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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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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로 조심스레 흙을 팝니다. 진한 갈색의 흙 밑에서 노란 얼굴이 드러납니다.

생애 첫 텃밭 가꾸기를 통해 감자를 수확했습니다. 귤만한 크기부터 땅콩만한 크기까지 다양합니다. 역시 기대가 낮으면 만족이 큰 법. 근래 비가 많이 와서 다 썩진 않을까 노심초사했었는데 다행입니다.

육아휴직 중인 3개월 차 육아빠로서 조신하게 이유식을 만듭니다. 처음으로 신선한 감자가 들어간 요리입니다. 껍질 벗긴 감자를 한 조각 맛보았는데 달콤한 맛이 납니다.

다음으로 알이 가장 굵은 감자 두 개를 골라 아내를 위해 닭갈비를 만듭니다. 저는 엄청 맛있게 먹었는데 아내는 별 반응이 없습니다. 요리 연구를 더해야겠습니다. 같은 땅에서 같은 햇빛과 같은 빗물을 머금었는데 감자는 제각각 자랐습니다. 같은 조건에서도 잘 자란 놈들이 대견해 보입니다. 인생역전의 자기계발서를 보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큰놈들이 작은놈들의 양분까지 다 빨아먹은 건 아닌지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자본주의의 민낯 같다고 해야 할까요. 우리 아이는 '헬조선'이라고 부르는 대한민국 땅에서 어떻게 자라갈까요? 그에 앞서 저는 부모로서 아이에게 어떤 밭이 되어줄 수 있을까요?

동그란 아이의 머리를 보니 꼭 감자 같습니다. 우리 아이는 약자를 위해 더 크게 나눌 수 사람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태그:#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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