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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대화하고 있다.
▲ 다시 만난 남북 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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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남북정상회담(4월 27일)→한미정상회담(5월 22일)→2차 남북정상회담(5월 26일)'

계획된 대로라면 이렇게 진행된 남북-한미간 정상회담의 1차 종착역은 오는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이다.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해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종착역에 다다를 수 있다고 남북미 정상들이 판단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면서 4.27판문점선언의 이행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남북갈등과 북미갈등이 중첩되는 위기가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아주 신속하게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이었다.

2차 남북정상회담, '서훈-김영철 라인'에서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두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는 서훈 국정원장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각각 배석했다.
▲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두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는 서훈 국정원장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각각 배석했다.
ⓒ 사진제공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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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26일 오후 7시 52분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카톡방에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는 사실을 처음 알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남북 정상이 핫라인으로 처음 통화하다가 정상회담 일정이 잡혔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날 <한겨레>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정상간 핫라인 통화를 하다가 문 대통령의 깜짝 제안으로 정상회담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한 여권 인사가 "(문 대통령이) 통화 도중 중요한 이야기가 오가게 되자 '이러지 말고 만나자'고 제안해 (김 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쪽은 "오보다"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2차 남북정상회담은 남북 정상간 핫라인이 아니라 '서훈-김영철 라인'에서 시작됐고, 회담을 전격 제안한 쪽도 문 대통령이 아닌 김 위원장이었다. 판문점에서 열린 1, 2차 남북정상회담 모두 김 위원장이 제안한 것이다.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27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남북관계는 여러 가지 소통 경로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서훈 국정원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간 소통 경로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제(25일) (서훈 원장과 김영철 부장 간에) 최근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 또 앞으로 남북관계를 더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4.27 정상회담 후속조치 방안 등에 대한 협의가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 과정에서 북측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구상'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격의없는 소통을 한 번 갖는 방안을 제시해왔고, 두 사람 간의 접촉 이후 관련 장관들과의 협의를 통해서 대통령에게 건의드렸고, 대통령이 그걸 승낙해서 그제(25일) 밤부터 어제(26일) 오전까지 실무적 준비를 마치고 어제 오후에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한 뒤 진행한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요청해왔고, 남북 실무진이 '통화를 통해 협의하는 것보다 직접 만나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게 좋다'고 판단해서 전격적으로 회담이 이루어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2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한 시기도 절묘했다. 김 위원장이 핵심 측근인 김영철 부장을 통해 2차 남북정상회담을 서훈 원장에게 제안한 때는 '25일 오후'였다. 전날(24일) 오후 10시 50분께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직후에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벌어진 북미갈등을 풀기 위해 우회방법으로 2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4.27 판문점선언의 후속이행과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준비과정에서 약간의 어려운 사정들이 있었다"라며 "그런 사정들을 잘 불식시키고, 북미정상회담 성공 이뤄내고, 4.27 판문점선언을 신속하게 이행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봤는데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요청해왔다"라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정례화' 가능성 커졌다

2차 남북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이 제안한 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1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 합의 발표(3월 6일)에서 개최(4월 27일)까지 50여일이나 걸린 것과도 대비된다. 게다가 정상회담 준비 상황을 꼼꼼하게 언론에 공개했던 1차 남북정상회담 때와 달리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사실은 회담이 끝난 지 약 3시간 만에 언론에 공개됐다.

문 대통령은 "회담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사정 때문에 회담 사실을 언론에 미리 알리지 못했다"라고 말했고,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도 "사전에 언론에 공개하지 못한 점은 양해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1차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렸는데 2차 남북정상회담 장소는 판문점 북측 통일각이었다. 특히 신속하게 열린 만큼 경호와 의전은 생략됐다. 통일각 입구에 도착한 문 대통령을 맞이한 것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20여 명의 북한 의장대뿐이었다. 그럴 정도로 "신속하고 격식없이" 정상회담이 열린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제안한 지 하루 만에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경호와 의전을 생략하고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이 열린 점 등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이를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이루어진 회담"이라고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다"라고 강조했다.

"오랫동안 저는 남북의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상 간의 정례적인 만남과 직접 소통을 강조해왔고, 그 뜻은 4.27 판문점 선언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4.27판문점선언은 "양 정상은 정기적인 회담과 직통전화를 통하여 민족의 중대사를 수시로 진지하게 논의하고 신뢰를 굳건히 하며,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향한 좋은 흐름을 더욱 확대해 나가기 위하여 함께 노력하기로 하였다"라고 적시했다.

문 대통령은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이번 회담이 필요에 따라 신속하고 격식없이 개최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앞으로도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서로 통신하거나 만나 격의없이 소통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발표했다.

남북 정상간 핫라인 통화와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를 통해 남북 정상이 직접 소통하기로 다시 합의한 것이다. '신속하고 격식없이' 치러진 2차 남북정상회담으로 인해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문 대통령은 "긴장과 대립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에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길을 내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2차 남북정상회담이 이러한 의미를 불러오면서 임종석 비서실장의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임 실장은 지난 3월 16일 준비위원회 첫 회의가 끝나고 연 브리핑에서 "앞으로 고위급회담과 실무회담을 통해 정상회담을 착실하게 준비하면 '판문점 회담'이라는 형식이 남북간 새로운 (회담) 방식으로 자리잡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임 실장은 "판문점 회담은 북한 방문이나 남쪽으로 초청하는 방법에 비해 경호 등 모든 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다"라며 "자리만 잡을 수 있다면 아주 좋다"라고 '판문점 정상회담'에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남북관계에 아주 유례없는 좋은 진전"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가진 제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가진 제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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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4.27판문점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오는 6월 1일 남북고위급회담에 이어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당국자회담과 이상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도 열기로 합의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표현한 것처럼 "4.27판문점선언의 조속한 이행을 재확인"한 것이다.

양 정상은 4.27판문점선언에서 ▲ 남북고위급회담 개최 ▲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 국회.정당.지자체.민간단체 등이 참가하는 민족공동행사 추진 ▲ 이산가족.친인척 상봉 위한 남북적십자회담 개최 등에 합의한 바 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남북 정상간 핫라인 통화와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를 통한 정상간 직접대화에 합의하고, 남북고위급회담과 군사당국자회담, 남북적십자회담을 잇달아 열기로 합의함에 따라 남북관계 복원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가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어제 판문점 정상회담으로 4월 27일 이후 남북 정상 간에 구축되고 있는 신뢰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는 점을 아주 높이 평가한다"라며 "또 남북관계 발전과 판문점선언의 이행이 탄력받게 될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남북정상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확대하고, 또 격의없는 실무적 성격에 회담을 갖자고 합의한 것은 남북관계에 아주 유례없는 좋은 진전이라고 저는 평가한다"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태그:#2차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문재인,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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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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