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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사람들은 과거보다 점점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 우리는 마녀사냥을 당하지도 않고, 재산권을 전제 군주에게 억압받지도 않으며,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오래 장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어떤 배경에서 등장한 것일까?

어떤 사람은 종교나 종교인이 사람들의 존엄을 보호하는데 노력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정치적인 제도의 변화가 합리적인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각자의 생각은 자유지만, 인류 역사에서 과학과 이성이 도덕에 끼친 영향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 있다.

 도덕의궤적
 도덕의궤적
ⓒ 마이클셔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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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의 궤적'은 종교가 아닌, 과학과 이성이 인류를 진리와 정의로 이끌었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본인의 SNS에서 '주말독서'의 대상이라고 소개한 책이기도 하다.

저자인 마이클 셔머는 과학자이자 과학 작가다. 과학의 최전선에서 사이비 과학, 미신에 맞서 싸워온 사람이다. 미국에서 과학 운동 단체 스켑틱 소사이어티(Skeptics Society)를 설립했고, 회의주의 과학저널 '스켑틱(skeptic)'을 창간하여 현재까지 편집장을 맡고 있다.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과학과 합리성의 발달이 인간의 역사를 더 도덕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한다. 그 근거를 전개하기 전에, 저자는 우선 도덕적 진보에 대해서 규정한다. 감응적(sentient)이란 감정, 지각, 감각, 반응, 의식이 있어서 느끼고 고통 받을 수 있음을 말한다. 저자는 도덕적 진보란 이러한 '감응적' 존재의 생존과 번성이라고 바라본다.

나는 감응적 존재의 생존과 번성을 도덕을 논하는 출발점이자, 도덕이라는 체계를 세우는 근본 원리로 삼는다. 도덕은 과학과 이성에 기반을 둔 체계이고, 자연법칙과 인간 본성에 근간을 둔 원리들 -실험실과 실제 세계에서 검증할 수 있는 원리들-에 기초한다. 따라서 내가 말하는 도덕적 진보란 감응적 존재의 더 나은 생존과 번성이다. -27P

이런 감응적 존재의 생존과 번성에 과학과 이성이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책에는 마법과 마녀가 예로 들어진다. 과거에는 농사가 흉년이 들면 마법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물고기를 잘 잡지 못해도, 숲을 샅샅이 뒤졌는데 사냥감을 잡지 못해도, 왕자가 국민에게 관심이 없어도 마법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문제의 인과관계가 마법이나 마녀를 통해 설명되었고, 미신적인 이유로 희생양을 찾는 문화는 유럽뿐 아니라 다른 대륙에서도 존재했다. 이는 희생양에 대한 살인이나 배척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더이상 미신에 맡겨지지 않는다. 지금은 과학을 통해 인과관계를 제대로 분석할 수 있다. 흉년이 들면 농업경제학과 병인학을 통해 문제를 연구하고, 화학을 통해 살충제를 만들어서 흉년을 막을 수 있다.

생태학자는 물고기 수가 줄어드는 이유를 알아낼 수 있다. 책은 17세기에 일어난 과학혁명과 철학혁명을 일으킨 일련의 지적 변화들이, 지식인의 사고에 영향을 미치고 이후에는 일반인의 사고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초자연적인 설명은 점차 다른 설명으로 대체되었고, 사람들의 인생은 한층 선명해졌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도덕적 진보의 또다른 축은 계몽주의 철학이다. 저자는 노예제도가 감응적 존재의 생존과 번성에 해를 끼치기에 도덕적으로 옳지 못하다고 본다. 그런데 계몽주의 사상이 등장하기 전에는, 수도원을 포함한 많은 지역에서 노예를 부렸고 이는 비판 대상이 아니었다.

저자는 노예제도가 폐지되는데 계몽주의 철학이 많은 공헌을 했다고 생각한다. 계몽주의 사상가들은 자유로울 권리가 없는 사람은 없으며, 노예제도와 권리는 서로 모순되는 단어임을 지적했다. 끝내 계몽주의 사상은 미국 헌법에 영향을 끼쳐 과학과 이성의 철학이 새로운 세계의 도덕 질서를 이루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길게 보면, 도덕적 진보를 이루어내는 것은 무기의 힘보다는 생각의 힘이다. 노예제도 같은 개념은 조금씩 서서히 움직이기 때문이다. 도덕적으로 좋은 일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일로, 거기서 다시 의심스러운 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로, 부도덕한 일로, 불법인 일로, 그리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에서 생각해본 적도 없는 일로 바뀐다. -305P

이렇게 이성적 논증과 과학적 반론은 노예제도를 폐지시켰고, 다른 권리 혁명의 토대를 마련했으며, 여성과 어린이, 동물에게도 더 많은 자유를 가져다 주도록 도덕의 영향권을 확장했다는 것이 저자의 강한 주장이다. 저자는 이렇듯 과학과 이성이 인류의 도덕 진보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종교는 그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책의 4장 제목은 아예 '왜 종교가 도덕적 진보의 근원이 아닌가?'이며, 저자는 한 장을 할애해서 종교는 이타성과 도덕적 퇴행의 길잡이이며 국민의 행복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날카롭게 비판한다. 4장에서 뿐만 아니라 저자는 이 책 전반에 걸쳐서 처음부터 끝까지 종교의 역할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저자는 성경이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부도덕한 것이 많다고 본다. 저자는 종교가 모든 것에 독이 된다고까지는 못해도 건강한 사회에 꼭 필요한 요소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다. 또한 저자는 민권과 권리 향상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만 경제적 불평등에는 다소 미묘한 태도를 취한다.

저자는 자유주의적인 사람이고, 불평등이 있음은 인정하지만 법을 통해서 규제하는 것에는 선뜻 내키지 않아 한다. 시장에 개입하고 조세를 부과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 미온적이다. 이러한 저자의 정치적 태도는 시장개입에 적극적이거나 자유주의 정당보다 진보적인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비판적으로 보일 수 있다.   

결론 부분에서, 저자는 우리 본성에서 욕심, 탐욕, 경쟁심, 공격성 같은 성질들이 유전적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하지만 먼 훗날의 지구 문명은 우리 본성의 최악의 성질을 억제하고 최선의 성질을 끄집어내는 체제를 설계할 수 있는 문명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진리와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싸운 모든 사람들의 유산을 계승하여 세계를 더 나은 장소로 만드는 데 헌신적으로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들은 오래전 별들의 내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도덕은 그 원자들이 10억 년의 진화를 거쳤을 때 구현할 수 있는 것이며, 바로 이것이 도덕의 궤적이라는 것이 저자의 마지막 말이다.


도덕의 궤적 - 과학과 이성은 어떻게 인류를 진리, 정의, 자유로 이끌었는가

마이클 셔머 지음, 김명주 옮김, 바다출판사(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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