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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부모님께 전화할 때마다 항상 묻는 안부가 있다.

"오늘은 마니 어야 갔어?"

마니는 우리 집 반려견 이름이다. 피부에 알러지가 있는 마니는 간식을 못 먹는다. 먹는 낙이 없으니 산책이 유일한 낙이라면 낙이다. 그것도 미세먼지가 심한 날, 너무 더운 날, 너무 추운 날, 비 오는 날을 제외하면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만 나갈 수 있다.

마니가 온종일 '어야(산책)'을 기다리는 개이기에, 내가 이렇게 전화로라도 '특별관리'를 해줘야 한다. 답도 못하는 마니를 바꿔달라고 해서 "마니야! 엄마한테 어야 가자고 해! 어야! 어야!"라고 한다. 그러면 마니가 신이나서 뛰기 시작하고, 엄마는 마니를 달래려고 반강제로 산책을 가야 했다.

산책을 더 하자고 조르는 강아지
 산책을 더 하자고 조르는 강아지
ⓒ 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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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부터는 비가 오거나 너무 더워서 산책을 자주 못 나갔다고 들었다. 내가 직접 반려견 출입이 가능한 대형 쇼핑몰에 마니를 데리고 가보기도 했지만, 애견 동반입장이 가능한 식당을 찾기가 힘들었다. 결국 쇼핑도 산책도 이도저도 아니게 됐다.

마니의 산책 때문에 고민하던 어느 날. TV에서 방송되는 내용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반려견 놀이터, 반려견 수영장 등에서 개들이 목줄 없이 마음껏 뛰어노는 장면이었다.

곧바로 지역에서 운영하는 반려견 놀이터를 찾아봤다. 상암월드컵경기장 쪽에 놀이터가 있었다. 마포구청에서 관리하는 이곳은 관리가 잘 돼 깨끗할 뿐만 아니라 무료였다. 하지만 서 있기만 해도 피부가 익는 듯한 요즘 같은 무더위에 털뭉치들과 뛰어다녀야 한다니. 야외 운동장은 폭염 경보가 지속되는 요즘 날씨에는 맞지 않았다.

떠나자, 반려견과 수영하러

이번엔 반려견 수영장을 알아봤다. 경기 고양시에서 한 곳을 발견했다. 비록 입장료를 내야 했지만 수영장과 잠깐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 차양막이 완비된 곳이었다. 문과 벽이 모두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어 개가 혼자 나가 뛰어 놀아도 앉아서 지켜볼 수 있는 구조였다. 집에서 먹을거리와 간식을 가져와 테이블에서 먹어도 되고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수 있었다.

창 밖으로 훤히 보이는 애견 운동장 풍경
 창 밖으로 훤히 보이는 애견 운동장 풍경
ⓒ 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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갔는데 막상 같이 놀 개가 없으면 어떡하지 싶어 업체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을 좀더 찾아봤다. 우리가 가는 날에 방문예약을 신청한 글이 10개 이상 올라와 있는 걸 보고 안심할 수 있었다.

남편과 친정 엄마를 데리고 반려견 수영장으로 이동하는 40분 동안 마니는 애견시트에서 자꾸 몸을 들썩였다. 수영장에 들어서며 차 속도를 줄이자 뭔가 눈치 챈 듯 낑낑 소리도 냈다. 마니만큼 우리도 신나고 기대가 부풀었다.

막상 입구에 도착하자 마니는 쭈뼛댔다. 수영장 사장님이 우리를 맞으러 나와 능숙하게 안내했다.

"가족 분들 들어오세요. 개는 알아서 따라와요. 이용요금은 나갈 때 내시면 됩니다. 여기서부터 목줄 풀어주셔도 돼요."

놀고 있던 반려견 두세 마리가 다가와 마니에게 아는 척하며 냄새를 맡았다. 가까이 서 본 수영장은 웬만한 대형 펜션에서 운영하는 공용 수영장처럼 컸다. 물이 성인의 허리 높이까지 와서 아주 큰 대형견도 발이 잘 닿지 않을 정도였다.

이곳에는 대형견부터 소형견까지 약 열댓 마리 정도가 있었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이 수영장 안에 들어가 있었다. 2~3킬로그램이 될 법한 작은 요크셔테리어와 시츄가 개헤엄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녔고, 주인들은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함께 즐기는 모습이었다.

우리도 일단 실내에 들어가 테이블에 짐을 놓고 자리를 잡았다. 수돗가에는 반려견을 씻길 수 있는 샴푸와 샤워기가 두세 개 비치됐고, 물그릇도 있었다. '우리 마니도 수영을 할 수 있을까?' 호기심에 바로 수영을 시켜보기로 했다.

마니가 바로 수영장에 들어가려하자 사장님이 '마니는 일단 간단히 물샤워 하고 오세요'라고 일러줬다. 반려견이 수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지켜야 했다. 첫째, 운동장에서 배변하고 오기. 둘째, 깨끗하게 씻고 들어오기. 간단히 물샤워 한 마니를 데리고 수영장 데크로 들어가니 사장님이 설명을 이어갔다.

"보호자 분이 마니를 안아서 멀~리 데리고 가세요. 더 멀리~ 더 멀리~ 이제 거기에 내려놓으세요." 

사장님은 계속 마니에게서 멀리 떨어지기를 주문했다. 주인이 가까이 있으면 마니가 더 힘들다고 했다. 수영이 처음인데, 구명조끼도 안 입혔는데... 잠시 망설였지만 사장님의 확신에 찬 안내가 내 불안을 달랬다. 마니는 정말 기특하게도 수영을 잘 했다.

자유롭게 뛰어노는 반려견들... 왜 뭉클하지

수영장에서 노는 강아지들
 수영장에서 노는 강아지들
ⓒ 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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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개는 다른 가족들에게 온갖 참견을 하며 돌아다니는 반면, 어떤 개는 주인이 테이블에서 안 움직이면 꼼짝도 안 했다. 우리 집 반려견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즐기길 바랐지만, 마니는 후자였다. 공을 던져도 관심이 없었다. 집에서는 그렇게 던져달라고 조르더니만. 대신 같이 달렸다. 마니는 내가 달리면 같이 달리고 멈추면 멈췄다.

내가 달리니 옆에 있는 개 한두 마리도 같이 달렸다. 신이 난 개들은 속도 조절을 못 해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을 쫓아가기도 하며 마구 놀았다. 그 모습이 괜히 뭉클했다. 목줄 없이 달리는 개들이 자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목줄 없이 신나게 달리는 강아지
 목줄 없이 신나게 달리는 강아지
ⓒ 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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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었던 털은 운동장에서 달리는 동안 마른 이불처럼 저절로 뽀송뽀송해졌다. 몇몇 보호자들은 수영을 마친 반려견을 씻긴 다음 펫드라이룸에 넣어 털을 말렸다. 젖은 털을 말려주는 기계인 펫드라이룸은 유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점심시간. 오전보다 사람이 더 늘어났다. 짜장면과 탕수육을 배달시켜 먹으려고 실내로 들어왔다.  바깥에서 놀던 개들도 가족과 함께 실내로 들어와 옆 테이블, 뒷테이블을 기웃거리며 어울렸다.

식사 후 30분 정도 미친 듯이 뛰어다니다 지친 우리는 결국 들어온 지 두 시간 만에 이곳을 떠나기로 했다. 사장님은 우리에게 "왜 이리 일찍 나가나, 다들 한참 놀다 가는데..."라고 했지만 더 있을 기력이 남아 있질 않았다.

이곳 수영장 입장료는 반려견 1만5000원, 보호자 5000원. 운동장 요금은 별도(반려견 5000원, 보호자 5000원)였다. 저렴한 금액은 아니지만 사람 세 명과 개 한 마리가 함께 누린 즐거움을 생각하면 돈이 아깝지 않았다.

수영장을 나서며 마니에게 다시 목줄을 채웠다. 우리 집 반려견 마니가 오늘처럼 자유롭게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기를 바라본다.

신나게 놀고 잠이 든 강아지
 신나게 놀고 잠이 든 강아지
ⓒ 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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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놀고 잠든 강아지
 신나게 놀고 잠든 강아지
ⓒ 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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