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국가대표 주 공격수' 톰시아(188cm)가 2018~2019 V리그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 참가한다. 사진은 지난해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월드그랑프리 대회 한국-폴란드 경기 모습.

'폴란드 국가대표 주 공격수' 톰시아(188cm)가 2018~2019 V리그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 참가한다. 사진은 지난해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월드그랑프리 대회 한국-폴란드 경기 모습. ⓒ 박진철


순간의 선택이 1년 농사를 좌우한다. 다음 시즌 V리그에서 뛸 외국인 선수를 선발하기 위해 여자 프로배구 감독들이 2일 이탈리아로 출국했다.

여자배구 트라이아웃에 초청된 선수들은 2일 이탈리아 몬자로 입국해 3~6일까지 연습경기 및 간담회를 통해 기량을 선보인다. 그리고 6일 최종 드래프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남자배구 트라이아웃은 초청 선수들이 7일 같은 장소로 입국해 10일 트래프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2018~2019 V리그 여자부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는 외국인 선수는 새롭게 초청된 선수와 지난 시즌 활약한 선수 중 다시 신청한 선수까지 포함해 31명이다.

여자배구 6개 구단의 감독과 한국배구연맹(KOVO)은 이미 신규 참가 선수들에 대한 '선호도 순위'를 매겨놓은 상태다. 그러나 이 순위는 참고 자료일 뿐, 실제 기량이나 지명과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3시즌의 트라이아웃 지명 결과를 봐도, 감독들이 사전에 매긴 선호도 상위권 선수가 지명을 받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20위권 선수가 지명되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 기량과 팀 기여도... 지명 순위와 '정반대' 많다

가장 중요한 부분인 선수의 실제 기량과 팀 기여도는 감독들의 사전 선호도는 물론, 지명 순위와도 별 관계가 없었다. 오히려 정반대의 경우도 많았다.

지난 시즌 최고의 외국인 선수였던 메디(IBK기업은행)는 트라이아웃에서 맨 꼴찌인 6순위로 지명을 받았다. 메디와 함께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는 알레나(KGC인삼공사)는 아예 2년 연속 낙방생이었다.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들 중에는 다른 해외 리그에서 펄펄 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러다 보니 '진짜 보석'을 놓치고, 외국인 선수의 기량 부족 등으로 시즌 내내 성적 부진에 시달리는 구단이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이는 현행 트라이아웃 제도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측면도 있다.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확인한 신체 조건과 경기력이 에이전트와 KOVO가 제공한 프로필이나 영상과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트라이아웃 현장에서도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30여 명의 선수가 3~4일 동안 잠깐씩 보여주는 경기 장면으로 실력을 파악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선수별로 몸 상태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소속팀의 리그 일정이 일찍 끝난 선수는 휴식 시간이 길다. 당연히 몸 상태와 경기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트라이아웃에 참가한다.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도 없고, 적극성과 성의가 없는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 때문에 감독들의 눈 밖에 나고 최종 선택에서 불리하게 된다. 반면 최근까지 또는 현재도 리그 경기를 치르고 있는 선수들도 있다. 몸 상태가 좋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평가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짧은 기간 안에 선수의 인성을 파악한다는 것도 무리가 따른다.

국가대표 활약-직전 시즌 전체 기록, 함깨 검증해야 '실수 최소화'

결국 트라이아웃에서 실수를 최대한 줄이고 좋은 외국인 선수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최대한 수집해서 종합적으로 비교 검증하는 수밖에 없다.

특히 해당 선수의 국가대표 활약 정도, 직전 시즌에 어떤 수준의 리그에서 뛰었는지, 경기 출장 시간과 개인 기록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평가를 내려야 한다.

그런 기준으로 이번 트라이아웃 참가 선수들의 기량을 다시 평가한 결과, 감독들의 사전 선호도 6위인 톰시아(Berenika Tomsia)와 10위 지드코바(Katerina Zhidkova)가 가장 눈에 띄었다.

톰시아(31세·188cm)는 현 폴란드 국가대표 라이트 주 공격수다. 국내 팬들에게도 낯이 익은 선수다. 지난해 월드그랑프리에서 한국을 꺾고 폴란드를 2그룹 우승으로 이끈 주역이다. 한국과 3번의 경기에서 모두 폴란드 팀 내 최고 득점을 기록했다.

김연경과 인연도 깊다. 지난 2012~2013시즌 터키 리그 페네르바체에서 주전 센터로 뛰면서 김연경과 한솥밥을 먹었다. 나이도 같다. 그러나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4~2015시즌부터 4년 연속 세계 정상급 리그인 이탈리아에서 뛰고 있다. 지난 시즌 소속팀(Lardini Filottrano)은 정규리그 11위에 그쳤지만, 톰시아는 전 경기를 소화하며 준수한 활약을 했다.

톰시아·지드코바, 실력·경험 단연 앞서... '리우 스타' 피테르센도 눈길

지드코바(30세·187cm)는 현 아제르바이잔 국가대표다. 라이트 공격수로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왼손잡이인데다 공격 파워와 점프력이 좋다. 몸놀림이 빠르고 수비력까지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유럽의 신흥 강호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유럽 예선전에서 네덜란드를 제치고 E조 1위로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획득했다. 또한 유럽선수권에서도 4위를 차지했다. 지드코바는 같은 포지션에 폴리나(29세·198cm)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어 대표팀에서 주전으로 뛰지는 못한다. 그러나 대표팀에 계속 발탁되고 있다. 폴리나는 지난 2014~2015시즌 현대걸설 외국인 선수로 득점, 공격성공률, 서브, 오픈공격, 후위공격 등 무려 5관완을 휩쓸었다. 지난 시즌부터 터키 리그 페네르바체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드코바의 또 하나 강점은 소속팀에서 주 공격수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소속팀(Azerrail BAKU)을 아제르바이잔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김연경과 맞대결한 적도 있다. 2017년 1~2월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페네르바체와 2번 대결해 모두 패했다. 그러나 지드코바는 인상 깊은 활약을 했다.

21위 피테르센(Judith Pietersen)도 국제대회 관록에서는 단연 으뜸이다. 피테르센(30세·188cm)은 2016 리우 올림픽에서 네덜란드 주전 레프트로 맹활약했다. 특히 한국과 8강전에서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17득점을 올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소속팀도 최근 3년 동안 세계 정상급인 이탈리아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부터 네덜란드 국가대표에서 제외되고, 소속팀에서도 주전으로 뛰지 못하고 있는 게 흠이다.

세 명을 제외하면, 이번 트라이아웃 참가자 중에 국제적으로 기량이 검증되고 네임밸류가 높은 선수는 없다.

어도라 등 미국 대학 선수, '대박' 꿈꾸는 기대주

한편 네임밸류는 다소 떨어지지만, V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기량과 잠재력이 보이는 선수도 있다. 감독들도 그 선수들을 지명 후보군에 넣고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유심히 살펴보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출국 하루 전인 1일, 일부 감독은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사전 선호도 순위와 상관없이 2~3명으로 압축해 놓은 상태"라며 "현장에서 몸 상태와 인성 등을 파악한 뒤 최종 낙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사전 선호도 2위인 어도라(Adora Anae)다. 어도라(23세·188cm)는 이번에 첫 프로 무대 진출을 노리는 새내기다. 지난해까지 미국 대학 리그 강호인 유타(Utah) 대학의 주 공격수로 맹활약했다.

레프트 공격수로서 몸의 균형이 잘 잡혀 있고, 공격력이 좋고 스윙 스피드가 빠른 게 특징이다. 서브 리시브 등 수비력도 갖추고 있다. 트라이아웃 신청자 중 레프트 포지션에서 가장 기량이 좋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수의 감독이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주목해서 보겠다고 말할 정도다.

지난해까지 미국 대학 팀에서 뛰었던 선수는 또 있다. 4위 애버트(Symone Abbott)와 16위 루츠(Merete Lutz)다. 애버트(23세·187cm)도 레프트 공격수다.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1부 리그 모데나(Modena)에 입단하면서 주목을 받았으나 경기 출전은 하지 않았다.

루츠(25세·208cm)는 엄청난 신장과 체격이 특징이다. 소속팀도 미국 대학의 전통 강호인 스탠퍼드다. 지난해 전미 대학선수권에서도 4강에 올랐다. 루츠는 2013년 청소년(U20)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미국 대표팀의 주전으로 활약하며 장래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다만, 큰 키에 비해 아직 점프력이 낮고 몸놀림이 느리다.

'인기 높은' 헤일리... 이번에는 V리그 복귀할까

국내 배구팬들에게 인기가 높은 헤일리(28세·202cm)도 일부 감독의 지명 후보군에 들어 있다. 지난 시즌에는 프랑스 1부 리그 3위 팀(Mulhouse)에서 활약했다.

헤일리는 2015~2016시즌 트라이아웃에서 전체 1순위로 KGC인삼공사에 지명돼 V리그에서 활약한 바 있다. 득점왕에 오르며 공격력은 검증이 됐다. 그러나 지난해 트라이아웃에 신청했지만, 지명을 받지 못했다. 감독들이 헤일리를 외면한 이유는 '마음이 여리고 근성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올해 다시 도전장을 낸 만큼, V리그 복귀에 간절함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이가 많은 선수 중에도 감독들의 관심 대상으로 급부상한 선수가 있다. 5위 에스델(Krystle Esdelle)과 23위 스탈저(Lindsay Stalzer)다. 두 선수는 똑같이 1984년생이다. 한국 나이로 35세. 그러나 공격 파워와 탄력이 상당히 좋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에스델(190cm)은 트리니다드토바고 국가대표팀의 라이트 주 공격수다. 지난 시즌에는 터키 2부 리그 팀(Pursaklar)에서 활약했다. 스탈저(186cm)는 지난 3년 동안 필리핀 리그에서 뛰었다. 지난 시즌 소속팀(Petron)을 준우승으로 이끌고, 베스트 레프트 상을 수상했다. 2015시즌에는 우승과 함께 MVP를 수상했다.

외국인 선수 선택권은 전적으로 감독에게 있다. 기량이 뛰어나도 감독이 추구하는 배구 스타일, 팀 선수 구성 등과 맞지 않으면 선택하기 쉽지 않다. 아울러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전적으로 감독에게 있다. 올 시즌 외국인 농사는 누가 승자가 될까. 배구팬들의 이목이 이탈리아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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