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랜드의 <네버랜드> 앨범

홀랜드의 <네버랜드> 앨범 ⓒ 홀랜드 엔터테인먼트


지난 6월 27일 글로벌 패션, 문화 매거진 데이즈드(Dazed)의 온라인 플랫폼 데이즈 디지털(Dazed digital)이 주최하는 캠페인 <데이즈드 100>에서 신인 케이팝 아이돌 '홀랜드(Holland)'가 1등을 차지했다.

해외 언론이 먼저 주목한 아이돌

디지털 캠페인 <데이즈드 100>은 그 해 젊은 계층의 문화적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20여 개국의 아티스트 100명을 후보로 선정하고 독자들의 투표를 통해 우승자를 뽑는 연례행사다. 여기에는 뮤지션뿐만이 아니라 배우, 운동가, 모델 등 문화, 예술적으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다양한 직군들이 후보에 오른다. 2018년 리스트에 한국인으로서는 홀랜드를 비롯해 밴드 혁오, 피치 포크가 주목한 신예 프로듀서 예지, 패션과 음악을 오가는 디제이 페기 구(Peggy Gou)와 디자이너 굼 허(Goom Heo)가 있다.

미국 대중음악 잡지 빌보드 역시 두 차례의 기사를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의 행보를 다뤘다. 1969년 6월 동성애 인권 수호 과정에서 벌어진 스톤월 항쟁을 기리며 시작된 LGBT 프라이드의 달을 맞아 이들의 권리와 관련된 음악을 발표한 아티스트에 홀랜드를 뽑았고, 그의 <데이즈드 100> 우승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홀랜드는 누구?

홀랜드 트위터 홀랜드는 19금 판정을 받은 영상심의 등급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 홀랜드 트위터 홀랜드는 19금 판정을 받은 영상심의 등급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 홀랜드 트위터 캡쳐


홀랜드 트위터 홀랜드는 동성애와 관련된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고 이들과 연대했다.

▲ 홀랜드 트위터 홀랜드는 동성애와 관련된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고 이들과 연대했다. ⓒ 홀랜드 트위터 캡쳐


홀랜드는 올해 초 'Neverland'로 데뷔한 대한민국 최초의 '커밍아웃' 아이돌이다. 자신의 성 지향성 때문에 소속사를 구하지 못했던 이 청년은 모든 제작 활동과 스케줄 관리를 혼자 도맡아 해야만 했다. 그렇게 자립형 아이돌로서 첫선을 보인 'Neverland'는 발매 당시 유럽권 아이튠스에서 큰 호응을 얻었고 29일 현재 유투브 조회 수가 천만에 육박했다.

SBS 팝 아시아(케이팝 위주로 송출하는 호주의 아시아 음악 전문 방송 프로그램)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학창시절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괴롭힘을 당했던 과거와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해 홀로 상처를 다독이던 아픈 기억을 꺼내며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한 이들을 위해 직접 가사를 썼다고 전했다.

"[네버랜드(Neverland)]는 (성) 정체성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친구들을 위한 노래예요. 그들이 고군분투하는 동안 제 노래를 들으면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SBS 팝 아시아 인터뷰 중)

이 정도면 확실히 동성애 인권에 있어 닫힌 사회인 대한민국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젊음'이라고 할 수 있다. <데이즈드 100>과 빌보드는 홀랜드를 아티스트이자 인권 운동가로 여기고 그의 저항적 활동을 주시한 셈이다.

콘셉트? 소신? 

이미 아이돌 산업에서 동성애 코드는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젠더 개념이 모호했던 시절부터 같은 그룹 멤버 간의 사랑을 다룬 팬 픽션 문화가 팬들의 주된 아이돌 소비 방식으로 정착하면서 퀴어에 대한 개념이 수면 위로 떠 올랐고, 이에 착안한 콘셉트가 등장했다. 빅스(VIXX)의 '기적'이나 업텐션의 '나한테만 집중해'에 맞춰 짜인 동성간 성애적 안무와 이달의 소녀(LOONA) 멤버인 츄의 'Heart attack'이 보여주는 상징적 미장센이 그 방증이다.

젠더 퀴어를 산업적으로 '소비'하는 과정에서 실재하는 퀴어의 목소리는 지워진다. 너도나도 앞다투어 동성애 코드를 받아들이며 팬들의 욕망을 충족시키던 기획사들이 정작 '진짜' 게이는 배척하고, 입맞춤에 그친 '진짜' 게이의 성애적 행위를 담은 뮤직비디오는 19금 딱지를 받는 현실이다.

이것이 게이임을 밝힌 후로부터 SNS를 통해 끊임없이 LGBT 인권에 대해 발언하고 연대하는 홀랜드가 '진정성'을 의심받고 존재적 모순과 맞닥뜨리는 이유다.

동성애를 금기시하는 한국 사회를 향해 변화를 촉구하며 일갈하는 그가 아이돌의 길을 택한 것은 일종의 일인 시위다. 이제 막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케이팝이 정작 자국의 다양성조차 인정하지 못한다는 현실과 마주하게끔 하는 홀랜드의 존재는 분명 가요계가 극복해야 할 '모난 돌'이다.

한편 홀랜드는 새로운 티저 사진을 공개하며 오는 7월 컴백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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