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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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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사태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업무용 컴퓨터가 '디가우징(복구 불가)'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이 관련 의혹에 대한 추가 조사에 착수한 시점이었다. 대법원으로부터 핵심 관계자 하드디스크 제출을 거부당한 검찰은 해당 경위를 포함, 진상 규명을 위한 자료를 확보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관계자는 26일 오후 취재진과 만나 "(핵심 관계자 8명의)하드디스크 원본은 오늘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내용에 포함돼 있지 않다"라면서 "이 사건은 법원 자체 조사를 통해서 범죄혐의 단서가 포착된 사건으로, 무엇보다 객관적 자료로 사실 확인을 할 부분이 많고, 증거능력 요건을 감안할 때 진실규명을 위해선 요청한 자료들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자료만 봐서는 수사 결과를 누구도 수긍할 수 없어"
'법원 사법농단 피해자'들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고발하며 구속과 강제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법원 사법농단 피해자'들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고발하며 구속과 강제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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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에 대법원은 자체 조사단이 발견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문건 410개의 원본 파일 등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에 제공했다. 수사 밀행성을 존중한다는 취지로 구체적 제출 목록은 밝히지 않았다. "공무상 비밀 등에 해당되지 않고 구체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필요한 자료"를 선별해 제출했다고만 설명했다. 검찰로부터 ▲ 핵심 관련자 업무용 컴퓨터 하드디스크 8개 ▲ 법원 자체 조사 관련 문건 일체 ▲ 업무추진비 카드 사용 내역 ▲ 관용차량 사용 기록 등을 넘겨달라고 요청받은 지 일주일 만이다.

그러나 검찰은 하드디스크 원본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410개 파일은 블랙리스트 관련 49개 키워드로 추출한 걸로 조사단 보고서에 나와 있는데, (이 키워드는)조사단이 자체적으로 선정한 것일 뿐 아니라 그 이후 최근 불거져 나온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한 부분은 염두에 두지 않은 걸로 보인다"라면서 "그렇게 추출된 410개 파일만 가지고 분석해 재판 거래 의혹이 사실무근이라고 결론 낸다면 누구도 수긍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컴퓨터가 이미 손상된 점도 원본 확보 이유로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자 하드디스크가 상당부분 손상돼 있고, 핵심 관계자가 인사 이전 발령 당일 업무용 컴퓨터에서 파일 수만 건을 지운 사실을 이미 조사단이 발표했다"라면서 "하드디스크 원본 뿐 아니라 파일 복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임의 제출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의 업무용 컴퓨터가 디가우징된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디가우징은 자기장으로 하드디스크를 물리적으로 복구가 불가능하게 지우는 과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으로부터 양 전 원장이 사용한 컴퓨터가 디가우징 됐으니 줄 수 없다는 취지를 전달받았다"라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추가 조사에 착수하는 시점에 벌어진 일이라 그 경위를 파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했다. 박 전 처장 컴퓨터가 손상된 시점에 대해서는 "시기는 알 수 없다"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전산장비운영관리지침' 및 '재산관리관 및 물품관리관 등의 지정에 관한 규칙'과 통상적인 업무처리 절차에 따랐다"라면서 "디가우징 등의 처리 후 보관하고 있고, 위 내용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문서로 답변한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하드디스크 원본 꼭 필요... 확보 방법은 고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행정처가 대법원 판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의 모습.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행정처가 대법원 판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의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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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추후 재판에서의 증거능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수사팀이 하드디스크에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원세훈 전원합의체' 판례 상 제출받은 출력본은 작성자가 작성했다고 인정하지 않는 이상 증거능력이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로그기록, 생성과정, 접근값 등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최순실 태블릿PC를 예로 들며 "실물이 있어도 증거능력이 다퉈졌던 걸 상기하면 왜 하드디스크가 필요하다고 하는지가 쉽게 이해될 것"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다만 강제 수사 여부에는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대법원에 재차 요청할 계획인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법원에서 협조를 안 하겠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면서 "효율적으로 진실을 규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라고 답했다.



태그:#양승태, #디가우징, #사법농단, #검찰, #재판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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