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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중 씨의 목공예 작품 '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 사람의 얼굴을 한 물고기가 지그시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다.
 안태중 씨의 목공예 작품 '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 사람의 얼굴을 한 물고기가 지그시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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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얼굴을 한 물고기가 지그시 눈을 감고 있다. 절집에서 흔히 만나는 목어(木魚)와 비슷하다. 재질도 나무다. 나무의 색깔이 빛에 발해 변색되면서 시간의 무게가 묻어난다. 눈에는 나무로 만든 안경을 끼고 있다. 안경알에는 부연 먼지가 내려앉아 있다. 작품에 붙은 제목이 '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공감이 됐다. 더 많이, 더 깊이, 자세히 보려면 눈을 감아야 한다는 말에. 왜 그 동안 나는 눈을 감아 볼 생각을 한 번도 못했을까.

안태중 씨의 목공예 작품 '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 진화된 고래를 토대로 사람의 얼굴을 융합시켜 재미를 더해준다.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도 하게 만든다.
 안태중 씨의 목공예 작품 '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 진화된 고래를 토대로 사람의 얼굴을 융합시켜 재미를 더해준다.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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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종 예술가 안태중 씨. 나무나 돌, 쇠붙이를 가리지 않고 지천에 널린 소재로 상상, 그 이상의 작품을 만들고 있다.
 다종 예술가 안태중 씨. 나무나 돌, 쇠붙이를 가리지 않고 지천에 널린 소재로 상상, 그 이상의 작품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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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것들이 참 많잖아요. 그걸 말하고 싶었어요. 우리 정서에 맞는 물고기가 뭘까 생각하다가, 포유류인 고래를 떠올렸고요. 진화된 고래를 토대로 사람의 얼굴을 융합시키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죠."

안태중(56·전라남도 곡성군 오곡면)씨의 말이다. 안 씨는 공예작가다. 목공예를 한다. 부채도 만든다. 나무나 돌, 쇠붙이에 글이나 그림을 새기는 전각과 서각도 한다. 붓글씨를 쓰고, 도자기도 빚는다. 나무는 말할 것도 없고 철, 흙을 가리지 않는다. 지천에 널린 소재로 상상, 그 이상의 작품을 만든다. 다종 예술가다.

"경계를 두고 싶지 않았어요. 주변에 널린 재료를 모두 활용해 융합시켜서 독특한, 나만의 작품세계를 연출하고 싶습니다. 작품의 깊이는 나중 문제이고요."

갤러리 '푸른낙타'에 전시돼 있는 안태중 씨의 전각과 서각 작품. 다종예술가 안 씨의 주된 수입원이다.
 갤러리 '푸른낙타'에 전시돼 있는 안태중 씨의 전각과 서각 작품. 다종예술가 안 씨의 주된 수입원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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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푸른낙타'에서 만난 안태중 씨의 작업 도구들. 크고 작은 대패에서부터 끌, 정 등 수없이 많다.
 갤러리 '푸른낙타'에서 만난 안태중 씨의 작업 도구들. 크고 작은 대패에서부터 끌, 정 등 수없이 많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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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씨는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많았다. 섬진강을 놀이터 삼아 놀았던 어린 시절이 가장 즐거웠다. 농부를 꿈꾸며 농과대학을 졸업했다. 생각과 달리 농사가 쉽지 않았다. 터전을 경남 창원으로 옮겨 직장생활을 했다. 취미 삼아 틈틈이 서예를 배웠다. 학생 때부터 관심을 가진 분야였다. 전각, 서각, 도예도 익혔다.

이것저것 배우는 게 재밌었다. 익히는 속도도 비교적 빨랐다. 숨겨진 예술적 재능을 발견하며 차츰 예술의 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서예로 몇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경상남도서예대전과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 반열에 올랐다.

증기기관열차가 지나는 철길 옆에 자리잡은 안태중 씨의 집. 어릴 적 많이 불렀던 '기찻길 옆 오막살이'를 떠올리게 한다.
 증기기관열차가 지나는 철길 옆에 자리잡은 안태중 씨의 집. 어릴 적 많이 불렀던 '기찻길 옆 오막살이'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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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푸른낙타'의 창밖 풍경. 섬진강변을 따라가는 국도와 함께 자전거도로가 한눈에 다 보인다.
 갤러리 '푸른낙타'의 창밖 풍경. 섬진강변을 따라가는 국도와 함께 자전거도로가 한눈에 다 보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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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자신을 낳고 길러준 섬진강변으로 돌아왔다. 폐가가 된 흙집을 사서 하나씩 고쳤다. 섬진강이 국도와 나란히 흐르고, 증기기관열차와 레일바이크가 지나다니는 철길 옆이었다. 집 안팎을 단장했다. 화장실을 다시 짓고 수도시설도 직접 했다. 이웃들이 함께 팔을 걷어줬다.

갤러리 카페도 꾸몄다. 10㎡ 남짓한 작은 공간이다. 이름을 '푸른낙타'로 붙였다. 갤러리에는 자신의 작품이 빼곡하다. 갤러리를 찾아온 이들과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나무탁자도 들였다. 피아노도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안태중 씨의 갤러리 '푸른낙타' 전경. 10㎡ 남짓한 작은 공간에 안 씨의 작품이 빼곡하고 차를 마실 수 있는 나무탁자까지 마련돼 있다.
 안태중 씨의 갤러리 '푸른낙타' 전경. 10㎡ 남짓한 작은 공간에 안 씨의 작품이 빼곡하고 차를 마실 수 있는 나무탁자까지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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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중 씨가 만든 부채 작품. 손잡이에 낙죽기법으로 아주 작은 글씨로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시를 새겼다.
 안태중 씨가 만든 부채 작품. 손잡이에 낙죽기법으로 아주 작은 글씨로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시를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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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엔 부채의 고장 전주에서 '부채탕감전'을 열었다. '부채 탕감(宕感)'은 부채를 통해 호탕한 기운을 느낀다는 의미를 담았다. 부채의 손잡이가 단연 돋보인다. 벼락 맞은 대추나무에다 소뼈, 살구나무, 대나무, 순은을 가미해 만들었다. 손잡이에는 낙죽기법으로 아주 작게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시를 새겼다.

대나무살을 깎고, 표구작업을 해본 경험으로 한지를 바르고, 붓으로 글을 쓰는 작업까지 손수 다 했다. 그럼에도 작업시간이 다소 걸렸을 뿐, 어렵지 않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액자에 담긴 그림과 달리, 소품으로 쓰이는 손부채의 바람을 주제로 한 그림이기에 감흥도 별났다.

안태중 씨가 자신의 갤러리에서 전각과 서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각과 서각은 그의 주된 수입원이다.
 안태중 씨가 자신의 갤러리에서 전각과 서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각과 서각은 그의 주된 수입원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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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중 씨가 쇠붙이에 새긴 작품. 안 씨는 나무, 흙, 쇠붙이 가리지 않고 작품의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안태중 씨가 쇠붙이에 새긴 작품. 안 씨는 나무, 흙, 쇠붙이 가리지 않고 작품의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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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이 뛰어난 건 아니고요. 경계를 두지 않고, 그때그때 느낌을 조금씩 융합시켜 봤어요. 상상을 뛰어넘다보니 저도, 보는 사람도 흥미로워하고요. 보는 사람이 호기심을 갖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안씨는 지금껏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재미와 융합에 작품의 방점을 찍겠다고 했다. 섬진강에서 가까운 폐교나 창고 같은 곳을 활용한 목공예 체험장 운영과 목공예를 통한 지역관광 상품화는 꾸준히 고민하는 분야라고 덧붙였다.

안태중 씨와 체험객들이 함께 만든 공예작품 '모두의 물고기'. 증기기관열차가 멈추는 곡성 가정역, 섬진강변에 설치돼 있다.
 안태중 씨와 체험객들이 함께 만든 공예작품 '모두의 물고기'. 증기기관열차가 멈추는 곡성 가정역, 섬진강변에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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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안태중, #푸른낙타`, #부채탕감, #목공예, #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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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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