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조 대한민국 vs. 독일, 멕시코 vs. 스웨덴 27일 오후 11시] 마지막 기적 나올까

독일과 스웨덴의 경기가 1-1로 마무리되려던 24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4시50분 경. 독일의 토니 크로스가 기적 같은 골을 터트리자 경기를 중계하던 SBS의 조정식 캐스터와 장지현 해설위원은 "당케(고맙습니다)"와 "이히리베디히(사랑합니다)"를 외치며 대한민국에게 내려진 기적의 동아줄을 반겼다. 수적열세를 극복한 독일의 극적인 승리로 인해 한국에게도 '월드컵의 영원한 친구' 경우의 수가 생긴 것이다.

물론 조별리그 2경기에서 승점을 따지 못한 한국에게 남겨진 경우의 수는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매우 낮다. 한국은 지난 브라질 월드컵 우승팀이자 FIFA 랭킹 1위 독일을 2골 차 이상으로 꺾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제압하는 일이 동시에 일어나야만 골득실로 16강에 오를 수 있다. 한국은 지난 2004년 평가전에서 독일에게 3-1 승리를 거둔 적이 있지만 평가전과 월드컵은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부터 전혀 다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2차전, 독일과 스웨덴의 경기 모습. 독일의 토마스 뮐러가 스웨덴의 에밀 포르스베리 선수를 상대로 공을 몰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2차전, 독일과 스웨덴의 경기 모습. 독일의 토마스 뮐러가 스웨덴의 에밀 포르스베리 선수를 상대로 공을 몰고 있다. ⓒ AP/연합뉴스


첫 경기에서 멕시코에게 덜미를 잡힌 독일은 스웨덴전에서 제롬 보아텡(바이에른 뮌헨)의 퇴장에도 후반 종료 직전 크로스의 극장골로 기사회생했다. 어렵게 승점 3점을 챙긴 독일은 한국이라는 '만만한' 상대를 제물로 확실한 분위기 전환을 노리고 있다. 독일은 21세기 이후 지난 4번의 월드컵에서 모두 4강 이상의 성적을 올렸기 때문에 일단 조별리그만 통과하면 경기력이 살아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독일을 2골차 이상으로 이기는 것은 아무리 팬심을 담아보려 해도 쉽게 떠오르지 않는 그림이다. 하지만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채 무의미한 최종전을 치르는 것보다는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남아 있는 것이 선수들은 물론 축구팬들에게도 무척 다행스런 일이다. 현실적으로 '기적의 16강'이 무리라는 것은 모두가 안다. 부디 태극전사들이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쳐 주기를 바랄 따름이다.

멕시코는 이번 대회 러시아, 크로아티아와 더불어 가장 기세가 좋은 팀이다. 하지만 승점 6점을 확보하고도 두 경기에서 모두 한 점 차 승리를 거두면서 아직 16강 진출을 확정하지 못했다. 만약 멕시코가 스웨덴에게 2골 차 이상으로 패하고 독일이 한국을 두골 차 이상으로 꺾으면 멕시코는 2승1패의 성적으로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수 있다. 멕시코가 스웨덴전을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스웨덴은 첫 경기에서 유효슈팅이 하나도 없었던 한국에게 페널티킥으로 간신히 승리했고 '수비의 핵' 보아텡이 퇴장 당한 독일에게는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독일이 예상대로 한국을 제압한다면 스웨덴도 반드시 멕시코를 꺾어야만 16강 진출을 노릴 수 있다. 압도적인 피지컬의 스웨덴과 빠른 역습 스피드를 갖춘 멕시코의 격돌. 한국 경기와 동시간에 열려 국내에서 높은 관심을 받진 못하겠지만 사실 축구팬들이 놓치기 대단히 아까운 경기다.

[E조 브라질vs.세르비아, 스위스vs.코스타리카 28일 오전 3시] 하나는 떨어진다

스위스와의 첫 경기에서 필리페 쿠티뉴(FC바르셀로나)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1-1로 비겼던 브라질은 코스타리카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도 경기 후반까지 고전하다가 추가시간 쿠티뉴와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의 연속골로 승점 3점을 추가했다. 경기 막판에 터진 2골이 '삼바축구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신호였는지, 그저 '어린 아이 손목 비틀기'에 불과했는지는 세르비아전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브라질의 공격이 살아나기 위해선 2경기 연속 원톱 공격수로 출전했던 가브리엘 제주스(맨체스터 시티)의 부활이 필수적이다. 스위스전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교체됐던 제주스는 코스타리카전에서 몇 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살아날 기미를 보였다. 제주스의 득점력이 살아나면 자타가 공인하는 브라질의 슈퍼스타 네이마르, 물 오른 득점감각의 쿠티뉴와 함께 위력적인 삼각편대를 형성할 수 있다.

코스타리카와의 첫 경기에서 알렉산다르 콜라로프(AS로마)의 그림 같은 프리킥골로 승점 3점을 챙긴 세르비아는 스위스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 1-2로 아쉽게 패했다. 세르비아는 전반 5분 만에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풀럼)의 멋진 헤더골로 앞서 갔지만 후반 그라니트 샤카(아스날)와 세르단 샤키리(스토크시티)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승점을 추가하지 못했다. 머리로 스위스를 압도했던 세르비아가 스위스의 '발'을 막지 못한 것이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 경기 장면. 브라질의 네이마르(오른쪽)가 스위스의 발론 베라미(왼쪽)를 상대로 공을 몰고 있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 경기 장면. 브라질의 네이마르(오른쪽)가 스위스의 발론 베라미(왼쪽)를 상대로 공을 몰고 있다. ⓒ EPA/연합뉴스


승점 4점과 골득실 +2를 기록 중인 브라질은 세르비아와의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타구장 결과에 상관없이 최소 조2위를 확보해 16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다. 하지만 자존심이 강한 브라질에게 '비겨도 좋다'는 마인드의 수비적인 경기는 있을 수 없다. 세르비아 역시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브라질을 조별리그에서 탈락시켜야 한다. E조 두 경기가 모두 끝난 시간에는 브라질과 세르비아 중 한 팀은 고개를 떨굴 가능성이 높다.

스위스는 승점 4점, 골득실 +1로 브라질에 이어 E조2위에 올라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E조에서 가장 유리한 조건에 있다. 브라질은 최종전에서 만만치 않은 높이를 가진 세르비아를 상대해야 하지만 스위스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E조 최하위 코스타리카를 만나기 때문이다. 특히 샤카, 샤키리 등 팀의 핵심 선수들이 세르비아전에서 골맛을 보면서 컨디션을 부쩍 끌어올린 점이 매우 고무적이다.

코스타리카는 승점을 따내기는커녕 아직 이번 대회 첫 골조차 신고하지 못했다. 마지막 상대 스위스 역시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쉽게 골을 넣을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16강 탈락이 확정된 이상 코스타리카는 부담 없이 스위스와 정면 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코스타리카가 스위스를 상대로 이변을 일으킨다면 E조의 향방은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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