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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구레군에 위치한 화엄사
▲ 화엄사 전경 전라남도 구레군에 위치한 화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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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구례군에 있는 화엄사. 백제 성왕 22년에 연기조사가 이곳 지리산 자락에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천년고찰이다. 화엄경의 화엄에서 두 글자를 따서 이름을 지었다는 화엄사에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많은 문화재가 있다.

현재 화엄사에는 국보 4점 (각황전 앞 석등(국보 12호), 사사자삼층석탑(국보 35호), 각황전(국보 67호), 영산회괘불탱(국보 301호))과 보물 8점( 화엄석경(보물 제1040호, 대웅전(보물 299호) 등) 천연기념물 2점(화엄사 매화 (천연기념물 485호), 화엄사 올벚나무(천연기념물 제38호)) 지방문화재 2점 등 많은 문화재와 20여 동의 부속 건물이 있다.

지난해 4월 화엄사 주지로 취임한 덕문 스님은 불교중앙박물관장을 지냈고 현재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을 맡는 등 문화재에 관해 남다른 애정과 전문성을 갖고 있다(문화재위원은 문화재의 국보 혹은 보물의 지정·해제, 문화재의 국외 반출(전시회 등)에 대한 심의, 문화재의 보존·관리, 수리 등을 총괄하며 문화재청이 심의에 부치는 사항에 대해 의결하는 일을 맡고 있다. 덕문 스님은 현재 동산분과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기자말).

'문화재는 국민 속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는 덕문 스님이 화엄사 주지 취임식을 대신해 개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2017년 6월 ‘화엄사 문화재의 보존과 활용’에 관한 세미나개최 '문화재는 국민 속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는 덕문 스님이 화엄사 주지 취임식을 대신해 개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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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취임식을 대신해 '화엄사 문화재의 보존과 활용'에 대해 세미나를 개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덕문 스님은 예전에는 문화재를 보존의 관점에서 봤기 때문에 사람의 손이 닿지 않게 꼭꼭 숨겨뒀지만, 이제는 국민과 함께 문화재를 누릴 수 있도록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중 하나가 '화엄석경'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석경은 경주 창림사의 법화석경, 칠불암의 금강석경과 화엄사의 화엄석경이 전부이다. 이중 화엄석경은 고려시대의 팔만대장경(국보 제32호)의 진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지만 화엄석경에 대해서는 연구가 미미한 수준이다.

통일신라시대 당시 3층 규모의 대법당 장육전에 한 땀 한 땀 돌에 새긴 '화엄석경'은 임진왜란 때 일본의 방화로 장육전이 소실돼 현재는 1만3115점의 파편으로 화엄사 성보박물관 지하 유물관 나무상자에 보관돼 있다.

덕문 스님은 깨달음의 최고 경지가 화엄이고 요즘으로 보면 가장 큰 행복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 화엄정신이라며 1500년이 지난 지금도 화엄사상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엄석경의 연구를 위해 화엄사는 '화엄연구소'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화엄석경이 복원되면 세계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미얀마의 쿠도도 석장경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문화재청이 추진한 익산 미륵사지석탑(국보 11호)의 복원에 20년,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재개관에 6년이 걸렸다.

그래서 화엄사에서 추진 중인 화엄석경의 복원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덕문 스님은 화엄석경 복원의 경우 언젠가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며 화엄석경의 복원된 모습을 국민과 함께 향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래는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과의 일문일답이다.

화엄석경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 화엄석경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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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엄사는 어떤 사찰인가요?
"백제 성왕 때 연기조사께서 창건하신 후에 화엄경에서 이름을 따서 화엄사라 명하셨고, 그 역사가 1500년 정도 됐습니다. 통일신라에 이르러서는 의상대사가 여기 계시면서 화엄경 원찰로서 화엄사에 머무셨고 신라 경덕왕 때에는 그 규모가 웅장해서 8가람 81암자에 이르렀습니다. 남방 제일 화엄 대종찰로서 그 역할을 했기 때문에 화엄사라 불렸습니다."

- 화엄사에는 많은 문화재가 있는데 어떤 것들이 있나요?
"화엄사는 국보 4점과 보물 8점, 천연기념물 2점, 지방유형문화재 2점 그리고 수많은 비지정문화재가 있는 지리산의 보고 같은 사찰입니다."

-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이기도 한데 문화재위원은 어떤 일을 하는 건가요?
"현재 문화재위원의 역할은 문화재를 조사, 발굴해 국보나 보물로 (지정해) 그 가치를 인정받게 하는 것이 문화재위원의 역할입니다."

- 화엄사 주지면서 문화재위원으로 문화재분야 전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덕문 스님은 계속해서 문화재를 국민 곁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예전에는 문화재를 보존하는 것에 정책을 두다 보니 어떻게 도난을 방지할 것인가? 또는 어떻게 이것을 잘 보존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문화재를 꼭꼭 숨겨서 안 보이는 곳에 감추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제는 보존과 활용을 같이 겸해야 합니다.

활용이라는 것은 최소한 문화재를 밖으로 나오게 해서 문화재의 가치, 문화재가 가진 순수한 정신을 현재 또 미래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공유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문화재 활용인데요. 화엄사도 아직 그 부분이 많이 부족해서 작년에 '문화재 보존과 활용'에 대한 세미나를 했고 거기서 나왔던 많은 제안과 방안을 현재 실천해 나가고 있는 과정에 있습니다."

화엄사에는 현재 국보4점, 보물8점,천연기념물 2점, 지방문화재 2점 그외 비지정 문화재 2만여점(성보박물관 수장고)이 있다.
▲ 화엄사 각황전(국보 67호) 화엄사에는 현재 국보4점, 보물8점,천연기념물 2점, 지방문화재 2점 그외 비지정 문화재 2만여점(성보박물관 수장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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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엄사 주지로 온 지 1년이 됐습니다. 취임식 대신 문화재 보존과 활용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했는데 이후에 달라진 점이 있나요?
"실험은 몇 가지 하고 있고 적용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국보 문화재인 각황전 석등, 사사자 삼층석탑 등의 문화재가 화엄사만이 가진 화엄정신을 국민들에게 다가가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화엄사의 많은 문화재 중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는 문화재가 있다면?
"국내에서 유일하고 역사성, 화엄사상과 가장 어울리는 화엄석경에 가장 관심이 있습니다. 화엄정신을 가장 오래 담고 있고 전달할 수 있는 매체가 화엄석경이라고 생각합니다."

- 화엄석경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통일신라의 화엄경은 대부분 60화엄을 보는데 후대 고려대장경에 나와 있는 화엄경의 진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불교사 또는 학술적인 면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화엄석경에 나와 있는 변상도의 양각과 음각의 경우도 사경에 거의 원본에 가까운 모양이지 않겠는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글씨가 신라시대의 김생의 작품이다, 최치원의 작품이다, 여러 설이 있고, 그 당시에 돌에다 선각으로 새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글씨체 연구라던가 석각 연구, 장육전의 건축 기술 등 여러 면에서 화엄석경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다른 문화재보다는 복합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스님이 화엄석경에 관심을 두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 당시 막 삼국이 통일돼 한 민족으로 모으기 위한 정신적인 뭔가의 필요성이 있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필요한 사상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화엄사상, 즉 중생 등 존재하는 모든 것이 다 같이 행복하고, 더불어 사랑하고 같이 자비할 수 있는 화엄정신만이 국민을 하나로 모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지금도 남북이 갈라져 있는 종교라던가 빈부 갈등, 노사 갈등 등 모든 것이 분열된 세계라고 한다면 저는 화엄사상을 통해서 분열된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기반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정신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무얼까 보면 바로 석경의 복원 사업과 석경의 정신을 국민과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봅니다."

- 화엄석경에 담긴 사상이 화엄정신이라고 했는데 화엄정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면?
"화엄, 늘 우리가 깨달음의 경지를 화엄이라고 하는데 요즘 시대에 맞춰 해석해보면 가장 큰 행복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생, 부처와 모든 세상의 만물이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는 공간, 이러한 것을 화엄정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고 그런 정신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화엄사라 생각합니다."

(보물 제1040호)
▲ 화엄석경 (보물 제10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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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석경은 현재 화엄사 성보박물관 지하 수장고에 13,115점이 나무상자에 보관돼있다.
▲ 화엄석경(보물 제1040호) 화엄석경은 현재 화엄사 성보박물관 지하 수장고에 13,115점이 나무상자에 보관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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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으로 보관되고 있는 화엄석경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화엄석경(보물 제1040호) 파편으로 보관되고 있는 화엄석경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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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엄석경에 대한 연구는 얼마나 진행됐나요?
"화엄석경이 정확히 60 화엄이냐, 고려대장경 이전의 통일신라시대 화엄경은 어떤 화엄경을 원본으로 하는 것인가. 그에 대해 연구를 하려면 최소한 석경 그대로를 복원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복원적인 부분에서 1cm도 진도가 나가지 못했고 60화엄 전체를 돌에다 새긴 경우가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어떻게 새겼을까 하는 등에 대한 연구에서 진도를 나가야 하는데 아직은 탁본 정도에 머물고 있습니다. 또 지하저장고에 저장해 넘버링한 정도가 현재까지 진행된 내용입니다."

- 그동안 화엄석경에 대한 연구가 잘 이뤄지지 못한 이유는 뭔가요?
"우리가 지하유물관에 여러 유물과 섞여서 나무상자에 그냥 파본으로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일일이 한쪽씩 꺼내 글씨체를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최소한 큰 틀을 만들어서 그 안에 파본의 조각을 맞추면 컴퓨터 작업을 통해 여기는 화엄경 몇 권의 몇 본이고 어떤 내용인지를 다른 경전 원본과 대조해서 유추하거나 확인할 수 있는데 현재는 그것이 어렵습니다. 일단은 복원할 수 있는 큰 공간이 없다는 것과 연구진이 상근하며 1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모를 힘든 작업이 될 텐데 기본 예산은 확보되어 있지만, 장기적인 플랜의 예산이나 장소, 공간, 이런 것들이 부족한 것이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 앞으로 화엄석경 연구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앞으로 우리가 화엄석경연구소를 통해서 반드시 복원작업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복원해서 과연 이 당시에 화엄석경이 갖는 지위, 변상도에 대한 부분, 석각에 대한 부분, 글씨체에 대한 부분 등 여러가지를 연구해 석경을 복원해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그 작업에 대한 기초 단계, 걸음마 단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 문화재에 애정과 관심이 많은데 스님에게 문화재는 어떤 의미인가요?
"제게 있어 문화재는 마음입니다. 과거 선조들의 마음이고 현재 나 자신의 마음이고 미래의 우리가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을 크게 말하면 화엄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제가 화엄사의 주지니까. 저한테 '문화재는 화엄이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 끝으로 화엄사를 찾는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화엄을 찾는 분들이 화엄사라는 부분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화엄이라는 자체가 내가 이 도랑에 와서 가장 가까운 사람의 행복, 내 남편과 내 아내와 내 자식, 내 이웃의 행복을 생각하며 우리가 그들에 대해 고마움을 모르고 살고 있지 않겠는가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화엄 정신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화엄사의 부처님을 바라보고 선조의 유물을 바라보면서 내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또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배워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리산은 행복하고 바라만 봐도 근심 걱정을 덜어낼 수 있는 말 그대로 행복 도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CPN문화재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화엄사, #화엄석경, #덕문스님, #문화재위원, #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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