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던지자 5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 경기. 삼성 선발투수 백정현이 2회말을 마무리한 뒤 강민호와 대화하고 있다. 2018.4.5

지난 4월 5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 경기. 삼성 선발투수 백정현이 2회말을 마무리한 뒤 강민호와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옛말에 '부자는 망해도 삼년은 간다'고 했다. 그러나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몰락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하다. 한때 프로야구 최고의 왕조를 호령하던 삼성이 동네북으로 전락하는 데는 삼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1990년대 삼성의 유명했던 기업 광고 문구를 패러디한 '삼성이 망하면 다릅니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삼성은 현재 10개 구단 중 최하위에 위치해 있다. 11승 21패로 승률은 .334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3할대 승률팀은 삼성이 유일하다. 지난 4월 26일 롯데와 자리를 바꿔 시즌 처음 단독 꼴찌로 추락한 이후 좀처럼 반등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가을야구 진출권인 5위 KT와는 4게임차, 바로 한계단 위인 9위 NC와도 어느덧 2게임 차이로 벌어졌다. 최근 10경기 성적도 3승 7패로 저조하다.

삼성은 지난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 9위에 그쳤다. 82년 프로 원년부터 역사를 함께해온 삼성의 창단 최저 성적이었다. 그나마 지난해까지는 10구단 케이티의 존재 덕분에 꼴찌는 면했다. 하지만 올해는 케이티마저 중위권으로 치고 올라오며 끝내 삼성이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현재로서 삼성이 '창단 첫 꼴찌'라는 굴욕의 새 역사를 다시 쓰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삼성 야구 역사상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암흑기'다.

'리그 최하위' 삼성, 과거 프로야구 호령하던 팀이 어째서...

KBO리그 역사에서 삼성의 위상을 감안하면 지금의 상황은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삼성은 자타공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최고 명문팀이다. 삼성은 2017년까지 총 8회의 우승(한국시리즈 우승 7회)을 기록하며 전설의 해태-기아 타이거즈(통산 11회)에 이어 최다 우승 2위에 올라있는 데다, 최다 PS진출(30회)-최다 한국시리즈 진출(17회)- 통산 정규리그 최다 1위(12회)-최다승(2452승)-최고승률(.559) 등에 이르기까지 가장 위대한 역사를 자랑한다.

특히 최전성기였던 2010년대에는 초유의 정규리그 5연패(2011-15), 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2011-14), 6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등 일궈내며 1980~1990년대 해태를 뛰어넘는 KBO리그 최강의 왕조로 군림했다. 오래된 과거도 아닌 불과 3~4년 전의 일이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이라는 격언처럼 세상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지만, 천하의 삼성이 불과 몇 년 사이에 이 정도로 급격하게 추락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공교롭게도 구단 역사상 '최대의 전성기'가 끝나자마자 '최악의 암흑기'가 바로 도래했다는 것도 야구팬들로서는 더욱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종전 삼성의 1차 암흑기로 꼽히던 시기는 1990년대였다. 삼성은 94년부터 96년까지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탈락하며 리빌딩의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이때에도 가장 저조했던 성적이 1996년의 6위(54승 5무 67패, 승률 .448)였고, 94년과 95년은 각각 5위로 중위권 수준의 성적을 기록하며 '일시적인 침체기' 정도로 여겨졌을 뿐 지금처럼 동네북 취급을 받을 정도로 몰락한 상황은 아니었다.

실제로 삼성은 1997년부터 2015년까지는 단 1회(2009년)을 제외하면 모두 최소한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꾸준함을 과시했고, 특히 2000년대 이후에만 7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추가하며 전성기를 열었다. 삼성의 36년 역사에서 가을야구에 나가지 못한 것은 겨우 7번에 불과하다.

또한 삼성은 올시즌 전까지 프로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꼴찌를 경험하지 않은 KBO 역사상 유일한 팀'이기도 하다. 삼성의 구단 역사상 최악의 성적은 2년연속 9위를 기록했던 지난 2017시즌의 승률 .396(55승 5무 84패)였다. 삼성이 단일 시즌을 3할대 이하의 승률로 마감한 최초의 해였지만 그래도 케이티에 7게임 차이로 앞서면서 꼴찌는 면했다.

'왕년의 명가' 되어가는 삼성,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하지만 올시즌 현재 삼성의 페이스는 지난 시즌과 비교해도 낮은 승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일 36년을 지켜왔던 '꼴찌 불가'의 전통조차 올시즌 무너지게 된다면 삼성으로서는 구단 역사상 최대의 치욕이 아닐 수 없다. 1990년대에 겪었던 암흑기는 지금과 비교하면 어린애 장난 수준으로 느껴질 정도다.

올시즌 KBO리그 각팀들의 전력이 대거 평준화된 상황에서, 냉정히 말하면 현재 삼성보다 '전력이 약하다고 할 만한 팀'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2010년대 삼성의 전성기를 이끌었던핵심 멤버들은 몇 년 사이에 뿔뿔이 흩어졌다. 박석민(NC) 채태인(롯데) 최형우(기아), 배영수-권혁(한화) 등 모두 다른 팀에서 활약 중이고 오승환(토론토)은 해외로 떠났다. 이승엽은 지난해를 끝으로 은퇴했다.

한동안 전력보강에 소홀했던 삼성은 최근에야 이원석, 강민호 등을 FA로 수혈하면서 뒤늦은 투자에 나섰지만 구멍난 전력의 빈 자리를 메꾸는 데는 하계가 있었다. 한때 투타에서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넘쳐났던 삼성이지만 현재의 선수명단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특히 타고투저가 지배하고 있는 KBO리그에서 가장 타자친화적인 라이온즈파크를 홈구장으로 쓰고 있음에도 빈약한 득점력과 장타력은 한때 '공격야구'를 트레이드마크로 하던 삼성의 과거를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몇 년째 발목을 잡고 있는 외국인 선수 농사는 올해도 지지부진하다.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가 준수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투수 아델만(2승 3패, 609)과 보니야(1승 3패, 6.54)의 성적표는 기대 이하다. 심지어 삼성 왕조의 전성기를 이끌었음에도 마지막 1년의 부진으로 '토사구팽' 당했던 류중일 감독은 올시즌 LG 트윈스의 지휘봉을 잡아 승승장구하고 있다. 잘 나갈 때 현실에만 안주했던 매너리즘에 시간이 흘러 지금은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삼성의 현실이다.

김한수 감독을 향한 평가도 날로 악화되고 있다. 김 감독은 어쩌면 삼성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에 팀을 맡게 된 불운한 감독이다. 지금의 삼성은 풍부한 자금력과 든든한 구단의 지원을 바탕으로 우수한 선수들이 넘쳐나던 과거의 삼성이 아니다. 현재 삼성의 전력으로는 김한수 감독이 아니라 누가 와도 당장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김 감독 역시 리빌딩과 세대교체가 필요한 구단의 현실에 맞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을 피할 수 없다. 오히려 과도한 작전야구의 실패, 좌우놀이와 투수교체 타이밍 등 젊은 감독답지 않게 틀에 박힌 낡은 경기운영, 베테랑 선수에 대한 홀대와 인터뷰 논란 등으로 삼성 팬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리빌딩이 필요한 약팀에 경험이 부족한 초보 감독은 위험하다'는 스포츠계의 속설을 감안하면 굳이 검증된 류중일 감독을 버리고 김한수 감독을 선택한 삼성 구단 역시 시행착오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벌써 3년째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왕년의 명가' 삼성은 과연 어디까지 추락할까.

삼성, KIA에 6-0 승리 2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6-0로 승리한 삼성 선수들이 서로 격려하고 있다.

지난 3월 2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6-0로 승리한 삼성 선수들이 서로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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