자"며 멤버 한 명 한 명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멤버가 4명이니 시간을 버는 것도 혼자일 때보다 유리했다. 그런데 다시 노래를 시작하자 스피커에서 김이 나며 또 노래가 멈추었고 이승훈은 "우리가 계속 노래를 할 수 있을까요?" 하고 재치 있게 관객과 소통했다. "이런 일 있을 수 있다", "사람뿐 아니라 기계도 더위를 먹는다"며 강승윤이 말하자 진우는 "그럴 수 있죠"라고 맞장구치며 수습을 도왔다. 팀워크는 위기에서 더 빛났다.

'현실남매' 악동뮤지션은 행사장에서 노래 중에 마이크가 안 나오자 하나의 마이크로 사이좋게 나눠부르며 위기를 모면했다. 그런데 '사이좋게' 부르는 건 우리 콘셉트가 아니란 듯 이들은 손바닥으로 서로의 얼굴을 막은 채 노래해 관객에게 웃음을 안겼다. 심각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유쾌하게 뒤집은 위트 있는 대처였다.

무대 위에서 사고는 언제든 날 수 있고 이런 경험이 당사자들에겐 무대공포증이나 트라우마로 연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또 어떤 경우에는 이렇듯 관객과 더 소통할 수 있는 기회, 가창력의 진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 가수와 관객 모두에게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정규 2집 < EVERYD4Y >로 활동 중인 위너

▲ 위너 ⓒ YG Entertainment



음향사고 무대사고 방송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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