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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중완씨 사진이 걸려있는 닭똥집 가게. 갓 튀긴 닭똥집의 식감이 기가 막히다.
 육중완씨 사진이 걸려있는 닭똥집 가게. 갓 튀긴 닭똥집의 식감이 기가 막히다.
ⓒ 김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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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가수 육중완씨가 한 TV 프로그램에서 서울 망원시장의 닭똥집 튀김을 소개했다. 당시 망원시장에서 15분 거리에 살았던 우리 부부는 한걸음에 망원시장으로 달려갔다. 방금 튀긴 닭똥집 튀김은 바삭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닭똥집 튀김의 열성팬이 된 우리 부부는 신선한 식재료와 맛있는 먹거리,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망원시장을 종종 찾았다. 무엇보다 사람 냄새 나는 전통시장의 생동감이 좋았다.

  오랜만에 찾은 망원시장. 예쁘게 새단장을 한 간판.
 오랜만에 찾은 망원시장. 예쁘게 새단장을 한 간판.
ⓒ 김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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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냄새 나는 전통시장의 생동감이 좋다.
 사람냄새 나는 전통시장의 생동감이 좋다.
ⓒ 김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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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일산으로 이사 오면서 망원시장 방문이 뜸해졌다. 얼마 전에 장모님께서 망원시장의 어느 반찬가게에서 반찬을 사다 주셨다. 어떻게 같은 재료로 이렇게 맛있는 반찬을 만들 수 있을까. 떨어진 반찬을 사러 오랜만에 망원시장을 찾았다.

일부 새로 생긴 가게들이 눈에 띄긴 했지만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한쪽에서는 가격을 흥정하는 아주머니와 '골라 골라'를 외치며 호객하는 상인, 맛집 앞에 줄을 선 사람들과 인파 속을 요리조리 피하며 곡예 운전을 하는 배달 오토바이. 망원시장에서는 여전히 사람 냄새가 났다.

  대형쇼핑몰 입점을 반대하는 상인회의 현수막
 대형쇼핑몰 입점을 반대하는 상인회의 현수막
ⓒ 김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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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을 하다 보니 눈에 띄는 현수막이 있었다. '지역상권 파괴하는 축구장 32개 크기 상암 DMC 롯데복합쇼핑몰 강행 즉각 중단하라!!' 망원시장 상인회에서 설치한 대형 현수막이었다.

생기 넘쳤던 망원시장에 큰 우환이 생겼다. 시장을 잠식하는 대기업들의 출점 경쟁으로 새우등이 터지게 생겼다. 최근 전통시장과 대형 유통업체가 상생 협력을 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는데, 망원시장도 그런 해법을 모색해 보면 어떨까.

안성에 있는 안성맞춤시장의 경우, 이마트의 노브랜드 상생 스토어가 동네 마트와 공간을 나눠 쓰고 있다. 이마트는 상생 스토어와 어린이 희망 놀이터, 청년 상생 카페 등을 신설했다. 상생 스토어는 신선식품과 주류, 담배 등의 품목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전통시장과 협력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동두천시청에서는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상생 협력 간담회도 개최되었다고 한다. 전통시장과 마트 관계자들은 상생 협력 방안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을 했다.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상생과 협력 구도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어 긍정적으로 보인다.

  반찬을 구입한 가게. 4팩에 1만원으로 맛있는 반찬을 구입했다.
 반찬을 구입한 가게. 4팩에 1만원으로 맛있는 반찬을 구입했다.
ⓒ 김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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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시장에 걸린 대형 현수막을 보며 한 일본 여성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일본 여성은 폐결핵에 걸려 13년 동안 투병생활과 요양생활을 한 끝에 38세에 결혼을 했다. 결혼 후 그녀는 집 앞에 작은 구멍가게를 열었다. 그녀는 모든 고객을 정직하고 친절하게 대했다.

고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가게는 대박이 났다. 그런데 다른 가게는 장사가 안 되어 가게 문을 닫게 될 지경에 이르렀다. 다른 가게를 걱정하던 그녀는 자신의 가게에 있는 물건의 양과 종류를 줄였다. 고객에게 다른 가게에 있는 물건을 친절하게 안내하기도 했다.

수입은 줄었지만 그녀에게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틈틈이 글을 썼고 마침내 책을 출간했다. 미우라 아야꼬의 소설 <빙점>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웃과 더불어 사는 길을 고민하고 실천했던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은 소설 속에도 고스란히 녹아있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울렸다.

서로 양보하고 스스로 손해 볼 줄 아는 넉넉함으로, 더불어 사는 성숙함이 필요한 때다. 미우라 아야꼬가 보여준 따뜻한 상생의 봄바람이 망원시장에도 불길 바란다. 사람 냄새나고 생동감 넘치는 전통시장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물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태그:#전통시장, #상생, #망원시장, #미우라아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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