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어린이날이 낀 연휴에 아이의 손을 잡고 극장가로 나들이를 계획하는 부모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인해 극장에 가기 힘든 가정도 존재하는 법. 올해 개봉한 전체 관람가 애니메이션 중에서 다운로드 받아 집에서 온 가족이 볼만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아기곰 보보 구출 대작전>
노르웨이/ 75분/ 2018년 4월 25일 개봉

<아기곰 보보 구출 대작전> 영화의 한 장면

▲ <아기곰 보보 구출 대작전> 영화의 한 장면 ⓒ (주)컴퍼니 엘


<아기곰 보보 구출 대작전>은 국내에도 소개된 <이가 아파요> <유쾌한 도둑들> <도둑들의 노래>을 쓴 노르웨이의 국민 동화 작가 토르뵤른 에그네르의 원작 동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스톱모션(인형이나 물체를 조금씩 움직여 촬영한 다음에 이를 연속적으로 붙여 완성하는 기법) 애니메이션이다. 인간의 손으로 빚은 동물과 배경은 컴퓨터로는 만들 수 없는 질감을 느끼게 한다.

신비의 숲 허키버키에 사는 동물들은 서로 해치지 않고 모두 친구가 되는 길을 찾는다. 그리고 숲속의 모든 동물은 친구이며 큰 동물은 작은 동물을 잡아먹지 않고 게으름을 피워 자기 음식을 저장하지 못한 동물은 공짜 음식을 바라선 안 된다는 세 가지 규칙을 세운다. 처음엔 좌충우돌하던 동물들은 아기곰 보보가 인간에게 잡혀가는 사건이 벌어지자 힘을 모아 구출 작전에 나선다.

영화는 숲속 동물들이 더불어 사는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을 통해 어린이의 눈높이로 이해할 수 있는 공존의 의미를 들려준다. 완전히 실패한 생강 과자를 버리라는 제빵사 토끼에게 조수 토끼가 "누군가는 좋아할 거예요"라고 말하는 장면이나 생쥐 레미의 대사인 "작은 동물은 큰 동물이 못하는 많은 일을 해내거든요"엔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란 메시지가 투영되어 있다.

노래 부르기를 사랑하는 생쥐 앤디가 자신을 소개하는 '앤디송', 생강 과자 레시피를 담은 '생강 과자송', 고기를 찾는 여우에게 야채가 얼마나 좋은 음식인지 들려주는 '야채송', 숲속 모든 동물이 아빠곰의 생일을 축하하는 '생일축하송' 등 곳곳에 삽입된 뮤지컬적인 연출은 자칫 무거워질 법한 극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끈다. 노르웨이 아만다 어워즈에서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퀘벡 가족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음악상을 받았다.

<반딧불이 딘딘>
중국/ 85분/ 2018년 2월 22일 개봉

<반딧불이 딘딘> 영화의 한 장면

▲ <반딧불이 딘딘> 영화의 한 장면 ⓒ 아펙스엔터테인먼트


2017년 중국 영화 시장은 9조 원이 넘는 수입을 거두며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로 올라섰다. 영화 산업의 가파른 성장세에 맞추어 아동을 겨냥한 애니메이션 제작도 활발하다. 2018년 5월 현재 우리나라에 개봉한 중국 애니메이션은 <반딧불이 딘딘> <매직빈> <펭이와 친구들의 남극대모험> <토이 가디언즈> <아기돼지 3형제와 쿵푸랜드>까지 5편에 이른다. 그중에서 <반딧불이 딘딘>은 단연 돋보이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반딧불이 딘딘>은 딘딘과 친구들이 사는 숲속 마을에 우연히 우주 탐사 로봇인 오로라가 찾아오고 마을의 곡식을 훔쳐가는 울프킹 일당에 맞서 함께 싸운다는 내용을 그린다. 유일하게 빛을 내는 존재였던 딘딘이 더 밝은 빛을 내는 오로라에게 친구들의 관심을 빼앗기는 초반부는 <토이 스토리>가 보여준 우디와 버즈의 갈등과 비슷하다. 의인화된 곤충의 외모와 울프킹의 약탈은 <벅스 라이프>의 캐릭터 디자인과 악당 호퍼가 떠오른다, 하늘에서 내려온 로봇 오로라는 <월-E>의 이브를 닮았다. 다른 중국 애니메이션처럼 <반딧불이 딘딘>도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

뚜렷한 선악 구도, 성장과 우정을 담은 서사,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에서 드러나는 <반딧불이 딘딘>의 메시지는 여타 중국 애니메이션보다 의미심장하다. 디지털인 오로라에 밀려 과거의 것으로 치부되는 딘딘에겐 급격한 경제 발전의 여파로 사라져가는 문화와 가치를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깃들었다. 오로라는 "인간은 지능이 아주 높은 생물인 거 같아. 하지만, 이롭기만 한 존재는 아니야"라고 진단한다. 침략과 파괴를 일삼는 울프킹은 인간을 은유한 화법에 가깝다. 그리고 우리가 태양을 바라보는 한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기지 못한다는 보편적인 교훈을 들려준다. 환경재단의 공식 추천을 받은 작품으로 '2018 서울환경영화제'에 상영될 예정이다.

<스파키>
캐나다/ 91분/ 2018년 4월 12일 개봉

<스파키> 영화의 한 장면

▲ <스파키> 영화의 한 장면 ⓒ (주)레드로버 , ToonBox Entert


평화롭던 바나 행성을 무력으로 차지한 악당 죵이 다른 행성을 파괴하려고 하자 여왕이 그것을 막기 위해 빅스와 청크에게 비밀 메시지를 보내고 몰래 본 스파키가 혼자 모험에 뛰어드는 <스파키>는 영웅의 성장을 다룬 SF 애니메이션이다. 모티브로 삼은 건 <서유기>. 그러나 스파키 등 바나 행성의 종족이 원숭이란 점, 저팔계와 닮은 청크, 홀로그램을 이용한 분신, 여의봉과 비슷한 무기 등 몇 가지 설정만 가져왔을 뿐이다.

<스파키>는 <스타워즈>를 위시한 1970~1980년대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와 <서유기>를 접붙였다. 스파키에겐 루크 스카이 워커가 겹쳐지고 무기는 라이트 세이버를 연상케 한다. 목소리 연기에 <스타트렉>의 캡틴으로 유명한 패트릭 스튜어트가 참여한 사실은 장르의 팬들을 향한 노골적인 구애다. 여기에 <햄릿>을 양념으로 쳐서 비극을 아주 살짝 강화했다.

<스파키>는 한국 최초 3D 애니메이션 <볼츠와 블립>, 2014년 한국 영화 사상 북미 최고 흥행을 기록한 <넛잡: 땅콩 도둑들>, 2017년 개봉한 <넛잡 2>를 제작한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 레드로버가 캐나다 애니메이션 제작 스튜디오 툰박스와 손잡고 만들었다. 할리우드 시장을 겨냥한 영화답게 제작진은 외국의 인력으로 채워졌고 목소리 연기는 제시카 비엘, 수잔 서랜든, 힐러리 스웽크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맡았다.

예산은 4천만 달러로 제법 규모가 크다. 그러나 대부분 장면의 품질은 높지 않다. 반면에 우주 활극을 묘사한 애니메이션답게 악당 죵의 함선과 스파키 일행의 함선이 벌이는 전투 장면의 시각 효과는 근사하다. 스파키와 친구들이 웜홀을 질주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뛰어난 상상력을 발휘한 걸작은 아니지만, 온 가족이 보는 스페이스 오페라 애니메이션으로 괜찮은 선택이다.

스파키 아기곰 보보 구출 대작전 반딧불이 딘딘 애니메이션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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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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