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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의류제조공장 북한노동자들.
▲ 개성공단 개성공단 의류제조공장 북한노동자들.
ⓒ <시사인천 지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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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우리만큼 정상회담 결과를 기대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

전화 통화였지만, 설레는 목소리의 잔잔한 울림이 수화기 너머로 전해졌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 나인모드 옥성석 대표. 옥 대표는 26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개성공단 기업 사장들만큼 결과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관련기사:3년의 기다림, 개성공단 입주기업에도 봄날 오나)

그는 "정말 말로 표현을 못할 정도로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정말로 좋은 결과가 있기를…"이라며 '좋은 결과'라는 말을 반복했다. '좋은 결과'란 회사 생존과도 맞물리는 문제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회사 매출 급감, 정상회담 결과가 회사의 생존 결정

옥 대표의 나인모드는 의류와 섬유 생산 업체다. 주로 대기업의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제품을 생산한다. 지난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전만 해도 연 매출 50억 수준의 잘 나가는 중소기업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폐쇄한 뒤, 회사는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생산 활동을 하지 못하니, 폐쇄 이후 국내 매출은 '0'원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도 10억 원을 밑돌았다. 개성공단이 문을 닫은 뒤, 베트남 등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지만, 썩 여의치 않다.

"예전에도 개성공단이 몇 번 가동이 중단되고 했을 때는, 우리가 슬기롭게 견뎌내면서 피해를 막았어요. 그런데 이번 (개성공단 폐쇄)에는 피해로 치면 기업의 존폐가 갈릴 정도로 손해가 크죠. 공장이 없는데 매출이 일어날 리 있나요. 베트남에서 좀 하고 있지만 쉬운 게 아니죠."

옥 대표가 개성공단에 진출한 것은 지난 2006년이었다. 제조업이 국내에서 경쟁력을 잃은 상황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개성공단으로 갔다. 400명의 북한 노동자를 고용했다. 그런데 사업을 하면서 처음에는 없었던 일종의 '사명감'이 생겼다.

"우리가 사실 남북 경제협력의 선발대였잖아요. 그러니까 돈만 추구해선 안 된다. 북한 근로자들이 우리를 볼 때, 어떤 생각을 갖는지 주시할 거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니까 더 잘해주려고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다른 사람들도 그런 공감대를 형성했고요."

개성공단이 가동되는 동안 옥 대표는 북한 노동자에게 진심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크게 티가 나진 않는 세세한 부분도 챙겼다. 에어컨과 히터 등 작업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기 가동은 원가를 생각하지 않고 가동했다.

"북한 노동자 요구 웬만하면 다 들어줬다, 일종의 사명감"

[오마이포토] 빨간불 켜진 개성공단
 [오마이포토] 빨간불 켜진 개성공단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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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시간에도 북한 노동자 한 명이 "초코파이 하나 더 달라"고 하면, 400명 노동자 모두에게 초코파이를 하나씩 더 돌렸다. 경영 형편이 어려울 때가 있어도 월급은 제 날짜에 지급했다.

"북한노동자들이 뭔가를 요구하면 아끼지 말고 해주라고 했어요.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면 고기, 닭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면 닭고기도 사줬죠. 개성을 간다는 것은 돈을 번다는 것도 있지만, 앞으로도 많은 기업이 투자할 거 아니겠어요? 우리가 선발대 역할을 하는데, 남한 기업과 정신이 훼손돼선 안 된다는 책임감이 있었죠."

그렇게 수 년간을 같이 일하면서 북한 노동자와 정도 많이 들었었다. 처음에 볼 때는 마른 체형의 노동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살이 붙는 모습을 보면서 '자식'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노동자들과의 추억도 허공으로 날아갔다.

"폐쇄됐을 당시만 해도 나름대로 규정에 의거해서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해서 닫지 않았겠느냐고 생각했지만 진상 조사 해보니 모든 절차가 다 무시됐다는 결과가 나왔잖아요.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기업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는 개성공단을 다시 방문할 날만 학수고대하고 있다. 북한이 어느 때보다 진정성 있게 협상에 임하는 것 같다며 협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일 어떤 합의가 나올건가 하는 것인데, 핵실험을 폐쇄하겠다는 북한의 선제적 선언이 있었잖아요. 여러 상황을 놓고 보면 북한이 어느 때보다 진정성 있게 임하는 것 같아요."

옥 대표는 "빨리 협상이 잘 돼서 날짜만 잡히면 바로 (개성공단으로 )가고 싶다"고 조바심을 냈다. 개성공단에 가면 그동안 녹슨 기계 설비나 장비를 점검하고, 내부 청소를 하고, 할 일이 태산이다. 점검을 하고, 정상 가동을 하는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는 설명이다.

옥 대표의 27일 일정은 회사 사무실이 아닌 청와대 앞이다. 개성공단 기업인들과 함께 모여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기로 했다.

"새벽부터 청와대 앞에서 좋은 성과를 바란다는 마음으로 현수막이라도 들고 서있으려고요. 다른 개성공단 기업하는 사람들이랑 같이, 지방에서는 많이 못 오겠지만, 모인 사람들끼리 기도하는 심정으로 하려고 합니다."


태그:#남북정상회담, #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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