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입식격투기 단체 맥스FC의 13번째 이벤트 '투쟁유희(鬪爭遊戱)'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21일 익산 원광대학교 문화체육관서 열린 이날 대회는 여성부 –56kg 초대 타이틀전, 여성부 –52kg 초대챔피언 김효선의 복귀전, +95kg 헤비급 1차 방어전 등 그 어느 때보다도 묵직한 대진이 많았다.

더불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이름값 하는 파이터들의 명경기가 속출했다. 메인이벤트로 펼쳐진 타이틀 방어전에서 헤비급 챔피언 '백곰' 권장원(21·원주청학)은 기대치에 걸맞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권장원은 나이는 어리지만 성숙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장 191cm 몸무게 131kg의 거구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빠르고 날카로운 킥을 자유롭게 구사한다.

이를 입증하듯 해외 강자를 상대로 멋진 넉 아웃 승을 거뒀다. 이날 권장원과 맞붙은 카를로스 토요타(47·브라질)는 비록 노장이지만 각종 해외 단체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로드 FC무대에서 폭풍같은 펀치 연타를 앞세워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38·218cm)을 격침시키는 등 국내 헤비급 파이터들 사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선보여 왔다.

특유의 거리 싸움과 킥을 앞세워 1라운드를 일방적으로 리드했던 권장원은 2라운드에서 체력이 빠지며 위험한 순간도 연출했다. 하지만 묵직한 로우킥 공격을 통해 토요타에게 데미지를 입혔고 결국 KO승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맥스리그에서 치러진 7개의 매치업은 버릴 게 하나도 없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매경기 명승부가 펼쳐지며 지켜보던 관중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김효선은 비록 아쉽게 패하기는했으나 유혈이 낭자한 가운데서도 특유의 근성은 여전했다는 평가다.

김효선은 비록 아쉽게 패하기는했으나 유혈이 낭자한 가운데서도 특유의 근성은 여전했다는 평가다. ⓒ 맥스FC


피로 물든 치열한 한일전, 초대 챔피언 근성 빛났다

'간호사 파이터'라는 링네임으로 유명한 김효선(40·인천정우관)은 여성부 –52kg 초대 챔피언 출신이다. 재작년 있었던 '챔피언의 밤'(Night of Champions)'대회서 '격투 여동생' 전슬기(25·대구무인관)를 압도적으로 제압하고 벨트를 허리에 감았다.

당시에 보여줬던 물오른 기량으로 인해 전성기가 예상됐던 김효선은 예상치 못한 부상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똑순이' 박성희(24·목포스타)와의 1차 방어전을 앞두고 아킬레스건 파열이라는 악재를 맞았고 오랜 시간 부상치료와 재활에 몰두해야했다.

그 사이 아카리 나카무라(24, 일본SBG)가 박성희를 제압하고 잠정 챔피언에 오른 후 1차방어전까지 치러내며 최강자의 자리는 일본으로 넘어간 상태다. 물론 여전히 가능성은 출중한 박성희를 비롯 체급 최고의 인기파이터 김소율(24·평택엠파이터짐) 등 신진세력이 새롭게 위상을 뽐내고 있으나 김효선의 빈자리는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복귀전을 가진 김효선이었던 만큼 이날 경기에 쏟아졌던 입식격투기 팬들의 관심은 상당했다. 김효선의 복귀전 상대는 타카나시 '너클' 미호(24·일본)였다. 20전 13승 1무 6패(5KO)의 만만치 않은 전적이 말해주듯 미호는 여성스런 외모와 달리 훈련으로 잘 다져진 몸이 인상적이었다. 불혹의 김효선은 아델의 '롤링 인 더 딥(Rolling In The Deep)' 음악에 맞춰서 무대에 입장했다.

공이 울리기 무섭게 미호가 폭풍같은 연타를 쏟아냈다. 김효선은 밀리지 않겠다는 듯 맞불 공격으로 맞섰다. 하지만 정타를 거푸 허용한지라 김효선의 코에서는 삽시간에 출혈이 일어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김효선은 전열을 재정비하고 반격에 나섰다. 거침없이 밀고 들어오는 미호의 공격에 펀치 정타로 맞받고 좋은 타이밍에서 미들킥을 명중시켰다.

2라운드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즐겨 쓰는 두 선수 특유의 인파이팅은 달라지지 않았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격렬하게 치고받으며 혈전을 펼쳤다. 하지만 축적된 데미지는 김효선 쪽이 더 컸다. 코 쪽 출혈에 이어 눈가가 부어올랐고 설상가상으로 커팅까지 생겼다. 당연히 경기력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좀 더 활발하게 움직이며 페이스를 가져가는 쪽은 미호였다. 2라운드에서 다운도 두번이나 빼앗았다. 만신창이가 된 상태임에도 김효선의 투지는 죽지 않았다. 3라운드에서도 탱크 모드로 계속해서 들어갔다. 기합 소리와 함께 적극적으로 바디와 안면을 노렸다. 식지 않는 김효선의 기세에 미호도 질려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결국 승부는 유효타에서 앞선 미호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김효선 입장에서는 초반 너무 정타를 많이 허용한 게 아쉬웠다. 더불어 데미지가 쌓였을 때 돌아가는 요령도 필요했으나 늘 그렇듯 전진압박모드로 일관한 것도 아쉬웠다. 하지만 많은 나이와 오랜만의 복귀전임에도 끝까지 근성을 잃지 않은 투지만큼은 많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장내 아나운서 김범수는 자신의 경기를 직접 소개하는 진기한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장내 아나운서 김범수는 자신의 경기를 직접 소개하는 진기한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 맥스FC


아나운서 김범수, 직접 소개하고 링에 오른 것은 좋았지만…

이날 경기에서 -60kg 경기를 가진 '빈스킴(Vince Kim)' 김범수(28·익산엑스짐)는 색다른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익히 알려진 데로 김범수는 맥스FC 장내 아나운서다. 이날 경기가 있었음에도 김범수는 여전히 장내 아나운서로 무대에 섰다. 심지어 자신이 치르게 될 경기를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진기한 장면이었다.

이날 김범수와 맞붙은 상대는 격투 팬들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을 가진 김동현(19·마산팀스타)이었다. 아직 10대의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맥스리그에서 뛰게 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승행진을 통해 인상적인 경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김범수는 입고 있었던 양복을 벗고 넥타이를 풀면서 입장을 했다. 다소 긴장한 듯 링줄을 뛰어오르다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본인 역시 민망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시작하자마자 양 선수는 격렬하게 부딪혔다. 펀치와 킥이 오가며 동시에 니킥이 들어가는 등 양쪽 모두 난타전을 피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나운서 역할을 겸하느라 몸이 풀리지 않은 탓이었을까. 김범수는 전진스탭을 밟고 들어가다가 김동현의 카운터에 무너지고 말았다. 1라운드 중반 경 첫 다운을 빼앗기더니 연달아 두번을 더 당하며 넉 아웃으로 침몰했다.

첫 다운을 당했을 당시 사이드로 빠지면서 전열을 가다듬어야했으나 데미지를 입은 상태에서 비슷한 페이스로 밀고나가다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장내 아나운서를 겸한 이벤트성 퍼포먼스까지는 좋았으나 결과에서 아쉬움이 남은 한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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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유희(鬪爭遊戱) 타카나시 ‘너클’ 미호 간호사 파이터 아델 롤링 인 더 딥 아나운서 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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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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