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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두번째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통일각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포옹하고 있다.
▲ 두번째 정상회담, 통일각앞 남북정상의 포옹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두번째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통일각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포옹하고 있다.
ⓒ 사진제공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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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엄청난 역사적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가장 성사되기 어려운 정상회담이면서 다른 국가와는 절대 이뤄질 수 없는 반나절 만의 정상회담, 이게 남과 북임을 실감하고 있다.

올해가 분단 70년,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현 정부 출범 이전까지 그 긴 세월 동안 남북 정상의 만남이 이뤄진 것이 고작 2번이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마주앉음으로써 남북은 분단 52년 만에 첫 정상회담을 열었다. 반세기만의 만남이었다. 남북의 정상은 처음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해 공감하고 6.15 공동 선언문을 통해 대결을 종식하고 화해의 역사를 열 것을 선포했다. 역사적인 만남이었다.

만남의 물꼬가 트이자 2차 정상회담이 이어졌다. 2007년 10월 2일 노무현 대통령은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남의 최고책임자가 피로 얼룩진 저 금단의 선을 넘었다. 그리고 10월 3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은 '남북 관계의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10.4선언)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남북 관계는 퇴행을 거듭해 왔다. 아니,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로 돌변하여 심지어는 전쟁을 입에 올리는 날들이 이어졌다. 칠천만의 목숨이 깃털처럼 가볍게 취급되고, 정작 참화의 당사자들은 무력하거나 오랜 긴장에 길들여져 남의 집 불구경 하듯 무감각하게 자신들의 비극을 관망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마자 이미 재가 되어 까맣게 묻혀 버린 정상회담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2018년 올해 4월 27일 기적처럼 순식간에 3차 정상회담이 열려 최초로 북의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의 땅에 발을 디뎠다. 분단 70년 만이자 3차 정상회담이 열린 지 11년 만에 성사되는 남북 정상회담이었다. 최초의 만남, 육로를 통한 최초의 방북, 최초의 방남, 매번 정상회담은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갔다.

그런데 가을에 다시 만나자던 남북의 정상은 3차 정상회담이 개최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다시 한자리에 마주앉았다. 최단 시간 만에 성사된 정상회담이라는 새로운 기록이 세워졌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어느 나라 정상과의 만남도 이렇게 손쉽게 얼굴을 맞댈 수는 없다.

평양에서 두 시간,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 아침에 전화를 하면 점심엔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거리. 어느 땐가는 "우리 오늘 점심 같이 할까요?" 이러고서 바로 출발하여 그냥 일없이 농담 몇 마디를 찬으로 삼아 밥 한 끼를 같이 나누고 헤어질 수도 있는 그런 거리. 과연 그런 날이 올 것인가.

4차 정상회담 소식을 들으며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도박과도 같은 위험한 게임을 벌이고 있는 북의 젊은 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의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어느 정도일지 그의 배포를 상상해 본다. 또 그동안 답답하게도 보였고 아쉽고 불만족스러운 면도 많았던 문재인 대통령이 내 인생에서 두 번 볼 수 있을까 싶은 어마어마한 명장면들을 만들어주고 있는 데 대해 가슴 벅찬 감동도 느낀다.

그렇다. 나는 이제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고 문 대통령이 만능 해결사가 되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수긍해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기에 우리에게 이런 대통령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가슴을 쓸어내려야 할 것 같다.

어둡고 숨 막히는 역사의 터널에 끝이 보일 것인가? 나는 촛불 항쟁의 기적 속에서 쿠데타와 최루탄과 보도블록과 화염병으로 얼룩진 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영화 같고 꿈같은 드라마틱한 역사의 시간을 목격하고 있다. 촛불의 힘이 아니었다면 이 모든 것들이 어떻게 가능했을 것인가? 우리 모두는 새로운 시대를 연 주인이자 목격자이다.



태그:#4차 정상회담, #2차 남북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2018 남북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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