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

일본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 ⓒ 국제배구연맹


역시 예상대로였다. 일본 배구협회가 지난 9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남녀 대표팀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일본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여자배구는 1군 주전, 남자배구는 2군을 출전시킨다. 남자배구의 경우 1군 주전 멤버들이 전원 제외됐다. 대신 고교 3학년 사토(19세·204cm), 대학 2학년 추주키(21세·194cm) 등 어린 유망주가 상당수 포함됐다. 따라서 남자 1군 주전 멤버들은 세계선수권에 주력한다.

일본 남녀 배구 대표팀의 이 같은 선수 구성은 아시안게임 이후 열리는 세계선수권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올해 세계선수권은 2020 도쿄 올림픽 등 주요 국제대회 출전권과 조편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은 도쿄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자동 출전권을 획득했다. 그러나 세계선수권은 올림픽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국제대회 출전권과 조편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세계랭킹 점수'를 가장 많이 획득할 수 있는 대회다. 세계선수권에서 한 번 획득한 랭킹 점수는 4년 동안 유지된다는 것도 큰 혜택이다. 일본 역시 세계선수권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세계 강호들은 물론 이란,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강호들도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 일정이 겹치거나 비슷한 시기에 열릴 경우 세계선수권에 총력을 쏟았다. 아시안게임에는 주로 1.5군~2군을 출전시켰다.

한국 배구는 정반대였다. 세계선수권을 소홀히 하고 아시안게임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다. 한국 스포츠 현실에서 아시안게임 관심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특히 한국 남자배구는 세계랭킹 점수를 확보하지 못해 주요 국제대회에 출전조차 못하는 신세가 됐다.

일본 남자배구, 1군 주전 '전원 제외'... 볼만해진 여자배구 한일전

 네이션스 리그 '한일전' (2018.6.6, 태국)

네이션스 리그 '한일전' (2018.6.6, 태국) ⓒ 국제배구연맹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8월 18일부터 9월 2일까지 열린다. 남자배구 세계선수권은 9월 9일부터 30일까지 이탈리아와 불가리아에서 개최된다. 그리고 여자배구 세계선수권은 9월 29일에서 10월 20일까지 일본에서 펼쳐진다.

남자배구의 경우 아시안게임 종료일과 세계선수권 개막일 사이의 간격이 7일에 불과하다. 반면 여자배구는 27일로 긴 편이다. 때문에 남자배구는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는 이란, 중국, 일본이 아시안게임에는 1.5군~2군을 파견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다만 이란은 여러 사정이 겹치면서 1군 주전이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남자배구는 세계선수권 티켓 확보에 실패하면서 아시안게임에 1군 주전이 출전한다. 이란·중국·일본의 1군 출전 여부는 금메달을 목표로 하는 한국에게 중요한 변수이기도 하다.

반면 여자배구는 중국, 일본, 태국, 카자흐스탄 등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는 강호들이 아시안게임에도 1군 주전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세계선수권를 준비하는 데 활용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올해 아시안게임은 개최 시기, 규모, 언론 관심도 등으로 볼 때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친선 경기 이상의 예비고사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세계선수권에서 나올 수 있는 약점이나 오류들을 미리 점검하고, 이를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 사이의 20여 일 동안 보강할 기회도 존재한다.

특히 아시아에는 중국(세계랭킹 1위), 일본(6위), 한국(10위), 태국(16위) 등 세계 정상급 수준의 여자 배구팀이 많다. 1군 주전이 출전하는 팀이 많을수록 세계선수권 전초전 또는 예비고사 효과는 더 커진다.

지난 6월 14일 네이션스 리그 마지막 경기 이후 세계선수권까지 3개월 반의 긴 공백 기간이 있기 때문에 중간에 열리는 아시안게임은 시기적으로도 활용도가 높다. 결국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에서 윈윈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과제로 급부상했다.

나가오카·아라키 복귀... 신나베·구로고 '철저한 대비' 필요

중국과 일본 여자배구는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1.5군~2군을 출전시킨 바 있다. 당시에는 아시안게임 도중에 세계선수권이 개막하면서 일정이 통째로 겹쳤다. 두 대회 중 하나는 1군 출전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아시안게임 종료일과 세계선수권 개막일 사이의 간격이 27일로 비교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에 1군 주전이 출전하는 게 유리한 측면이 생긴 것이다. 일본 여자배구가 이번에는 1군 주전 참가를 결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일본 여자배구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포지션별 멤버 구성을 살펴보면, 레프트는 이시이(28세·180cm), 구로고 아이(21세·180cm), 나베야(26세·176cm), 노모토(28세·180cm)가 발탁됐다.

라이트는 신나베 리사(29세·173cm), 나가오카(28세·179cm)가 맡는다. 신나베는 수비력이 좋기 때문에 레프트도 가능하다. 주전 라이트였던 나가오카는 지난해 3월 일본 리그 경기에서 무릎 전방십자인대 부상으로 오랫동안 재활을 해왔다. 최근 복귀 후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을 목표로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일본 공격수 중에는 신나베와 구로고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신나베는 한국전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 왔다. 구로고도 아직은 한국 선수들에게 낯설다. 네이션스 리그 한일전에서 9득점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했다.

두 번 질 수는 없다... 설욕하면 얻는 것도 '두 배'

센터는 아라키 에리카(35세·186cm), 이와사카(29세·187cm), 시마무라(27세·182cm), 오쿠무라(29세·177cm)가 책임진다. 아라키는 한국 나이로 35세의 노장이지만, 현재도 일본 센터 중 최고의 기량을 갖추고 있어 다시 발탁됐다.

아라키는 일본 리그에서 최근 7시즌 동안 5번이나 블로킹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도 외국인 선수인 퓌르스트(192cm·독일)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세트당 블로킹에서는 전체 1위다. 지난 시즌 일본 리그 베스트 센터로 선정됐고, 블로킹상을 수상했다.

세터는 토미나가(30세·175cm)와 사토(29세·175cm), 리베로는 코바타(27세·164cm)와 이노우에(29세·162cm)가 선발됐다.

일본은 지난 5~6월에 열린 네이션스 리그의 주전 멤버가 대부분 포함됐고, 아라키, 노모토, 코바타 등 3명이 새로 합류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 멤버들이 세계선수권에도 대부분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여자배구는 네이션스 리그에서 일본에게 예상 밖의 완패를 당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1군 주전들이 격돌한다. 두 번 연속 질 수는 없다. 무엇보다 일본의 '질식 수비'에 말려들지 않아야 한다. 부담은 크지만, 설욕하면 얻는 것도 두 배가 된다. 세계선수권으로 가는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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