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야구 국가 대표팀 선발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11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서울 강남구 KBO리그 야구회관 회의실에서 국가 대표팀 코치진 회의를 열어 최종 명단 24명을 발표했다. 이후 하루가 지난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여론은 뜨겁다.

우선 명단 24명부터 살펴보면 투수는 11명, 포수 2명, 내야수 6명 그리고 외야수 5명으로 최종 선발됐다. 당초 투수를 12명으로 선발하려 했으나 자원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로 11명만 선발했다. 선동열 감독을 필두로 이강철, 이종범, 유지현, 정민철, 진갑용, 김재현 등 여러 코칭스태프가 대회에 참가하며 회의에도 모두 참석했다.

사전 인명 등록 순으로 나열하면 투수는 박종훈(SK 와이번스), 박치국(두산 베어스), 양현종(KIA 타이거즈), 이용찬(두산 베어스), 임기영(KIA 타이거즈), 임찬규(LG 트윈스), 정우람(한화 이글스), 정찬헌(LG 트윈스), 차우찬(LG 트윈스), 최충연(삼성 라이온즈) 그리고 함덕주(두산 베어스) 11명이 선발됐다. 투수들을 리드할 포수로는 양의지(두산 베어스)와 이재원(SK 와이번스)이 선발됐다.

내야수는 김하성(넥센 히어로즈), 박민우(NC 다이노스), 박병호(넥센 히어로즈), 안치홍(KIA 타이거즈), 오지환(LG 트윈스) 그리고 최정(SK 와이번스) 6명이 선발됐다. 외야수에는 김재환(두산 베어스), 김현수(LG 트윈스), 박건우(두산 베어스), 박해민(삼성 라이온즈) 그리고 손아섭(롯데 자이언츠) 5명이 선발됐다.

미필 선수 7명, 입대 미룬 오지환과 박해민도 선발

오지환 '사이클링 히트는 다음 기회로' 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 경기 7회말 1사 1루. LG 오지환이 삼진으로 아웃당한 뒤 아쉬워하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7회말까지 4타석에 들어선 오지환은 사이클링 히트에서 홈런 하나만을 남겨놓고 있다. 2018.6.3

▲ 오지환 '사이클링 히트는 다음 기회로' 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 경기 7회말 1사 1루. LG 오지환이 삼진으로 아웃당한 뒤 아쉬워하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7회말까지 4타석에 들어선 오지환은 사이클링 히트에서 홈런 하나만을 남겨놓고 있다. 2018.6.3 ⓒ 연합뉴스


KBO리그 프로 선수들은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부터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될 수 있게 됐다. 당시 방콕 아시안게임 대표팀 22명의 선수들은 젊은 프로 선수들과 대학 선수들을 중심으로 하여 100% 미필 선수들로 선발되었다.

그러나 이번 대표팀에서는 24명 중 미필 선수는 7명 뿐이다. 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 대회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미필 선수가 적다. 김하성, 박민우, 박치국, 박해민, 오지환, 최충연, 함덕주 등인데, 이들 중 박해민과 오지환이 지난 해 군경 팀 입대를 미뤘다가 대표팀에 선발됐다.

박해민과 오지환은 지난 겨울 입대를 미뤘을 때 노골적으로 아시안 게임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에 시달려야 했다. 일부 프로 선수들이 병역 혜택에 집착하는 행태 때문에 20대 후반의 선수들의 거취는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일반적 국민들에게 거부감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상무 피닉스나 경찰청 야구단은 입대 자격이 만 27세로 제한되어 있다. 이 때문에 1990년생인 박해민과 오지환의 경우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하면 상무나 경찰청이 아닌 현역으로 군 복무를 수행해야 한다. 일단 두 선수는 대표팀 선발을 위해 나름 출전한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긴 했다. 지난 10일 경기까지 박해민은 65경기 타율 0.304에 4홈런 30타점 14도루, 오지환은 66경기 타율 0.300에 4홈런 33타점 7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3할 타율 성적을 감안하면 나름 준수한 성적이다. 오지환은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 부문에서 1.67로 유격수 2위에 올랐고(1위 김하성 2.05), 박해민은 1.35로 국내 중견수 3위였다. 그런데 1위 이형종(LG 트윈스 2.38)은 예비 엔트리에도 없었고, 2위 임병욱(넥센 히어로즈 1.49)은 수비나 도루 등 선수 개인의 특기에서 박해민에게 밀렸다.

일단 박해민은 외야의 여러 포지션에 대한 대수비 또는 대주자 요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며, 오지환은 김하성의 뒤를 받칠 예정이다. 하지만 국제 대회에서 병역 혜택을 받으려면 대타나 대주자, 대수비라도 최소 한 순간은 출전해야 그 혜택이 적용된다. 대표팀 명단에 있다는 것 자체로 금메달 시상대에 서는 것에는 문제가 없지만 병역 혜택을 받으려면 실제로 경기에 출전한 기록이 있어야 한다.

다만 국가대표 백업 야수의 경우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로스터 활용에 유용한데, 오지환은 프로에서 거의 유격수로만 뛰었다. 게다가 오지환은 최근 주루 플레이 중 상대 수비수가 다칠 수도 있는 위험한 슬라이딩을 몇 차례 시도하며 팬들로부터 반응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분명 박해민과 오지환이 군대를 가지 않겠다며 고의적 병역 기피 행위를 한 것은 아니지만, 군경 팀의 입대 연령 제한 시점과 아시안 게임의 개최 타이밍이 영 좋지 않았다.

공언했던 APBC 경험자 우선 선발, 실제 4명만 선발

최정 2점 홈런 2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서울 두산 베어스의 경기. 8회말 SK 공격 무사 1루 상황에서 SK 최정이 좌익수 뒤 홈런을 치고 있다. 2018.4.24

▲ 최정 2점 홈런 2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서울 두산 베어스의 경기. 8회말 SK 공격 무사 1루 상황에서 SK 최정이 좌익수 뒤 홈런을 치고 있다. 2018.4.24 ⓒ 연합뉴스


선동열 감독은 선수 선발에 있어서 실력이 우선이지만, 비슷한 실력일 경우 지난 해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에서 자신과 호흡을 맞췄던 선수들에게 우선적으로 기회를 줄 것을 공언했다. 프로 경험이 적은 젊은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주기 위함이었고, 한국 야구의 미래를 위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발전적인 플랜이었다.

그러나 APBC 참가 선수들 중에서 이번 아시안 게임 대표팀에 최종 합류한 선수는 김하성, 박민우, 임기영 그리고 함덕주까지 4명 뿐이었다. 2017년 KBO리그 신인상을 차지했던 외야수 이정후(넥센 히어로즈)는 아버지 이종범 외야주루코치의 후광과 관계 없이 스스로 뛰어난 성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오지환(유격수)의 경우도 그렇듯이 박민우(2루수) 역시 안치홍(2루수)의 백업을 맡을 예정인데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수비 포지션이 한정되어 있다. 다만 주전 내야수들이 전부 오른손 타자(박병호, 안치홍, 김하성, 최정)라는 점에서 왼손 타자인 박민우와 오지환이 선발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주전 3루수를 맡게 될 최정에게 부상 등의 문제가 생겼을 때 마땅히 대안이 없어 보인다. 최정의 부상 공백 대안을 굳이 내놓자면 3루 수비 경력이 있는 김하성이나 박병호가 3루수로 옮기는 방법이 있지만, 박병호 역시 넥센으로 이적한 뒤 사실상 1루수로 고정된 야수라는 점에서 불안 요소가 있다. 박병호가 맡는 1루에 공백이 생길 경우 그나마 외야수 중 김현수가 1루를 맡을 수는 있다.

선발투수 고영표는 사이드암 투수들에게 선발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 이번에 선발된 사이드암 투수로는 박종훈과 임기영이 있는데, 박종훈은 올 시즌 벌써 6승을 기록했을 정도로 성적에서 우위를 보였다.

비슷한 성적의 임기영은 지난 해 APBC 참가 이력이 있어 우선 선발된 사례다. 참고로 박종훈과 임기영은 모두 군필이다(상무 피닉스 복무). 고영표로서는 최근 2경기에서 6.2이닝 5실점, 5이닝 5자책에 그친 점이 아쉬울 뿐이었다. 임기영과 박종훈은 선발 또는 롱릴리프 자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투수 자원 선발에서는 일부 유력 선수들의 부상도 변수가 됐다. 선발투수 김광현(SK 와이번스)이 대표팀에 들지 못한 이유는 지난 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고 올해가 복귀 첫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소속 팀에서도 포스트 시즌까지 감안하여 김광현의 투구 이닝을 제한하고 있는 만큼 대표팀 선발은 힘들어보였다.

양석환의 경우 1루와 3루 핫 코너를 모두 맡을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였다. 올 시즌 내야수 홈런 부문에서도 최정(23개)과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16개)에 이어 3위(12개)에 오를 정도로 타격 능력도 좋았다. 그러나 시즌 초반 부진했던 박민우가 5월 들어 좋은 모습을 보인 점과 달리 양석환은 시즌을 치르면서 장타력이 크게 상승하지 못했으며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이정후(우투좌타)가 선발되지 못한 표면적인 이유는 왼손 타자와 오른손 타자의 균형 문제였다. 이번 외야수 5명 중 오른손 타자는 박건우 1명뿐이었기 때문이다. 이정후가 중견수 중 워낙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나 오른손 타자 외야수가 필요했다는 이유로 선동열 감독은 마지막까지 고민한 끝에 이정후를 제외하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정후는 후술하게 될 또 다른 이유에서 선발되지 못한 아쉬움이 또 드러나고 있다.

어느 때보다 말 많은 대표팀 명단, 메달로 이어질까

실력 위주로 선수를 선발하겠다는 원칙이 있었지만 다소 찝찝한 선수 선발도 있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대표팀 외야수에는 김재환(우투좌타), 김현수(우투좌타), 박건우(우투우타), 박해민(우투좌타) 그리고 손아섭(우투좌타) 5명이 선발됐다.

이들 중 오른손 타자는 박건우 1명이었다. 박건우는 준수한 컨택과 수비 능력이 특징이고, 박해민은 빠른 발이 특징인 대주자 요원이다. 김현수와 손아섭은 타격 정확도가 뛰어나고 김재환은 파워에 중심을 두고 있다. 김재환은 KBO리그 역대 2위에 해당하는 7경기 연속 홈런(1위 이대호 9경기 연속)을 기록하며 파워를 증명했다. 다만 김재환은 2011년 금지약물 복용 이력으로 인해 이번 아시안게임 승선에 대해서도 비판 여론이 많다.

김현수와 손아섭도 나름 좋은 파워를 지닌 선수이고 최형우(KIA 타이거즈)도 뛰어난 클러치 능력을 보유한 타자다. 뛰어난 실력을 스스로 증명했던 넥센 이정후가 명단에서 빠진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여러 요소들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이번 아시안 게임 대표팀 선발을 두고 그 어느 때보다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 만큼 이번 아시안 게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며, 대회에서 목표로 하는 성적(금메달 획득)이 나오지 않을 경우 그 후폭풍이 얼마나 크게 다가올지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최근 대한민국 야구는 2017년 WBC 1라운드에서 그것도 고척 스카이돔에서 1라운드 광탈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경험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 대회 대표팀 선발에 있어서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아시안 게임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실력으로 그 논란들을 잠재울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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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오지환 박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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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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