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은 국내 프로야구에서 좋은 추억으로 기억될 만 하다. 역사상 처음으로 연고지 우선지명 선수들만 한 자리에 모이는 공간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2차 지명회의에 가려져 1차 지명 선수들이 다소 홀대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에 착안, 신인지명회의 사상 최초로 2차 지명에 앞서 1차 지명자들이 주목 받을 수 있는 순간을 마련했다. 이날 행사는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됐다.

연고지 신인 우선 지명은 국내에 남아 있는 독특한 드래프트 방식이다. 그 해에 고향을 대표하는 선수라는 상징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고교와 대학을 합쳐 총 10명의 선수만 선택을 받는 제한적인 공간 내에서 각 구단은 내부 지명 전략과 사정을 고려하여 최선의 선택을 했다.

대부분 연고팀이 일찌감치 1차 지명자로 내정해 놓은 인재들이 선택을 받은 가운데, 2~3년 이후를 바라 본 전략적인 지명을 한 팀도 있었다. SK와 kt가 그 주인공이었다. 그 중 SK는 인천고의 좌완 에이스 백승건(18)에게 지명권을 행사했다.

13년 만에 인천고 출신 1차 지명 탄생

 염경엽 단장 포함, 가족들과 사진 촬영에 임한 SK 백승건

염경엽 단장 포함, 가족들과 사진 촬영에 임한 SK 백승건 ⓒ 김현희


이에 대해 염경엽 단장도 "즉시 전력보다는 미래 가치에 중점을 뒀다. 스카우트 팀과 많은 의견을 주고받은 끝에 인천고의 좌완 에이스 백승건을 지명했다. 좌완투수로 좋은 메카닉을 지니고 있고, 다양한 변화구 구사 능력을 갖췄다. 우리 코칭스태프가 조금만 더 도움을 주면, 좋은 투수로 성장할 수 있다."라고 지명의 변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백승건은 지난해부터 인천고 주력 투수로 활약, 대통령배 4강을 견인하기도 했다. 빠른 볼 최고 구속은 143km에서 형성되어 구속이라는 측면에서 크게 보여 준 것이 없지만, 좌완 에이스라는 측면에서 크게 쓰일 수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되어 왔다. 특히, 좋은 체격 조건을 갖추고 있어 빠른 볼 구속은 언제든지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기대를 지니게 했다.

이에 대해 백승건도 "부족한 저를 뽑아주셔서 영광이며, 또 구단에 감사드린다. 나의 지명이 13년 만에 인천고 출신 1차 지명이라고 하는 만큼, 더욱 더 노력해서 모교 인천고 명예를 이어가고 싶다"고 구단의 지명에 화답하기도 했다.

또한,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무엇보다 마음고생이 심하셨을 것이다. 끝까지 믿어주셔서 감사하다"며, 잠시 울먹이는 모습을 보여 장내를 숙연하게 하기도 했다. 이에 1차 지명 발표 현장에 온 SK 팬들은 파이팅을 외치며 향후 자신이 응원할 선수에 대해 용기를 불어 넣어주기도 했다. 팬들의 응답에 백승건은 "아직은 프로야구 선수가 된다는 것이 꿈만 같다. 입고 싶었던 SK 유니폼이었던 만큼, 노력해서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라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kt, '리틀김광현' 전용주 지명

 김광현의 재림을 보는 것 같다는 KT의 좌완 에이스 전용주

김광현의 재림을 보는 것 같다는 KT의 좌완 에이스 전용주 ⓒ 김현희


한편, 수원과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한 kt 위즈의 선택은 안산공고의 좌완 에이스이자 외야수 전용주(18)였다. 이미 지난해부터 김도규(롯데), 정철원(두산)과 함께 모교 안산공고의 마운드를 이끌었고, 특히 좌완으로서 144km의 빠른 볼 구속을 기록했던 것이 전용주의 가치를 올려주는 계기가 됐다. 김광현(SK)-김성재(롯데) 이후 오랜만에 안산공고가 배출한 좌완 에이스라는 점에서 향후 큰 기대를 가질 만했다. 특히, 올해에는 외야수로도 등장하여 빼어난 타격감을 선보이면서 거의 매 경기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kt 위즈 임종택 단장은 "신체조건과 멘탈이 좋은 좌완 투수를 선택했다"라고 짧게 지명의 변을 마친 이후 바로 전용주를 1차 지명회의 발표 단상으로 불렀다. 하루 빨리 팀에 합류하여 보탬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모습이기도 했다. 단상 위에 오른 전용주는 "많이 부족한 실력임에도 뽑아 주셔서 감사하고, 이 자리에 초대되어 영광이다"라고 지명 소감을 밝혔다.

올해 좌완투수와 외야수로 매 경기 등장한 것에 대해 전용주는 "투수로서의 나의 장점은 큰 키를 바탕으로 위/아래로 원하는 대로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타자로서는 선구안이 좋은 것이 큰 무기라고 본다. 프로에 간다면, SK의 최정 선수와 맞붙어 내 공이 통하는지 알고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뒷받침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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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건 전용주 인천고 안산공고 드래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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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데일리안, 마니아리포트를 거쳐 문화뉴스에서 스포테인먼트 팀장을 역임한 김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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