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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에 태어난 천사 같은 아이와 소중한 추억거리를 차곡차곡 만드는 행복한 아빠입니다. 아기를 혼자 돌봐야 하는데 걱정이 많은 아빠들을 위해 아기와 둘이 있으면서 익힌 육아 노하우와 재밌는 이야기를 독자 분들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글에서 설명하는 육아 이야기는 제 아이를 키우면서 제가 느낀 주관적인 사견임으로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글이 아님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 기자말

신생아실에서 꼬물 꼬물대며 눈만 깜빡거리던 작은 아기 천사가 어느 새 쑥쑥 자라 벌써 첫 번째 생일을 맞이하였습니다. 돌을 맞이하여 영유아 건강검진에 다녀왔더니 몸무게가 상위 10% 정도로 아주 토실토실 잘 크고 있다고 합니다.

모유를 먹다가 지쳐 잠이 들던 갓난아기가 이제는 스스로 치아를 사용해서 과자도 먹고, 숟가락을 손에 쥐어주면 밥도 스스로 먹는 성숙한 아기가 된 걸 보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또, 요즘에는 스스로 걸어보기 위해 열심히 노력중인데요.

120일 넘어 힘들게 뒤집기에 성공하고, 배밀이로 열심히 목표지점에 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순간 이동하듯이 집안 곳곳을 열심히 기어 다녔던 아기. 얼마 전에 바닥을 짚고 '영차' 하며 일어서더니 엄마를 만져보겠다며 아장아장 다섯 발자국을 걷는 모습을 처음 본 우리 부부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엄마만 좋아하는 아기, 육아빠는 슬퍼요

그런데, 육아빠는 얼마 전부터 어쩔 수 없이 아들에게 삐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기가 아빠랑 잘 놀다가도 엄마를 빈번하게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단 둘이 열심히 문화센터도 다니고, 백화점과 공원에 산책도 자주 나가면서 아기와의 라포(두 사람 사이의 공감적인 인간관계 또는 그 친밀도)가 정말 잘 형성되었다고 생각한 저로서는 가끔 보이는 아기의 냉정한 태도가 너무 슬플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제가 서운한 것은 아기가 밤잠을 잘 때인데요. 예전에는 제 자장가에 스르르 눈을 감던 아기가 제 노래에 '으악!' 하면서 샤우팅을 하는가 하면, 엄마에게 아기가 곤히 잘 안겨 있을 때 제가 안아주겠다고 손을 벌리면서 아기를 쳐다보면 싫다면서 엄마 품에 쏙 안기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아마 엄마와 떨어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분리불안 때문이겠지요.

저는 육아에 필요한 능력 세 가지를 체력, 사랑, 시간이라고 항상 생각했는데요. 아기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빼먹고 있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엄마"라는 요소입니다. 정말 다른 건 어떻게든 아빠로서 채울 수 있지만, 이 엄마요소만큼은 따라갈 수 없어서 슬픈 육아빠입니다.

그렇다고 아빠가 육아를 포기해야 하냐고요? 절대 아닙니다. 아기를 사랑하는 진정한 육아빠라면 아기가 엄마 없이도 안심하고 잘 놀고 제 시간에 꿈나라로 갈 수 있게 '엄마만큼 아기를 사랑하는 아빠'가 되도록 열심히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저의 진실된 노력을 아기가 알아주는 것일까요? 최근 들어, 아기가 아빠를 조금씩 믿고 편안하게 느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엄마 껌딱지'가 되어버린 아기와 친해지기 위한 아빠의 노력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빠와 아기
 아빠와 아기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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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좋아하는 아빠'가 되기 위한 꿀 팁 세 가지

첫째, 아기가 간절히 원하는 걸 아빠가 해주어야 합니다. 아빠가 엄마처럼 자신을 사랑해준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지요. 간절히 원하는 건 역시나 잠자는 것과 먹는 것이겠지요? 이 일들을 엄마와 꼭 분담해서 함께 하셔야 아기의 마음을 돌릴 수 있습니다.

밤잠에 들 때는 너무나도 서럽게 엄마를 찾기 때문에 직접 아빠가 아기 재우기에 성공하기는 힘들겠지만, 엄마가 아기를 재울 때 옆에 함께 누워 아기를 토닥토닥해주거나 아기가 아침이나 새벽에 깰 때 아빠의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아기 옆에서 잠을 청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또, '밥 주는 사람은 항상 엄마야!'라고 생각하는 아기의 편견을 무너뜨리기 위해 아빠가 아기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이용해서 하루에 한 번 이상 분유 또는 이유식, 간식 등을 직접 준다면 아기는 '밥 잘 주는 멋진 아빠'를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아빠와 아기
 아빠와 아기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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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매일 매일 꾸준히 아기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평일에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육아를 엄마에게 일임하고 주말에 몰아서 아기와 하루 종일 지내면서 사랑을 키우고 있다는 아빠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합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떨까요?

거의 대부분은 몇 시간 되지 않아 아기가 이유 없이 울음을 터뜨리고 결국 엄마가 와서 사태를 진정시키는 비극이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럼 결국 또 아기는 엄마만 찾게 되어 엄마는 엄마대로 힘들고, 아빠는 아빠대로 슬퍼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맙니다.

저는 집에 돌아와 아기와 함께 하는 활동을 몇 가지 정해서 매일 실천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아기와 장난감을 가지고 함께 놀기, 아기의 옹알이에 열심히 대답해주기, 기저귀 갈아주기 등 아기의 일상을 함께 보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날씨가 더워져 거의 매일 아기가 목욕을 해야 하는 데요. 아기 몸무게가 11Kg이 되니 엄마의 힘으로 아기를 씻기고, 머리까지 감기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목욕은 꼭 아빠가 시켜줍니다. 아기가 물놀이를 워낙 좋아해서 같이 물장구치기 놀이를 하고, 아기를 씻겨주면서 스킨십도 할 수 있어 아빠와 아기가 조금 더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세요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세요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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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기가 목욕 후 나른한 시간에는 자기 전 30분 동안 그림책을 읽어줍니다. 아기의 독서는 시각, 청각을 자극하고 언어 발달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필수적인데요. 10개월이 넘어서면서부터는 아기도 그림책 읽기에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아기를 따뜻하게 안아줘서 아빠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지루하지 않게, 의성어를 쓰고 동물을 흉내 내면서 재미있게 책을 읽어주세요.

셋째, 화목한 부부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세요. 육아빠의 사랑하는 아내는 2살 아기에게는 세상 전부와 같은 엄마라는 존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기에게 사랑 받는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아내를 사랑해야 되는 것이지요. 물론, 아기가 생긴 이후에도 사랑이 넘치겠지만 육아로 인해 그 감정을 조금이나마 잊고 살고 계신 분들은 결혼 전 연애시절과 신혼초의 행복했던 아내와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아내에게 따뜻한 말과 배려하는 행동을 보여주세요.

또, 아내와 아기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아기가 오늘은 안 힘들게 했어?", "우리 아기, 정말 예쁘지?", "아기 다음 예방 접종은 언제야?"와 같은 일상적인 소재에 대한 이야기들이면 충분합니다. 아내의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는 누구보다 아빠가 알아줘야 해소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아기는 점차 인지가 발달하면서 엄마와 아빠의 대화를 들으며 지금 분위기가 어떤지, 자기에 대한 관심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스킬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엄마 아빠가 말다툼을 하면 아기는 울게 되고,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고 느끼면 시무룩해지는 것이지요. 육아빠가 아내를 사랑하고 아기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대화를 함으로써 아기는 아빠를 좀 더 친근하고 신뢰할 수 있는 존재로 느끼게 될 것입니다.

애착이 생긴 아기
 애착이 생긴 아기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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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키우느라 가장 힘든 건 엄마에요

엄마만 너무 좋아하는 아기 때문에 섭섭할 때도 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가장 힘든 건 엄마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랑 아빠가 침대에 똑같이 누워 있어도, 엄마에게 힘차게 몸을 날리고 머리카락을 한 움큼 뽑아버리는 아기입니다. 더군다나 아기랑 단 둘이 있으면 엄마는 화장실에 잠시 가는 것도 힘들죠. 육아에 지친 아내를 위해서라도 아기와 아빠가 친해지는 것은 반드실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친 회사 업무를 마치고 돌아온 아빠를 위로하기 위해 방긋 웃는 아기의 모습은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아기와 행복한 추억을 만들기 위한 아빠의 꾸준한 노력은 언젠가는 결실을 맺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너무나도 짧아서 아쉬운 내 사랑하는 자녀의 귀여운 아기 시절을 후회 없이 보내기 위해 아빠로서의 책임감과 자긍심을 가지고 사랑을 실천하는 육아빠들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태그:#육아빠, #초보아빠일기, #엄마껌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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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사랑이 가득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교육이야기를 전하고자합니다. 또, 가정에서는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한 아이의 아빠로서 사람사는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바둑과 야구팀 NC다이노스를 좋아해서 스포츠 기사도 도전해보려 합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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