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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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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성공(big success) 될 것"

드디어 북미정상회담의 일정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8일 백악관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한국 특사단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미국과의 대화의지를 전달받고 북미정상회담을 수락한 이후 63일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우리 양측 모두는 회담을 세계 평화를 위한 매우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고 인디애나주 유세장으로 향하며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에게 "큰 성공(big success) 될 것"이라며 엄지를 치켜 올렸다.

북미가 정상회담 일정에 합의한 것은 다행이지만 그 과정은 지난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8일 북미정상회담이 3~4주 후에 열릴 것이라고 공언했고 이로 인해 5월 중순이나 말 경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곧 발표될 것이라던 회담 일정 공개는 차일 피일 미뤄졌고 5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채널을 고정하라(stay tuned)!"며 북한에 억류된 3명의 미국인 석방 임박을 알렸으나 이 역시 감감 무소식이었다.

그 사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휴가를 간다고까지 하며 극비리에 미국을 방문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났고 김정은 위원장은 정상회담을 한 지 불과 43일 만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다시 만났다. 급기야 5월 6일 북한 외무성은 미국이 반공화국적 행위를 하고 있다며 3월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수용 의사 표명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비난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했던 북미정상회담 성사과정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이 임박했음을 알린 후 보름 정도의 시간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단초는 지난 5월 2일(현지시각), 마이크 폼페이오 신임 국무장관의 취임사에서 읽힌다. 폼페이오 장관은 취임사에서 북핵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때라며 "우리는 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 대량살상무기 폐기를 지체 없이 행하는데 전념할 것(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 of North Korea's WMD program)"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핵 문제 해결방안으로 제시해왔던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가 'PVID'로 대체된 것이었다. 여기서 '영구적인(Permanent)'과 '완전한(Complete)'의 차이와 관련해서 의미상 차이가 없다는 견해와 핵무기 및 핵시설 폐기뿐 아니라 핵무기 개발 연구데이터와 인력의 통제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견해가 있었으나 이후 폼페이오 장관이 부연설명을 한 바에 따르면 '보다 강력한 검증'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PVID의 정확한 의미가 뭐냐는 질문에 "과거처럼 여러 단계로 쪼개서 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북한이 핵 능력을 보유하지 않았다는 걸 어떻게 보장하느냐의 문제"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이것(북한이 핵 능력을 보유하지 않았다는 걸 보장하는 것)을 이뤄내려면 강력한 검증 프로그램이 요구된다"라며 "이러한 검증 작업은 솔직히 그 이전의 어떤 합의도 이뤄내지 못했던 방식으로 그 결과를 얻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전에 없던 검증 방식'과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외교소식통은 지난 9일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을 때 "향후 핵 개발 중단과 보유중인 핵물질 및 미사일의 국외 반출 요구했다"라고 전했다. 이 전례 없는 검증방식과 관련해 북한은 아직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VID는 '보다 더 강화되고, 전례 없는 검증 방식'을 의미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했다고 10일 보도했다.
▲ 김정은 위원장-폼페이오 장관 밝은 표정으로 악수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했다고 10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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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문제는 미국이 핵 이외에 북한의 생화학무기 등을 거론하며 비핵화 협상의 의제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취임사에서 언급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North Korea's WMD program)'이 그것이다. 한미 당국은 그동안 북한이 수천 톤에 달하는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작 북한은 핵무기와는 달리 이를 인정한 바가 없다. 북한의 생화학무기 존재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언급한 인터뷰에서 PVID의 'D'를 기존에 사용하던 'Dismantling(해체)'가 아닌 'Denuclearization(비핵화)'로로 표현해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보다 먼저 북한의 생화학무기를 거론했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여전히 핵 이외의 대량살상무기가 북한과의 협상의제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존 볼턴은 지난 4월 29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논의할 것이 더 많아졌다"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뿐 아니라 생물학무기, 화학무기 등도 함께 거론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각) 존 볼턴 보좌관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폐기는 물론 생화학무기, 한국과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버리대 국제학 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국장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최근 국내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핵 관련해 존 볼턴과 트럼프의 생각은 다르다고 본다며 볼턴이 트럼프의 외교적 해법에 동의하지 않는데 대통령의 기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는 대통령이 결국 협상결과에 실망해 대화 테이블을 떠날 것을 바라기 때문"이며 "영구적 비핵화와 대량살상무기 폐기를 주장하기 시작한 것도 (대통령의 기대치를 끌어올려) 결국 대화를 방해하겠다는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네오콘 입장에선) 노골적으로 대화를 원하는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방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핵 넘어 대량살상무기까지 의제 확장하려는 볼턴의 의도

존 R.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 사진은 지난 2003년 7월 31일 서울 남영동 미국 문화원 정보자료센터에서 기자회견 중인 당시 존 볼턴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
 존 R.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 사진은 지난 2003년 7월 31일 서울 남영동 미국 문화원 정보자료센터에서 기자회견 중인 당시 존 볼턴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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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사리 북미정상회담의 일정이 합의됐다. 지난 10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석방된 3명의 미국인을 환영하는 자리에서 말한 것처럼 북미가 "이렇게 멀리 온 적도 없고 이런 관계도 없었다". 세계에서 냉전의 마지막 공간으로 남아있던 한반도에 전혀 다른 세상이 열리려 하고 있다.

하지만 지뢰밭은 널려있다. 이미 핵무력의 완성단계에 이른 북한의 비핵화 과정이 쉽지 않은 과정일 것임은 이미 예견된 바다. 북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이 북한에 제공해야 할 '불가역적인' 체제보장 방안도 아직 명확하지가 않다. 여기에 한반도의 평화를 원치않는 국내외 세력의 방해와 반대도 만만찮다. 한반도 평화의 '큰 성공(big success)'이 이루어질 때까지 눈 부릅뜨고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석진씨는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군대를 보는 시민의 눈,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주간 뉴스레터 'watch M' 제140호에 실린 칼럼을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태그:#북미정상회담, #한반도 비핵화, #PVID, #군대를 보는 시민의 눈,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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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대한 감시와 비판적 제언'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Civilian Military Watch)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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