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세계에 영원한 것은 없다. 아무리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어도 언젠가는 내려오기 마련이다. 특히 일대일로 단련된 육체를 부딪히는 격투 스포츠는 더욱 그렇다. 파워 같은 부분은 꾸준한 관리를 통해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겠으나 순발력, 반사신경, 반응속도 등은 노장이 젊은 선수를 당해내기 힘들다. 이같은 경향은 그래플러보다 타격을 주무기로 하는 파이터들에게서 특히 두드러진다.

'내츄럴 본 킬러(Natural Born Killer)' 카를로스 콘딧(34·미국)은 한때 UFC 웰터급 최고의 인기 파이터 중 한 명으로 명성을 떨쳤다. 잘생긴 외모에 공격적 아웃파이팅을 무기로 매 경기 명승부를 연출하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미국 현지는 물론 국내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누린 바 있다.

한창 잘 나갈 때의 '스턴건' 김동현(37·부산 팀 매드)을 넉 아웃으로 무너뜨리기도 했다. 아쉽게 패하기는 했으나 강력한 챔피언으로 군림했던 '수면제' 조르주 생 피에르(36·캐나다), '돌주먹' 로비 라울러(36·미국) 등과 맞붙어 그들을 매우 어렵게한 난적이기도하다.

특히 라울러 전같은 경우 워낙 접전이었던지라 콘딧의 손이 올라갔어도 이상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기량은 확실했지만 이래저래 운이 따르지 않아 정규 챔피언에 오르지 못한 불운의 아이콘이다.

거듭된 패배, 명승부 제조기는 옛말

 콘딧은 플레이 하나하나가 역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친다

콘딧은 플레이 하나하나가 역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친다 ⓒ 카를로스 콘딧 트위터


앞서 언급한대로 세월은 누구도 비껴갈 수 없다. 콘딧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때 어지간해서는 질 것 같지 않았던 콘딧이지만 현재는 패배가 너무도 익숙한 선수가 되고 말았다. 2014년부터 콘딧은 6경기를 치렀는데 그중에서 승리는 티아고 알베스에게 거둔 1승뿐이다. 무려 5번을 패했다. 2016년부터는 아예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UFC 온 폭스 29'대회서 있었던 '카우보이' 알렉스 올리베이라(30·브라질) 전은 콘딧의 하락세가 확연하게 증명된 한판이었다. 아무리 노쇠했다고 해도 예전 같으면 콘딧이 올리베이라 정도의 상대에게 패하는 그림은 쉽게 그려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의 기량을 상실한 콘딧은 올리베이라에게마저도 패하며 팬들을 한숨짓게 했다.

당시 경기에서 올리베이라는 공이 울리기 무섭게 스탠스를 바꿔가며 스탭을 적극적으로 밟는 등 경쾌한 움직임을 가져갔다. 콘딧을 상대로 아웃파이팅을 펼치려는 듯 했다. 하지만 올리베이라가 노리는 것은 따로 있었다.

올리베이라는 스탠딩에서 싸움을 벌이려는 듯 하다가 이내 콘딧의 허리를 싸잡고 테이크다운을 성공시켰다. ​아무리 늙은 맹수라고는 하지만 콘딧과 타격전을 펼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데미언 마이아에게 경기 초반 테이크 다운을 허용하기 무섭게 서브미션 패배를 당했던 콘딧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도 있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콘딧은 상대적으로 아쉬운 테이크다운 방어력를 적극적 하위움직임으로 커버하는 스타일이다. 이를 입증하듯 잠시 압박당하는 듯 싶더니 삽시간에 스윕을 성공시켰고 1라운드 막판에는 백포지션에서 리어네이키드 초크까지 시도했다. 좋은 자세에서 제대로 들어갔던지라 조금만 시간이 더 있었다면 거기서 경기가 끝날 가능성도 높았다.

사실상 1라운드에서의 마지막 그림은 콘딧에게 유일한 기회였다. 과거의 콘딧은 5라운드 내내 진흙탕 싸움을 펼치고도 견딜 수 있는 강철 체력의 소유자였지만 현재는 그러한 스테미너가 발휘되지 않고 있다.

​올리베이라는 2라운드에서도 그라운드 싸움을 걸었다. 둘은 엎치락뒤치락 테이크다운을 주고받았다. 어느새 콘딧은 체력적으로 지친 듯 호흡이 가빠졌고 움직임도 느려졌다. 예전의 콘딧같았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태클을 들어가던 콘딧이 올리베이라에게 초크 그립을 깊게 잡혔고 사실상 승부는 거기서 끝났다. 콘딧은 스탠딩 길로틴을 벗어나지 못한 채 맥없이 탭을 치고 말았다.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 콘딧의 플레이

 한때 어지간해서는 질 것 같지 않았던 콘딧이지만 현재는 패배가 너무도 익숙한 선수가 되고 말았다.

한때 어지간해서는 질 것 같지 않았던 콘딧이지만 현재는 패배가 너무도 익숙한 선수가 되고 말았다. ⓒ 카를로스 콘딧 트위터


콘딧의 열성 팬이 많은 배경에는 특유의 파이팅 스타일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경기 내내 쉴새없이 다양한 패턴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콘딧의 플레이는 이른바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콘딧은 레퍼토리가 다양하다. 성큼성큼 전진스탭을 밟으면서 프런트킥과 로우·미들킥으로 압박하는가하면 순간적으로 거리를 좁히며 플라잉니킥, 슈퍼맨 펀치, 백스핀성 공격(펀치, 팔꿈치) 등으로 허를 찌른다. 펀치 연타로 순간 몰아치기에 능한지라 단발에 충격을 받은 기색을 노출하면 바로 다음 공격이 폭풍처럼 쏟아진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터지는 단발 하이킥도 위력적이다.  

한창 좋았을 때의 콘딧은 넘치는 체력과 호전적 성격을 바탕으로 컴비네이션을 즐겨 구사했다. 다양한 킥과 펀치, 엘보우 공격을 섞어 여러가지 방식으로 쏟아지는 빠르고 창조적인 컴비네이션은 마치 만화속 액션신을 보는 듯 했다.

동체시력과 반응속도가 빼어날 뿐 아니라 순간적으로 카운터를 허용해 다리가 풀려도 견디어내고 반격이 가능할 맷집, 회복력이 있었기에 거침없는 컴비네이션 구사가 가능했다는 평가다. 공격적 아웃파이팅을 즐기지만 기회다 싶거나 순간적으로 피가 뜨거워지면 인파이터를 상대로도 근거리에서 발을 붙인 채 펀치 맞불로 난타전을 벌이는 두둑한 배짱 역시 갖추고 있다.

사이드스탭에 능해 압박해오는 상대를 맞아 잽과 짧은 훅, 로우킥 등으로 치고 빠지는 플레이도 좋지만, 역시나 콘딧이 가장 위력을 발휘할 때는 전체적 주도권을 잡고 압박을 거듭 할 때다. 전형적인 싸움꾼 스타일답게 기세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끼치는 타입이다. 최근의 연패기간 동안에는 이러한 기세등등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지라 팬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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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콘딧 킬러 미션 임파서블 뱀파이터 간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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