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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그룹 노사전략' 문서가 작성된 과정을 보여주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수사보고서.
 'S그룹 노사전략' 문서가 작성된 과정을 보여주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수사보고서.
ⓒ 강병원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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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그룹의 핵심부서와 '싱크탱크'가 노조파괴 공작에 동원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이 삼성전자의 자회사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파괴 문서를 수사 중인 가운데 그룹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014년 11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작성한 'S그룹 노사전략' 문서 수사결과 보고서 일부를 공개했다. 2012년 1월에 작성된 'S그룹 노사전략' 문서는 지난 2013년 10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처음 공개했다. 여기에는 지난 2011년 7월 설립된 삼성지회(에버랜드)를 와해시키기 위한 전략을 비롯해 향후 다른 계열사에서도 노조 설립을 막고 설립 이후에는 '고사'시킨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이에 삼성지회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이 문건의 작성을 지시하고 실행한 혐의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삼성에버랜드 임원 등 35명을 고용노동부와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이를 수사한 당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삼성이 작성한 문서가 아니라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조병학 전무 등 삼성에버랜드 임원 일부의 부당노동행위만 인정하고 삼성그룹의 책임은 전혀 묻지 않았다.

그러나 강병원 의원이 이날 공개한 당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수사보고서에는 삼성의 미래전략실과 삼성인력개발원, 삼성경제연구소 등 삼성그룹의 핵심부서와 연구기관들이 이 문건 작성을 주도했다고 볼 수 있는 정황들이 다수 담겨 있다. 수사보고서를 보면 조아무개  삼성인력개발원 전무(당시는 상무)가 2011년 연말에 있을 CEO세미나의 참고자료가 필요해 삼성경제연구소에 'S그룹 노사전략 문건' 작성을 지시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 전무는 노동청 조사에서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지 않고 본인 생각에 필요할 것 같아서 삼성경제연구소에 바람직한 조직문화 구축 관련 참고자료를 만들어 보도록 지시하였다"라고 진술했다. 마찬가지로 이아무개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도 "(조 전무로부터) 2011년 12월경에 있을 임원 세미나에서 사용할 바람직한 조직문화에 대한 토의용 참고자료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공아무개 과장과 권아무개 과장에게 작성을 지시했다"라고 진술했다.

이 상무는 또 "직원들(공 과장, 권 과장)이 참고자료를 만들면서 에버랜드 사례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려면 구체적인 사건 또는 사례 자료가 필요하다고 해서 당시 에버랜드 인사부장에게 연락해 자료를 받았다"라고 진술했다. 공아무개 과장도 노동청 조사에서 "에버랜드 사례에 대한 평가와 반성, 상생의 노사관계를 유지하는 기업 사례를 추가하라는 지시를 받아 권아무개 과장과 역할을 나눠 3주가량 작업을 진행했다"라고 진술했다.

이렇게 삼성인력개발원과 삼성경제연구소가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작성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진술에도 불구하고, 노동청은 "자료 분량이 방대해 작성을 중단했는데, 그 파일이 유출돼 누군가가 이를 수정했다"는 삼성 측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실제 그런 주장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면 이 파일이 어떻게 유출이 됐고, 실제 작성자는 누구인지 밝히는 과정이 필요했지만, 노동청은 추가 수사를 벌이지 않았다.

이와 함께 해당 문서가 공개된 시점에 삼성 측이 보인 태도도 많은 의구심을 품게 한다. 삼성은 문건 공개 직후 "2011년 말 고위 임원들의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바람직한 조직문화에 대해 토의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주일 정도 지나 내부 확인과정을 거쳐 자신들이 작성한 문서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수사보고서에는 당시 삼성이 태도를 뒤바꾸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나온다.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이 문서를 공개한 JTBC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 문서 작성 여부를 확인했다. 이에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의 윤아무개씨는 곧바로 삼성경제연구소에 작성 여부 확인을 요청했다. 앞서 해당 문서 작성을 지시한 이아무개 상무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작성한 문서가 맞다고 확인했다. 삼성인력개발원의 조 전무가 문건 작성을 지시했지만, 확인과정에서는 미래전략실에서 삼성경제연구원으로 곧바로 연락이 간 것이다.

강병원 의원은 이 같은 상황은 두고 "서울고용청 수사결과 보고서에서 삼성그룹 미전실은 삼성경제연구소가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작성했다는 것을 사전 알고 있었거나 지시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라며 "노조와해 컨트롤타워가 그룹 미래전략실이고 브레인은 삼성경제연구소라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검찰의 수사가 삼성그룹 최고위 임원, 상층부까지 확대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태그:#삼성, #삼성노조, #이건희, #삼성전자서비스, #강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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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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