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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노동자상 반환 기자회견
 강제징용노동자상 반환 기자회견
ⓒ 이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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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청이 강제 철거해 일제강제동원역사관 대기실에 보관하던 강제징용노동자상이 34일 만인 7월 4일, 세상 밖으로 나왔다.

강제징용노동자상은 지난 4월 30일 밤 10시께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서 50여 미터 떨어진 인도에 옮겨졌다. 그 자리에서 한 달간 머물다가 5월 31일 행정대집행으로 강제 철거됐다.

4일 오전 11시,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에 앞서 동구청 직원들이 대기실에 있던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역사관 마당으로 옮겼다.

강제징용노동자상이 모습을 드러내자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아래 건립특위)는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징용노동자상을) 반드시 건립할 것"이라는 의지를 재차 선포했다.

건립특위는 기자회견에서 "동구청은 행정대집행 비용 고지서를 발부하지 않는 방식으로 직무를 유기하여 횡령에 해당하는 불법을 저질렀고 정부는 경찰을 앞세워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과 상식을 초월한 불법행위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건립특위는 "새로 선출된 동구청장, 부산시장을 만나 소녀상과 강제징용노동자상의 건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며 "새롭게 바뀐 지자체의 용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제징용노동자상은 행정대집행 당시 경찰의 무리한 강제 철거로 파손됐으며 기자회견이 끝난 후 수리를 위해 경기도 남양주시 조각원으로 옮겨졌다.

입상(standing statue)으로 제작한 강제징용노동자상은 현재 지지대가 흔들리고 있어 위험할뿐더러 내부 파손 여부 확인을 위해 해체가 불가피한 상태이다.

김병준 민주노총 부산본부 조직국장, 장성길 국민건강보험노조 부산본부장, 구연철 선생, 이우백 민주노총 부산본부 통일위원장,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김병준 민주노총 부산본부 조직국장, 장성길 국민건강보험노조 부산본부장, 구연철 선생, 이우백 민주노총 부산본부 통일위원장,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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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민주노총 부산본부 조직국장은 "아베 정부는 악착같이 식민지 과거사를 왜곡하고 내정간섭에 주권을 침해한다"면서 "식민지배의 망령은 아직 살아 있고 이런 일본 정부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독재정권 유지하며 일본에게 면죄부 준 김종필에게 훈장을 주면서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하려는 국민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정부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장성길 국민건강보험노조 부산본부장은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엄청난 경찰력을 동원해 강제징용노동자상의 건립을 막아선 것에 분노한다"면서 "과연 주권이 있긴 한가"라고 말했다. 이어 장 본부장은 "강제징용노동자상은 기억해야 할 과거가 아니라 현재"라고 짚으며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배상이 있어야 하며, 되찾은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일본영사관 앞에 세우자"라고 말했다.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하시마섬(군함도)에서 보낸 구연철 선생은 "내 나이가 90이 다 되어서 많은 것을 잊어야 할 나이인데도 잊히지 않는 것이 있다"고 말문을 열였다. 선생은 "'강제징용'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몸이 떨려온다"면서 "끌려온 노동자들이 사쿠라 몽둥이에 맞아 비명을 지르던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고 밝혔다.

또 "강제징용노동자상은 부산뿐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에 세워야 하며 어떤 일이 있어도 일본영사관 앞에 세워야 한다"며 "일본의 사죄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그래야 내 두 눈으로 보았던 우리 민족의 비참한 현실이 조금이라도 잊힐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우백 민주노총 부산본부 통일위원장은 "지난 1일 별세하신 김복득 할머니는 '다음 생에서는 족두리 쓰고 시집가서 알콩달콩 살고 싶다. 일본이 사죄하면 나는 나비처럼 훨훨 날아갈 수 있다'고 하셨다"면서 "할머니의 꿈은 일본의 사죄를 받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8월 15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뜻을 같이하는 전국의 노동자, 시민들과 함께 일본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런 결의를 바탕으로 빠른 시일 내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일본영사관 앞에 세우겠다"라고 밝혔다. 또 "판문점 선언 이후 당당한 자주권을 행사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 정부가 시대의 흐름에 맞게 과거사 청산에 당당히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의 마지막 순서로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고정핀이 파손되어 지지대에서 떨어져 나간 강제징용노동자상
 고정핀이 파손되어 지지대에서 떨어져 나간 강제징용노동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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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연철 선생은 되찾은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어루만지며 "찾았다!"라는 감격의 함성을 쏟아냈다.
 구연철 선생은 되찾은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어루만지며 "찾았다!"라는 감격의 함성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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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차에서 트럭으로 옮겨지는 -파란 하늘이 너무도 그리웠을- 강제징용노동자상
 지게차에서 트럭으로 옮겨지는 -파란 하늘이 너무도 그리웠을- 강제징용노동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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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지난 3일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찾아 강제징용노동자상의 상태를 관찰한 김서경 작가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김 작가는 강제징용노동자상을 만든 당사자다.

- 소녀상부터 노동자상까지 만드는 작품마다 건립이 쉬운 게 없다. 특히 부산이 좀 그런 편인데. 작품이 논란의 중심이 되고 세간의 화제가 되는 것을 보시는 느낌이 어떠신지?
"부산 분들의 의지에 감동하고 있다. 아직 바로잡지 못한 역사로 인해 이러한 일이 번복되는 것 같아 안타깝고 화도 난다."

- 부산의 소녀상과 노동자상은 강제철거를 한 번씩 당했다. 작품을 '자식'에 비견하기도 하던데 작가로서 심정은?
"하루빨리 제자리를 찾길 바란다. 그리고 하루빨리 일본이 사과하고 배상하길 바란다. 작품이 철거를 당하고 훼손될 때 안타깝고 서럽지만 그러한 장면을 봐야 하는 피해자분들의 마음이 어떨까 더 걱정된다. 그분들의 상처를 더 이상 후벼 파지 말고 이젠 치료해야 한다."

-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소녀상은 일본영사관 앞에 섰다. 문재인 정부에서 노동자상이 영사관 앞에 서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한국 정부의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일례로 100억 엔으로 운영되고 있는 화해치유재단을 없애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면 우려가 된다."

-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에 나선 부산의 노동자들, 민주노총 부산본부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일본은 전범의 역사를 왜곡하고 없애고 있다. 그리고 일본에 있는 우리 동포들을 차별하고 있다. 여러분의 활동이 이러한 일본의 태도를 바꿔 내리라 믿는다. 수고에 감사드린다."



태그:#강제징용노동자상, #소녀상옆_노동자상, #민주노총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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