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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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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과 본심

만년필이 꽤 여러 자루가 있지만 어떤 만년필은 있는 줄도 모르다가 어느 날 서랍에서 발견하고는 "이런 만년필이 있었어?" 합니다.

때로는 동무와 어떤 약속을 합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습니다. 어기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깜박 잊어버렸다며 변명을 합니다.

만년필은 벼르고 별러 샀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고 동무와의 약속은 처음부터 지킬 마음이 없었던 인사치레로 했던 약속이었지요. 이게 나의 본심입니다.

본심이 이러니 만년필은 정이 안 갔고 서랍 속에서 뒹굴었습니다. 그리고 잊혀졌습니다. 친구와의 약속도 인사치레로 한 약속이었으니 지켜질 리가 없습니다. 바로 망각입니다.

그런데, 만나본 적도 없고 밥 한 끼 같이 먹어본 적이 없으며 가져본 적도 없는 그 무엇 때문에 몸살을 앓습니다. 돌아가신 지 수십 년 된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 같기도 하고, 또 그것들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닮기도 했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고백입니다만 그것은 바로 '문학'입니다. 그렇다고 그 문학을 위해 눈에 보이는 애를 써본 적은 없습니다. 바로 신춘문예라든가 그 어느 곳에도 내 글을 발표해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도 그런 일에는 별로 관심은 없습니다만 나름대로 노력은 합니다.

사람 만나기를 아낍니다. 혼자 있기를 좋아합니다. 이번 나흘 동안의 휴가 중 반나절은 사돈 병문안을 다녀왔고 목욕탕 두 번 다녀온 게 다입니다. 그리고 하루 5시간의 잠을 자며 책을 읽었고 글을 썼습니다.

오마이뉴스에 '딸에게 부치는 편지' 80여 편을 넘게 썼지만, 원고료가 50만 원 정도밖에 안 됩니다. 문학이 돈이 안 된다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러나 내 글이 활자화되고 남에게 읽힌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찼습니다.

노자 도덕경을 공부하며 아내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단 한 사람의 청중인 아내를 앉혀놓고 3년여에 걸쳐 81장 끝까지 강의한 적이 있습니다. 끝까지 들어준 아내가 대단합니다.

문학을 좋아하는 만큼 문인들을 사랑합니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어느 시인과 말다툼을 하다 차단당했지만, 나는 지금도 여전히 그의 시집을 동무들에게 선물해가며 그의 시가 많이 읽히기를 바랍니다.

이것은 내가 그 시인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문학을 아끼고 시를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딸들은 아버지를 사랑했거나 미워했거나 상관없이 아버지를 닮은 남자를 만났을 때 편안하다고 합니다. 나는 문학이 뭔지 모릅니다. 그런데 문학은 딸들이 아버지 닮은 남자를 만나 편안함을 느끼듯 그런 식으로 나에게 다가옵니다.

문학에 대한
쓸데없는 나의 호기심이 사라지는 순간
나 역시 이 세상 사람이 아닐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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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단어로 짧고 쉽게 사는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http://blog.ohmynews.com/han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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