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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마주하여 이야기를 주고받는 대화는 듣는 이와 말하는 이가 있어야 한다. 한쪽이 없다면 독백이지 대화가 아니다. 한국어든 영어든 서로 마주하는 건 마찬가지인데, 왜 한국인들은 영어를 어렵게 느낄까?

<단어 하나 바꿨을 뿐인데>, 저자 하마다 이오리는 영어 때문에 혼자 괴로워하며 힘든 유학 시절을 보내고 후회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썼다. 저자는 호주 멜버른대학교에서 문화 및 언어 전문가로 연구와 지도 활동을 하고 있는 교수다.

첫 유학 때, 오랫동안 영어 공부를 해왔다는 알량한 자존심에 발목 잡혀 '모른다'라는 말 한마디조차 입 밖으로 내지 못했었다는 저자는 어려운 영어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통하는 영어를 추구한다.

저자는 수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세련된 영어'가 진짜 통하는 영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게다가 '세련된 영어는 중학교 영어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세련된 영어는 '정중하고, 긍정적이며, 이해하기 쉬운 데다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는 영어'다. 이게 중학교 영어면 충분하다니, 놀랍다. 그게 가능할까? 책을 읽어보면 충분히 가능함을 알 수 있다.

하마다 이오리 지음, 정은희 옮김. 한빛비즈 출판
▲ '단어 하나 바꿨을 뿐인데' 책표지 하마다 이오리 지음, 정은희 옮김. 한빛비즈 출판
ⓒ 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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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하나 바꿨을 뿐인데>는 간단해서 더 놀라운 27가지 원포인트 영어 레슨을 예문을 통해 전달한다. 세련된 영어, 통하기는 하지만 보완이 필요한 영어, 세련되지 않은 영어를 상황에 맞게 연습할 수 있도록 밑줄과 함께 반복 정리를 하는 편집이 수험서를 보는 듯하다. 영어공부를 위한 책인데도 영어보다 한글 분량이 더 많다. 영어라면 머리부터 지끈거린다는 사람도 고개 끄덕이며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돼 있다.

이 책이 갖는 장점 중 하나는 영어를 공부하며 외국인이 실수하기 쉬운 표현을 문화적 배경 속에서 설명한다는 점이다. 가령, "세련된 칭찬 요령, 신체에 관한 칭찬은 하지 않는다!"는 동양인들이 하기 쉬운 실수에 경각심을 준다.

저자 하마도 이오리는 호주 사람인 남편이 일본 여행 중에 "두상이 예쁘시네요!"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남편은 "두개골 모양으로 칭찬받기는 처음이야!"라며 꽤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두상이 예쁘다는 말은 동양인들이 자주 하는 칭찬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칭찬하거나 분위기를 돋워보려고 한 말이라 해도 사람마다 다른 신체적 특징에 초점 맞추면 '차별'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상대방의 신체적 특징에 관한 이야기하고 싶을 때는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그 자리에서 하기에 적절한 말인지 아닌지 생각해보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p.43


<단어 하나 바꿨을 뿐인데>는 상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이야말로 최고의 대화 기술임을 강조한다. 영어만이 아니라 한국어를 말하는 데도 동일하다는 면에서 이 책은 부정적인 요인과 잡음을 없애고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는 대화법을 다루고 있는 셈이다.

중학교 수준 단어로 세련된 영어를 추구하는 이 책을 읽다가 박장대소하며 누구나 머리를 끄덕일 부분도 있다. 교과서로 영어를 배운 대부분의 한국인들이라면 한 번쯤 경험했을 내용이다. 바로 "How are you, I'm fine. Thank you. And you"처럼 달달 외운 앵무새 같은 인사다.

저자는 "틀린 표현이 아니면, 의미도 충분히 통한다. 또한 (교과서가) 핵심 표현을 외우게 할 목적으로 같은 문장으로 의도적으로 반복하여 썼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원어민들은 이 같은 대화를 부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고 꼬집으며 이렇게 권한다.

상대방이 "Hi."라고 인사하면, "Hello."나 "Hey." 등 상대방과 다른 표현으로 응답하는 습관을 들이면 어떨까요? -p.51.


더불어 아주 작은 표현을 활용하여 진심을 전할 수 있다고 한다. "a bit, a little, just, really, quite, slight, one or two, kind of." 모두 중학교 수준의 영단어다. 하지만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진심을 전할 수 있는 마법의 표현이 된다고 하니 하나만 살펴보자.

Can you come earlier?(더 일찍 오실 수 있나요?)
Can you come a bit earlier?(조금만 더 일찍 오실 수 있나요?)


원어민이 아닌 사람이 세련된 영어를 구사하기까지 저자는 부단한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잘 듣는 사람이 대화를 잘한다는 것이다. (말 못하는) 비원어민이라는 사실이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영어 공부에도 발상의 전환이 중요함을 말해 준다.

<단어 하나 바꿨을 뿐인데>는 영어에도 대화의 기술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문화적인 배경이 다르다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지만, '대화'의 본질을 생각하면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기술이라 했지만 특별할 게 없다. 가령, "상대방의 말에 적절한 고갯짓으로 호응한다든가,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하고, 인사와 칭찬을 잘하고, 상대방의 반응과 감정을 살피고, 정중함을 유지하며 의견을 제시하고,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 등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대화의 기본 원칙이다. 그런데 이게 잘 안 된다는데 문제가 있다. 대화는 연습이 필요하다. 외국어는 더더욱 그렇다는 점에서 <단어 하나 바꿨을 뿐인데>는 교과서를 벗어난 교과서적인 책이다.


단어 하나 바꿨을 뿐인데 - 인생의 기회를 열어주는 세련된 영어 대화법

하마다 이오리 지음, 정은희 옮김, 한빛비즈(2018)


태그:#영어공부, #중학교, #문화, #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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