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남자배구 월드리그 경기 장면... 2018년부터 '네이션스 리그'로 새롭게 창설돼 오는 5월 첫 대회가 열린다.

2017 남자배구 월드리그 경기 장면... 2018년부터 '네이션스 리그'로 새롭게 창설돼 오는 5월 첫 대회가 열린다. ⓒ 박진철


첫 대회만 출전하고 사라질 수 있다. 한국 남자배구 얘기다. 남자배구는 오는 5월부터 열리는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에서 '잔류'에 사활을 걸어야 할 처지다. 네이션스 리그는 세계 배구 16강이 매년 여러 나라를 돌며 풀리그로 경기를 펼쳐 순위를 가리는 국가대항전이다. 국제배구연맹(FIVB)이 2017년까지 열렸던 월드리드(남자)와 월드그랑프리(여자) 대회를 폐지하고, 그 대신 2018년부터 새롭게 창설한 국제대회다.

2018 네이션스 리그는 여자 배구는 5월 15일부터, 남자배구는 5월 25일부터 시작된다. 세계 강호가 모두 참가하기 때문에 한국 배구의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네이션스 리그의 가장 큰 특징은 16개 참가국이 모두 한 번씩 맞붙는 풀리그를 한다는 점이다. 남녀 모두 '예선 라운드'는 16개국이 4개국씩 4개 조로 나누어 5주 동안 매주 조를 바꿔서 3일 연속 경기를 펼친다. '결선 라운드'는 결선 라운드 주최국과 주최국을 제외한 예선 라운드 상위 5개국까지 총 6개 팀이 오른다. 2018년 결선 라운드 주최국은 남자는 프랑스, 여자는 중국이다.

여자배구 핵심팀-남자배구 도전팀, '엄청난 차이'

네이션스 리그를 앞둔 시점, 한국 남자배구는 여자배구와 처지가 180도 다르다. 여자배구는 당장의 성적에 연연하기보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겨냥해 주전 선수 체력 관리와 장신 유망주 발굴·육성에 중점을 두고 경기를 치를 수 있다. 그러나 남자배구는 내년도 네이션스 리그에서 제외되는 '강등'을 면하는 게 급선무다. 이는 대회 규정 때문이다.

네이션스 리그에 참가하는 16개국 중 12개국은 핵심(core) 팀으로 분류돼 2024년까지 순위와 상관없이 네이션스 리그 참가가 보장된다. 반면 4개국은 도전(challenger) 팀으로 분류된다. 4개국 중 순위가 가장 낮는 국가는 챌린저컵 우승 국가와 별도로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그 승패에 따라 다음 년도 네이션스 리그 잔류 또는 강등이 결정된다.

한국은 여자배구는 핵심 팀으로, 남자배구는 도전 팀으로 분류됐다. 때문에 여자배구 대표팀은 전체 순위에서 최하위를 해도 계속 네이션스 리그 참가가 보장돼 있다. 여자배구 도전 팀은 도미니카, 아르헨티나, 벨기에, 폴란드다.

반면 남자배구는 네이션스 리그에 참가하는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도전 팀으로 분류됐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이란, 중국, 일본은 모두 핵심 팀에 포함됐다. 이들 국가는 전체 순위에서 최하위를 하더라도 강등되지 않는다.

한국은 이들 국가보다 순위가 높아도 다른 3개 도전 팀들보다 낮으면 승강 플레이오프로 내려간다. 도전 팀들은 이처럼 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세계랭킹이 가장 낮기 때문에 딱히 항변하기도 어렵다.

승강 플레이오프도 험난... 도전 팀과 맞대결 승리가 최선

남자배구 도전 팀은 캐나다(세계랭킹 6위), 불가리아(14위), 호주(16위), 한국(21위)이다. 이 4개국 중 전체 순위가 가장 낮은 팀은 챌린저컵 대회(6.20~24) 우승국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여기서 패하게 되면 강등된다. 즉, 내년도 네이션스 리그에 참가할 수 없다. 지난해 월드리그 2그룹 잔류 경쟁 때보다 훨씬 어려운 상대들이다.

문제는 승강 플레오프에서 맞붙게 될 챌린저컵 우승국도 지난해 월드그리에서 1그룹에 속했던 벨기에, 2그룹 우승 팀인 슬로베니아와 준우승 팀인 네덜란드 등 유럽 강호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네이션스 리그 잔류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뜻이다. 또한 한 번 강등이 되면, 다시 네이션스 리그 출전권을 따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결국 한국 남자배구가 네이션스 리그에 잔류하기 위해서는 5월부터 시작하는 예선 라운드에서 도전 팀에 속한 캐나다(5.26), 호주(6.15), 불가리아(6.24)와 맞대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세 팀과 대결에서 최대한 승수를 쌓아야 잔류에 절대적으로 유리해진다.

네이션스 리그 강등되면... 주요 국제대회 참가 '전무' 상태

남자배구는 여자배구와 달리 지난해 세계선수권 대회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했다. 그 여파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남자배구가 세계 강호들과 맞대결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국제대회가 사실상 네이션스 리그만 남았기 때문이다.

네이션스 리그마저 출전하지 못할 경우, 남자배구는 권위 있는 주요 국제대회에 모두 참가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세계랭킹이 더욱 추락하고, 아사아에서도 중위권으로 고착되는 불명예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여자배구가 올림픽, 세계선수권, 월드컵, 네이션스 리그 등 세계랭킹이 부여되는 핵심 국제대회에 모두 출전하는 것과도 극명하게 대비된다. 세계 최고 완성형 공격수인 '김연경 효과'가 큰 비중을 차지하긴 하지만, 여자배구 대표팀은 국제대회 선전으로 대중적 관심도와 인지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인기가 계속 치솟고 있다.

남자배구는 국내에서도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2017-2018시즌 V리그에서 프로 스포츠 흥행 지표인 TV 시청률은 상승했지만, 관중수는 하락했다. 국제대회에서 추락을 거듭할 경우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 V리그 흥행을 위해서도 남자배구와 여자배구가 국제무대에서 동반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남자배구 대표팀이 네이션스 리그를 대하는 자세에 절실함이 필요한 이유이다. 군 병역 문제가 걸렸다고 아시안게임을 먼저 운운할 상황이 아니다. 아시안게임은 세계랭킹 포인트도 주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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