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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왼쪽)이 북미 고위급 회담 이틀째인 7일(현지시간) 북한 평양에 있는 백화원 영빈관에서 오찬을 하기 위해 나란히 이동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왼쪽)이 북미 고위급 회담 이틀째인 7일(현지시간) 북한 평양에 있는 백화원 영빈관에서 오찬을 하기 위해 나란히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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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6~7일 평양에서 진행된 북미 고위급회담 직후 미국측 태도에 대해 "극히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실망감을 표시하고 나섰다. 미국측이 종전선언을 하자는 북측의 요구는 등한시 하면서 비핵화 검증 문제만 강조했다는 것이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7일 오후 외무성 대변인의 언급을 그대로 싣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보도는 이번 고위급회담에 대해 "미국측의 태도와 입장은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보도는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북측이 6.12 북미정상회담 합의 이행 조치로 ▲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계기로 종전선언 발표 ▲ ICBM 대출력 발동기(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 ▲ 미군 유해발굴 실무협상 개시 등 "광범위한 행동조치들을 각기 동시적으로 취하는 문제를 토의할 것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또 회담에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친서를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국무부장관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 외무성은 미국측에 대해 "싱가포르 수뇌상봉(정상회담)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요, (핵시설 등)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으로 강도적인 비핵화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정세악화와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기본문제인 조선반도(한반도)평화체제 구축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이미 합의된 종전선언문제까지 이러저러한 조건과 구실을 대면서 멀리 뒤로 미루어 놓으려는 입장을 취하였다"고 밝혔다.

북측은 오는 27일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맞아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발표해야 하는 문제를 이번 북미고위급회담에서 최우선 사안으로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은 이와 관련해 "조선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공고한 평화보장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첫 공정인 동시에 조미(북미) 사이의 신뢰조성을 위한 선차적인 요소이며 근 70년 간 지속돼온 조선반도의 전쟁상태를 종결짓는 역사적 과제"라며 "북남 사이의 판문점 선언에도 명시된 문제이고 조미수뇌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더 열의를 보였던 문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측은 이같은 문제보다 비핵화 관련 사안을 최우선으로 제기했고, 특히 비핵화 검증에 있어 강도 높은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고위급회담 직전 CVID 대신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보도에서 북측은 여전히 CVID로 썼는데, 북측 입장에서는 두 용어가 별 차이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한 외무성은 이와 관련해 "미국측이 회담에서 끝까지 고집한 문제들은 과거 이전 행정부들이 고집하다가 대화과정을 다 말아먹고 불신과 전쟁위험만을 증폭시킨 암적 존재", "저들의 강도적 심리가 반영된 요구조건들"이라고 표현했다.

"우리의 비핵화 의지가 흔들릴 수 있는 국면"이라면서도 "트럼프 신뢰"

북한 외무성은 "미국측은 이번 회담에서 합동군사연습을 한 두 개 일시적으로 취소한 것을 큰 양보처럼 광고했지만 총 한자루 폐기하지 않고 모든 병력을 종전의 자기 위치에 그대로 두고 있는 상태에서 연습이라는 한 개 동작만을 일시적으로 중지한 것은 언제이건 임의의 순간에 다시 재개될 수 있는 극히 가역적인 조치"라며 "우리가 취한 (풍계리) 핵시험장의 불가역적인 폭파폐기 조치에 비하면 대비조차 할 수 없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은 "회담 결과를 극히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미국측이 조미수뇌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따라 부합되게 건설적인 방안을 가지고 오리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기대와 희망은 어리석다고 말할 정도로 순진한 것이었다"고 논평했다.

또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미국측이 비핵화부터 앞세운 방식을 "백전백패한 케케묵은 낡은 방식"이라고 명명하면서 "조미사이의 신뢰는 더 공고화되기는커녕 오히려 확고부동했던 우리의 비핵화 의지가 흔들릴수 있는 위험한 국면에 직면하게 되었다"고 논평했다.

북한 외무성은 또 "조미 사이의 뿌리깊은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를 조성하며 이를 위해 실패만을 기록한 과거의 방식에서 대담하게 벗어나 기성에 구애되지 않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 신뢰조성을 앞세우면서 단계적으로 동시행동원칙에서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은 "역풍이 불기 시작하면 조미 양국에는 물론 세계평화와 안전을 바라는 국제사회에도 커다란 실망을 안겨줄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서로가 필경 다른 선택을 모색하게 되고 그것이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담보는 어디에도 없다"고 긴장감을 높이면서도 "우리는 트럼프대통령에 대한 신뢰심을 아직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측이 6.12 북미정상회담 뒤 첫 고위급회담에 대해 큰 실망을 나타냈지만, 당장 북미대화를 중지하겠다는 얘기는 아닌 걸로 보인다.

이에 앞서 평양을 떠나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밝힌 고위급회담 합의사항에 따르면, 오는 12일 미군 유해송환을 위한 실무협의가 판문점에서 열리기로 돼 있고,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를 위한 실무협의도 조만간 열기로 돼 있다.

북한 외무성이 이 보도에서 "비핵화 실현에 부합되는 객관적 환경"이라고 한 것은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이 이뤄져야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북측은 유해송환 문제와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 문제를 진행시키면서도, 비핵화 관련 논의는 종전선언과 연계시켰는데, 미국측이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나온 것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태그:#북한, #외무성, #고위급회담, #폼페이오, #김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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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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