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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정권의 발목을 어떻게든 잡아보려는 이들의 발언들은 측은함을 넘어서서 실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보수언론은 가십거리를 양산해 내어 본질을 호도하고, 보수야당(정말, 그들이 보수인가?)이라고 자처하는 한국당은 연일 남북정상회담을 평가절하하고, 거기에 몇몇 보수인사들은 저주하듯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그들의 주장을 보면서 '마치 대한민국이 빨리 망했으면' 고사를 지내는 이들처럼 느껴졌다면 지난친 생각일까?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중요한 이유, 그리고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이유는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우리의 남북관계는 '잃어버린 11년'보다도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침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어느 정권을 지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명운이 달린 일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성공해야만 하는 이유

자유한국당이 4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댓글조작 규탄 및 특검 촉구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4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댓글조작 규탄 및 특검 촉구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 조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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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자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88.7%에 달한다고 한다. 10명 중의 9명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MBC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23명을 대상으로 4월 29,30일 이틀간 유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했으며 응답률은 12%,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그런데 만일, 이번 회담을 헐뜯는 이들의 주장대로 이후의 일들이 전개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10명 중의 9명이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차후의 남북관계 복원은 쉽지 않을 것이며, 지금보다도 훨씬 더 악화한 상황에서 서로 증오하며 분단의 벽을 더 높게 쌓게 될 것이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남북한 할 것 없이, 분단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주변 강대국은 이 위기의 상황을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취하고자 동분서주할 것이고, 남북한은 모두 그들의 이익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자칫, 남북한 모두 국가로서의 위기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누가 가장 원할까? 한국전쟁으로 단맛을 보았던 경험이 있는 일본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남북정상회담을 평가절하하는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발언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마치 '일본 아베 정권의 대변인'을 보는 듯하다. 자기의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남북정상회담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이들을 보면 도대체 '애국'에는 관심이 눈곱만큼도 없어 보인다. 그리하여 "너희의 애국은 뭐냐?"라고 묻고 싶은 심정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다수가 아니라는 이유로 등한시하고, 사회적인 약자라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는데 익숙했었다. 그게 이 나라 품격의 척도였는데, 지난 11년 동안(이명박, 박근혜 정부) 국가의 품격은 그야말로 곤두박질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가지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일은 미화되었고, 사회적인 불평등은 더욱 심화됐다. 정직하게 일하는 이들이 좌절해야만 했고, 갑질은 일상화되었고, 정치권력은 국민을 뒷전으로 하고 오로지 정쟁에만 몰두했다. 잃어버린 11년, 그리고 그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는 대한민국은 '다른 것'을 제대로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것'을 품는 훈련이 더 절실하게 필요하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므로, 당연히 품어야 할 대상이다.

틀린 것은 품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4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4.27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홍준표 "남북합의 결코 수용못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4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4.27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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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들의 생각은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품을 수가 없고, 그래서 그들의 무책임한 발언이 왜 매국적이며, 이 나라를 망치는 것인지 언론은 밝혀내야 한다. 그들과 짬짜미하며 남북정상회담을 가십화하려는 보수언론의 민낯까지도 건강한 언론들이 나서서 가차 없이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끝내 그들의 생각을 고집한다면, 이 사회에서 퇴출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위장평화 쇼" 운운하더니만,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문에 대해 "김정은이 불러준 대로 받아쓴 선언문"이라고 깎아내렸다. 급기야는 "남북정상회담은 비정상적이며, 남북정상회담 합의가 이루어진 이면에 북한 김정은과 우리 측 주사파들의 숨은 합의가 자리 잡고 있다"고 까지 주장했다. 정말, 누가 비정상인지 할 말을 잃게 한다. 제1야당의 대표라는 이의 입에서 나오는 이런 발언을 보면서, 저런 이들이 정권을 잡았던 지난 11년의 세월이 얼마나 수준 떨어지는 세월이었는지, 촛불혁명으로 새로운 정권을 창출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새삼 절감하게 된다.

이들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비준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발목잡기에 나선 형국이다. 이 중차대한 일들을 진행함에 있어 국민의 대리기관인 국회의 비준을 받고 힘있게 추진하고, 모든 일은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진행함으로 남북관계가 다시는 정쟁에 이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함에도 '어처구니없게도' 절차니 순서니 하면서 반대하고 있다. 그들은 끊임없이 분단상황을 이용해서, 국민의 안보와 안전, 국가안위는 어디로 가든 말든 자신들의 지지표만 확보하면 된다는 입장인 것 같다. 나라야 망하든 말든, 이것이 그들의 속내인 것처럼 느껴지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그들이 끊임없이 남북정상회담을 말 잔치로 깎아내리고, '위장평화 쇼'라 하고,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쓴 것이라 하고, 심지어 합의가 김정은과 청와대 주사파가 만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나는 기꺼이 말 잔치를 축하하고, '위장 평화 쇼'를 기뻐하며, 주사파를 찬양할 것이다. 왜냐하면, 잃어버린 11년 이후, 이렇게 나랏일로 마음 편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들은 다른 것이 아니라 틀렸다. 그 틀림을 바로잡고 국민 앞에 서든지, 아니면 이 나라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조용히 있는 게 그동안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산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도 있고, 앞으로 이 회담을 통해서 어떤 일들을 만들어 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는 있다. 그 다름을 조율해가는 시간은 그리 녹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면 천천히 가더라도 인내를 가지고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렇게 막무가내로 틀린 말을 반복하는 이들은 어떻게야 할까? 틀린 것을 스스로 바로잡지 못한다면, 매를 들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들이 쏟아내는 말들을 보면서 "매를 번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실감하고 있다.

지금부터 힘차게 평화의 나라를 향해서 달려가도 먼 여행길이다. 살아생전에 서울역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기차표를 꼭 사고 싶다.


태그:#남북정상회담, #판문점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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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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