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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온라인 강의업체 '에스티유니타스'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던 장민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유가족은 장씨가 숨지기 직전 잦은 야근과 과도한 업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이 때문에 우울증이 악화됐다고 주장합니다. 36살 젊은 장씨에게 '과로 자살'의 그림자가 있었다는 겁니다. 공인단기·스콜레 웹디자이너 과로자살 대책위는 '에스티유니타스 웹디자이너는 왜 힘들어 했는가' 기획 연재를 통해 한 노동자의 사망에 얽혀있는 이면의 문제를 짚어봅니다. [편집자말]
 오래 일하는 나라, 한국
 오래 일하는 나라, 한국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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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해당 국가 중 장시간 일하는 나라로 정평이 나 있다. 일본은 OECD 평균보다도 적게 일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물론 단시간 노동자 비중 등을 고려할 여지가 있지만, 한국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빠져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한국은 산업재해 인정기준에서 '과로사'란 말을 쓰지는 않지만 장시간 노동이 주요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뇌·심혈관계질환을 주로 지칭한다(2016년 421명 산재승인, 승인율 22%). 물론 사업장 내 극도의 정신적 스트레스 요인이 있는 경우 매우 제한적으로 정신질환을 산재로 인정한다. 과거에는 업무상 자살의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경험이 있어야 가능성이 높았지만 현재에는 과거 치료경력이 주요한 변수는 아니다. 그러나 정신질환의 경우 산재 신청자도 매우 적은 편이다(2016년 70명 산재승인, 승인율 41%).

반면 일본에서는 '과로사'(過勞死, Karoshi)라는 개념을 산재 인정기준에서 사용하고 있고 한국과 달리 과로사에 '뇌·심혈관계질환'과 '정신질환'을 나란히 포함하고 있으며 매년 정신질환자의 규모는 뇌·심혈관계질환자 규모의 2배를 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를 통해 볼 때 한국 노동자의 업무상 정신질환이 엄청난 규모로 저평가되어 있다.

드러나지 않은 한국의 과로 자살

 일본의 과로사 현황
 일본의 과로사 현황
ⓒ 모리오카 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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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그래프에서 보여주듯이 일본은 1999년부터 과로로 인한 자살을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연간 100명에 가까운 노동자가 자살로 사망하고 약 1,500명에 이르는 노동자가 정신질환으로 산재 인정을 받는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 노동자들은 일본 노동자들보다 훨씬 많이 일하지만 (공식적으로) 과로로 인한 자살은 연간 15명 수준에 그치고 정신질환 또한 70명 수준에 그쳐 일본의 1/10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한국 노동자들이 과로(여기에는 직장 안에서 겪는 각종 괴롭힘이나 업무성과 압박과 같은 내용도 포함된다)로 인해 숱하게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자료가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펴내고 있는 <한국의 자살 실태 보고서>이다. 여기에서는 경찰 초동수사 결과에서 업무와 관련성을 갖고 있는 자살자의 규모가 연간 약 560명에 이른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산재로 승인받고 있는 규모는 실재를 거의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이다. 이는 한국사회의 문화와 일정한 관련성이 있다.

한국의 문화는 그 어떤 사고나 질병보다도 정신과적인 문제에 특히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그러다 보니 정신과적인 문제를 조직적인 차원에서 보지 않고 개인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매우 강하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정신적인 질병에 대해서는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고 알아도 개인의 캐릭터가 이상해서라고 보는 문화가 지배적이다. 일본을 포함한 그 외 국가들은 그렇지 않다. 선진국에서의 사업장 안전관리 비용 중 가장 많이 소요되는 영역이 직무스트레스 예방관리라는 점을 보아도 한국의 '숨기기' 문화가 더딘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업무상 자살은 더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은 자국의 과로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2014년 '과로사방지법'을 제정하여 전국가적인 차원에서 과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물론 그 속도가 매우 느리지만 연간 예산을 편성하고 학생과 노동자들에게 교육하고 실태조사를 진행하며 매년 의회에서 개선 상황을 점검한다.

특히 기업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과로하는 사회 문화를 바꾸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 및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스스로 목숨을 끊지만 이제 겨우 주당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했을 뿐이다. 이 규제에 적용되지 못하는 수많은 노동자 집단을 여전히 도외시하고 있다.

장시간 업무, 괴롭힘과 성과압박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기업이 노동자에게 내린 부조리한 형벌이다. 결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따라서 업무상 자살은 기업에 의한 살인이다. 개인은 자신의 정신적 고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고 사회는 이런 피해자들의 외침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가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반생명적, 반인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청와대에서는 국민자살률을 임기 중 50%p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제대로 실현하려면 장시간 노동, 업무 압박을 해결할 수 있는 입법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한다.

[에스티유니타스 웹디자이너는 왜 힘들어 했는가]
프롤로그 : '야근 근절' 동생 유언 지키려 1인 시위 나선 언니
① "야근 없는 일터, 제가 동생 유지를 잇겠습니다"
② 출근길, 나는 생각했다 '차에 치였으면 좋겠다'
③ 야근, 과로, 감정노동... 내 우울증은 '회사 탓'이다
④ 유가족이 과로 자살을 '의학적'으로 입증하라고?

직장으로 인한 스트레스,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장시간노동, 과로, 일터괴롭힘 등으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아 도움이 필요하신 분은 과로사예방센터(02-490-2352), 직장갑질119(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직장갑질119' 검색, 페이스북 @gabjil119, gabjil119@gmail.com), 무료노동신고센터(010-9814-8672)로 언제든 연락 주세요.

자살에 관한 충동, 지인이 자살에 관한 암시를 한다면 24시간 운영되는 상담전화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고, 받으실 수 있습니다.

-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 희망의 전화 129
- 생명의 전화 1588-9191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한인임 님은 일과건강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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