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만 가득한 한국 축구 7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노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대 볼리비아의 평가전. 한국 이재성(오른쪽)과 손흥민이 골찬스를 놓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 아쉬움만 가득한 한국 축구 7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노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대 볼리비아의 평가전. 한국 이재성(오른쪽)과 손흥민이 골찬스를 놓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가진 패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감춘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보여줄 게 없었던 것일까. 신태용호가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가진 마지막 공개 평가전을 아쉬움 속에 마감했다. 7일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볼리스타디움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한국은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월드컵에 대한 희망과 기대감을 끌어올리기에는 부족했던 경기였다.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한국은 최전방에 김신욱(전북)과 황희찬(잘츠부르크)이 처음으로 함께 투톱을 형성했고, 측면에는 이승우(베로나), 문선민(인천)이 배치됐다. 중원은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정우영(고베)이 호흡을 맞췄고, 수비진은 김영권(광저우)-장현수(FC도쿄)가 복귀하며 측면의 박주호(울산)-이용(전북)과 포백을 형성했다. 골키퍼는 김승규(비셀 고베)가 맡았다.

남미 예선에서 대량 실점한 볼리비아 상대로 무득점, 아쉽다

부동의 주전인 손흥민(토트넘)과 이재성(전북)을 선발이 아닌 후반 교체멤버로 투입한 것을 제외하면 선수구성과 전술 모두 베스트 조합에 가까운 라인입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볼리비아를 상대로 주도권을 쥐고도 좀처럼 골문을 열지 못했다. 오스트리아 입성 이후 강도 높은 체력훈련(파워프로그램)의 영향인지 선수들의 몸놀림은 무거워 보였고 공격전개의 세밀함은 떨어졌다.

신태용 감독은 조별리그 첫 경기인 스웨덴전에 맞춰서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으며 평가전의 결과보다 가급적 전력노출을 최소화하는 경기운영을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볼리비아전에서 경기력이 좋지 않은 나름의 이유는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이게 최선이었나' 하는 아쉬움은 피할 수 없다. 볼리비아는 월드컵 본선진출에 실패하며 남미예선에서 하위권인 9위에 그친 팀이다. 심지어 최근 세대교체로 한국전은 거의 2군에 가까운 전력이었다. 남미예선에서만 18경기에서 무려 38실점을 허용했던 팀을 상대로 단 한골도 뽑지 못했다. 무실점 무승부를 기록했다고 하지만 상대의 공격이 그리 예리하지 못해 우리의 수비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도 어렵다.

박주호 '못 지나가' 7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노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대 볼리비아의 평가전. 한국 박주호가 볼리비아 후안 카를로스 아르세의 드리블을 막아내고 있다.

▲ 박주호 '못 지나가' 7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노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대 볼리비아의 평가전. 한국 박주호가 볼리비아 후안 카를로스 아르세의 드리블을 막아내고 있다. ⓒ 연합뉴스


훈련을 병행하느라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져 있거나 세트피스 등 부분 전술을 감춘 것 등은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하지만 60%가 넘는 점유율에도 번번이 부정확한 패스나 더딘 타이밍으로 공격템포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것은 단순히 체력문제로만 변명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국은 이날 가지고 있는 공격카드를 모두 투입했으나 김신욱의 제공권도, 손흥민의 스피드도, 이승우의 돌파력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오히려 월드컵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도 선수들간의 호흡이 좀처럼 맞지 않는 모습을 드러내며 불안감을 키웠다. 경기가 끝나고 손흥민과 정우영이 가벼운 언쟁을 벌이는 듯한 모습이 일부 팬들 사이에서 '불화설'로 비치며 논란이 된 것도 우연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 이후 불화로 인한 언쟁이 아니었다는 해명이 나왔지만, 선수들 역시 대표팀의 경기력에 대하여 적지 않은 압박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세네갈과 마지막 평가전에서 반전 보일 수 있을까

현대축구가 아무리 정보전의 비중이 커졌다고 하지만 전력노출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도 오히려 소탐대실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축구가 월드컵 무대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던 2002년 한일월드컵이나 2010 남아공월드컵의 경우에도 물론 평가전에서 100%를 다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월드컵 본선이 임박한 시점에서는 '진검승부'를 펼쳤다.

주축 선수들의 체력안배와 부상 방지 차원의 로테이션, 세트피스 같은 세부적인 부분전술을 노출시키지 않는 정도의 관리만 있었을 뿐이다. 오히려 지금처럼 월드컵 개막이 임박한 시점이라면 상대를 의식하기보다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플레이의 완성도를 높이는 담금질이 더 필요하다. 전력 노출이 두려워서 평가전에서 '마땅히 해야 할 플레이'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차라리 모든 평가전을 비공개로 돌리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작전 지시하는 신태용 감독 7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노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대 볼리비아의 평가전. 한국 신태용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 작전 지시하는 신태용 감독 7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노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대 볼리비아의 평가전. 한국 신태용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구나 평가전의 분위기는 사실상 월드컵까지 이어진다. 히딩크 감독 시절 대표팀은 월드컵을 앞두고 스코틀랜드-잉글랜드-프랑스 등 유럽팀들과의 평가전에서 선전하며 자신감을 끌어올렸고, 허정무 감독 시절에는 에이스였던 박지성을 빼고도 우승후보 스페인을 상대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 저력을 발휘했다. 선수단의 자신감도 자신감이지만 국내 팬들의 응원 열기를 끌어올리는 데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반면 홍명보 감독이 이끌었던 지난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튀니지-가나 등 월드컵 직전 열린 평가전에서 줄줄이 졸전과 완패를 거듭하며 최악의 분위기 속에 월드컵에 돌입했다. 당시만 해도 홍명보호 역시 평가전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고 연막작전을 펼쳤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정작 뚜껑을 열자 그게 '진짜 실력'이었다는 것이 월드컵에서의 졸전으로 여지없이 드러났다.

보통 사령탑이 바뀌고 1년 정도가 되면 그 팀의 추구하는 색깔이나 전술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출범한 신태용호는 아직까지 베스트11이나 플랜A조차 불분명한 게 현실이다. 최종명단 발표 직전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 때문에 아예 월드컵에 대한 기본구상 자체가 무너진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유럽팀을 상대로 A매치 3연패, 유럽원정 5경기 연속 무승(1무 4패) 같은 저조한 기록에서 보듯, 신태용호의 경쟁력에 물음표가 붙는 것은 이번 볼리비아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월드컵에서 만나게 될 강팀들에 대항할 수 있는 확실한 무기나 경쟁력을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한 상황에서, 전력만 억지로 감춘다고 본선에 들어가면 갑자기 상황이 확 달라질 수 있을지 기대보다 의문이 더 드는 게 사실이다.

한국은 11일 비공개로 세네갈과 마지막 평가전만이 남아있다. 12일에는 월드컵 베이스캠프가 있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입성한다. 하지만 팬들에게 승리를 선사하며 국내에서 아직 침체되어 있는 월드컵 열기를 되살릴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월드컵에서는 과연 신태용호의 거짓말 같은 반전을 볼 가능성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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