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졌다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실은 취업이 어렵다. 그에 반해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에 시달린다고 하소연한다. 이와 같은 취업 시장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 SBS 스페셜 >이 나섰다.

지난 6월 10일 방영된 '역지사지 면접 프로젝트 - 취준진담'편은 배우 조우진이 '노오력 인력 사무소'를 개소해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다. 지금까지 취업하기 위해 구직자가 지원해 기업의 담당자들과 면접 보던 것을 뒤집어, 구직자들이 면접관이 돼 기업을 '면접'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역지사지' 프로젝트를 통해 < SBS 스페셜 >은 이 시대 청년들의 '노오력'에 대해 살피며 구직자 중심의 구직을 시도해 본다.

 < SBS 스페셜 > '역지사지 면접 프로젝트-취준진담'편

< SBS 스페셜 > '역지사지 면접 프로젝트-취준진담'편 ⓒ SBS


'역지사지' 면접 프로젝트, 면접관이 된 구직자들

방송에서는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대표 혹은 임원들이 젊은이들에게 면접을 '당하기' 위해 나섰다. 최근 급성장하는 저비용 항공사 항공 경영본부 상무, 한방차 카페라는 획기적인 아이템으로 전국에 100여 개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는 대표, 그리고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스타트업 회사의 인사 총괄 이사까지. 이들은 각종 복지 정책을 자신감 있게 내세우며 면접장에서 자리한다. 예를 들면 각자 회사의 성과급을 직원들에게 나누어 준다던가, 월요일 오후 1시 출근에 주 4.5일 근무제를 적용한다거나, 오후 6시 정시 퇴근 독려 등 일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고 주 35시간 근무에 하루 세 끼 식사 제공을 하는 식이다.

하지만 임원들의 당당하던 자신감은 취준생 면접관들과 몇 마디 대화에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임원들을 당혹스럽게 만든 취준생 면접관들은 다양한 경력을 자랑한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400여 개의 지원 서류를 작성해 본 구직자, 취업을 위해 대학에 적을 둔 지 8년차인 11학번 학생, 장래를 위해 자신의 전공인 성악 외에 정치학을 복수 전공하는 학생도 면접관으로 나섰다. 인턴 2번에 정규직 1년차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을 찾는 32살의 '중고 신입', 각종 단기 알바를 섭렵하고 이제 계약직 만료를 앞둔 사람, 그리고 취업 준비 2년차에 자소서만 155개째 작성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 SBS 스페셜 > '역지사지 면접 프로젝트-취준진담'편

< SBS 스페셜 > '역지사지 면접 프로젝트-취준진담'편 ⓒ SBS


이미 지원자로 나설 기업에 대해 조사를 다 하고 나온 취준생 면접관들은 예리하게 각 기업의 문제점을 파고 든다. 급성장하고 있는 자부심을 피력한 저비용 항공사의 상무는 회사 내 사원의 잦은 퇴직에 대해 '열정이 부족한 게 아닌가'라는 답을 했다가, 취준생들에게 '꼰대'라는 혹독한 평가를 받는다. 그런가 하면 주 4.5일의 근무 환경에 대표 면담이라는 화려한 근무 조건을 내세운 프랜차이즈 대표는 '대표 면담이라는 게 대표만의 자의적 소통 방식이 아닌가'라는 질문부터, '연봉 2000만 원이라는 낮은 급료가 혹시나 '열정 페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만 말이 막히고 만다. 스타트업 이사 역시 마찬가지다. 생소한 외국 이름부터, '1년 안에 획기적인 근무 환경 개선'이라는 그의 장담은 취준생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한다.

무엇보다 취준생들과 기업 임원들 사이에 가장 큰 간극을 보인 건 야근에 대한 인식이다. '회사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 때로는 야근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기업 임원 측의 생각에 취준생들은 '그게 바로 열정을 거저 이용하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맞선다. 그리고 잦은 이직을 그 증거로 내세우며 '열정' 대신 '페이'를 요구한다.

1박 2일에 걸친 합숙과 술자리까지 거친 심층 면접, 취준생들의 평가처럼 기업 임원들은 면접의 요소요소에서 여전히 젊은이들의 '노오력'에 대해 안이하게 바라보는 듯했다. 또한 청년들의 열정에 '무임승차'하려는 듯한 가치관을 숨길 수 없었다. 젊은이들이 구직 시장에서 자신을 내던지며 전투에 임하는 태도와 달리, 술자리에만 가도 긴장이 풀려 훈계를 늘어놓고 만다. 심지어 '노오력'에 대한 마지막 정의의 과정에서 기업 임원들은 어설픈 비누 조각이나 GPS 인증, 혹은 영화 속 설정을 통해 어설픈 이벤트로 젊은이들의 마음을 잡으려 해 실소를 자아내고 만다. 결국 1박 2일의 '노오력' 면접이 보여준 건 '꼰대' 같은 기성세대들의 열정에 대한 정당하지 않은 사고 방식과 이 시대 젊은이들에 대한 이해 부족이었다.

 < SBS 스페셜 > '역지사지 면접 프로젝트-취준진담'편

< SBS 스페셜 > '역지사지 면접 프로젝트-취준진담'편 ⓒ SBS


'열정'과 '페이'의 간극

그런데 정작 이 '역지사지' 프로젝트가 보여준 건, 쉽게 잇닿을 수 없는 구직자와 채용 담당자의 사고 방식 차이가 아니다. 1박 2일의 합숙이 끝나고 최종 선택이 있던 순간, 가장 '꼰대스러워' 젊은 구직자들에게 지탄을 받던 저비용 항공사가 '그럼에도' 성과급을 준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는 점이다. 임원들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던 구직자들은 그들이 면접 과정에서 지적했던 이러저러한 사안과 달리, 결국 의견을 '돈'과 '비전'을 선택한다. 이어 3개의 회사 중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저비용 항공사와 스타트업 회사가 취준생들의 선택을 받는다. 거기에 반해 현실적으로 가장 직원 복지가 좋고, 대표의 노력과 열의가 돋보였던 카페 프랜차이즈 회사는 단 한 명의 선택도 받지 못하고 만다.

한 명의 선택도 받지 못한 회사의 대표는 결국 울음을 터트린다. '그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한 이 현실이, 결국 자신과 함께 일하면서도 남들에게 자랑스럽게 자신의 직장에 대해 자부심을 내보일 수 없는 자기 회사 직원들의 현실이 아닐까' 하는 회한의 눈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취준생의 역지사지 면접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은 연봉을 2000만 원밖에 줄 수 없는 중소기업의 비극사로 끝을 맺게 된다.

 < SBS 스페셜 > '역지사지 면접 프로젝트-취준진담'편

< SBS 스페셜 > '역지사지 면접 프로젝트-취준진담'편 ⓒ SBS


6명의 취준생 면접관 중 그 자리에 나온 기업을 택한 3명은 비록 '꼰대' 같더라도 확실한 경제적 보장과 미래의 가능성이 있는 회사를 선택했다. 한 명은 노력 가능해 보이는 미래에 투자했다. 반면 6명 중 2명은 여전히 그 어느 회사도 선택하지 않았다. '야근 등 노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삶의 질을 보장하지 않으며, 수평적 인간 관계를 누릴 수 없다'는 이유였다. 8년이 넘는 구직 기간도 여전히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 대한 로망을 접게 만들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의문은 남는다. 과연 지원자로 나온 기업 채용 담당자가 대기업에 속한 사람이라도 수평적 기업 문화와 삶의 질이 '선택하지 않는 이유'가 될 수 있었을까? 애초에 취지가 '청년들의 '노오력'과 열정에 대한 정당한 요구를 드러내기 위해서'였다면 역지사지 면접에 나서야 할 사람들은 중소기업이 아니라 대기업 채용 담당자들이어야 하지 않았을까?

구직자의 3%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대기업과 그에 비해 기업 문화를 변화시키며 노력해도 구직자가 원하는 페이를 줄 수 없고 미래조차 불투명한 중소 기업. 이 딜레마가 해결되지 않는 한, 삶의 질과 안정을 추구하려는 구직자들의 구직 행렬과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서로 잇닿을 수 있는 길은 희박하지 않을까. 이와 같은 현실을 < SBS 스페셜 >은 다시 한번 보여주고 만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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