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경기. 서울 박주영(오른쪽)과 수원 고승범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경기. 서울 박주영(오른쪽)과 수원 고승범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2017.06.18. ⓒ 연합뉴스


SNS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던 박주영이 모처럼 입을 열었다. 박주영은 2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8 K리그1 11라운드 경남 FC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박주영이 선발 출전한 것은 지난 3월 10일 강원 FC전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이날 경기는 황선홍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사퇴한 이후 이을용 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첫 경기이기도 했다. 서울은 경남과 0-0 무승부에 그치며 황 감독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다.

이날 관심의 초점은 경기보다 박주영에게 쏠렸다. 박주영은 경기 후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그간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박주영은 지난 4월 14일 SNS에 "2년 동안 아무것도 나아진 것 없는 FC 서울이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황선홍 감독과의 불화설에 휩싸였다. 일부 팬들은 '2년 동안'이 황선홍 감독 재임기간을 명시하는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박주영, "의도 없었다"고 하지만...

<스포츠조선> 보도에 따르면, 박주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SNS 발언은 황선홍 감독을 저격한 것이 아니고, 불화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2년'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은 황선홍 감독의 재임기간을 지적한 것이 아니라 우승(2016년 K리그 우승) 이후 팀이 발전하거나 원하는 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을 언급했다는 설명이다.

'할말은 하겠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박주영은 "어떤 상황에서든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고 필요한 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황감독과의 불화설에 대해서는 "세간의 추측일 뿐이고 해프닝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팀이 어려울 때 경솔한 행동이 아니었냐"는 지적에 대해 박주영은 "개인적인 논란을 만들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덧붙여 "선수로서 부끄럽지 않은 선배와 동료가 되고 싶었다"는 게 박주영의 입장이다. 자신의 SNS 발언에 대한 배경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낸 대목이었다.

박주영과 황선홍 감독의 불화는 있었을 수도, 없었을 수도 있다. 감독은 이미 말을 아낀 채 팀을 떠났고 남겨진 선수는 이를 부정했다. 진실은 결국 두 사람만이 정확하게 아는 일이다. 설사 선수와 감독간 갈등이 있었다고 해도 그건 어느 팀에서나 종종 있을 수 있는 장면이기에 그 자체가 큰 문제라고 할 수도 없다.

문제는 박주영이 하필 소속팀과 감독이 가장 어려운 지경에 몰려있을 때 오히려 불필요한 SNS 언행으로 외부에서 팀 분위기를 흔들 수 있는 구설수를 스스로 자초했다는 사실이다. 이미 황선홍 감독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여론에 편승하여 선수가 감독을 흔드는 모습으로 해석될 소지가 컸다.

뒤늦은 그의 해명, 그러나 여전히 반성은 없다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챔피언스리그 8강 FC서울 대 산둥 루넝 경기. FC서울의 박주영의 오른쪽 측면에서 두번째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2016년 8월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챔피언스리그 8강 FC서울 대 산둥 루넝 경기. FC서울의 박주영의 오른쪽 측면에서 두번째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설사 세상이 박주영의 의도를 오해했다고 해도, 박주영은 그 오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시간 역시 충분히 있었다. 황선홍 감독을 저격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된 직후 다시 올린 두 번째 SNS에서도 박주영은 황감독과의 불화설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일관했다. 오히려 '앞으로도 올바른 방향으로 할말은 하겠다'며 앞선 언행이 정당했다는 뉘앙스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설사 본인의 주장처럼 정말로 감독을 저격하거나, 논란을 일으킬 의도는 없었다고 해도 어쨌든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팀을 위해 할 말을 했다'고 하지만 도대체 왜 그런 발언이 왜 필요했는지, 그것이 서울의 팀 분위기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없다. 박주영이 팀과 팬을 진정으로 생각했다면 애초에 책임지지 못할 발언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고 본다.

황선홍 감독은 성적부진으로 인한 여론의 압박 속에 결국 4월을 넘기지 못하고 사임했다. 공교롭게도 박주영은 황 감독이 물러나자마자 선발로 복귀했다. 하지만 경남전에서 풀타임을 뛰면서 보여준 지지부진한 경기력은 황 감독이 왜 그동안 박주영을 선발로 기용하지 못했는지를 확인시켰을 뿐이다.

황 감독이 떠난 뒤에야 박주영은 자신의 SNS 발언에 입을 열었다. 이미 한발 뒤늦은 해명이었지만, 그마저도 여전히 본인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이나 문제인식을 찾을 수 없다는 게 더욱 씁쓸함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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