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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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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미투 운동.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문화계, 예술계 내부의 성폭력을 고발하던 목소리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정치권, 방송계, 대학, 심지어는 수사를 담당해야 할 검찰까지 속속 치부를 드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폭로와 가해자들의 추태가 드러나면서 여전히 곳곳에서 충격과 자성이 이어지고 있다.

미투 운동은 어떻게 귀결될까.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피해자가 고소나 소송 등 법적인 대응을 원하지 않을 경우는 여론을 통해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으로 정리될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사건은 검찰 수사나 재판을 받게 된다. 법원의 심판이 주목될 수밖에 없다.

안태근, 안희정, 이윤택... 수사나 재판 앞두고 있어

실제로 최근 안태근, 안희정, 이윤택, 정봉주 등 유명인들이 줄줄이 검찰 수사나 재판을 앞두고 있다. 법원의 판결이 미투 운동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

최근 주목을 끄는 2개의 판결이 있다. 하나는 동료 검사를 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현직 검사의 1심 판결(서울중앙지법)이고, 다른 하나는 성희롱 사건을 재판하는 법원의 판단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판결이다. 먼저 서울중앙지법 판결부터 살펴보자.

[판결 ① 후배 성추행한 현직 부장검사 사건]

서지현 검사가 지난 1월 29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2010년 안태근 당시 대구고검 차장검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를 한 뒤 검찰조직 문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 직후 검찰은 부랴부랴 대책반을 꾸리고 대응에 나섰다.

그 다음 달이었다. 현직 부장검사가 검찰청사에서 긴급체포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김 아무개 부장검사였다. 그는 동료 여검사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되었다.

그는 작년 부장검사로 근무하던 중 다른 부서에 근무하던 A 검사(여성)가 속한 부서원들과 점심을 먹게 되었다. 그는 후배인 A 검사에게 사적인 만남을 제의했고, A 검사는 몇 차례 거절 끝에 마지못해 식사자리에 응했다. 그는 술에 취한 A씨를 노래방으로 데리고 가 신체접촉을 하고, 키스를 한 혐의(강제추행)로 기소되었다.

그는 자신이 법무연수원 교수로 재직할 때 알게 된 강사 B씨에게도 저녁식사 후 노래방에 서 키스를 한 혐의를 받았다.

"공익대표자인 검사가 성적 자유 침해" 징역형 선고

서울중앙지법은 김 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성폭력치료 강의 40시간의 수강도 명했다.

법원은 "피고인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검사"임에도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피해자들의 성적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특히 "피고인을 믿고 신뢰하였던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하였다"며 "범행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이 크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2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통하여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면서 "피해자들은 더 이상의 엄한 처벌까지는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나타내었다"고 덧붙였다.

[판결 ②-1 대학교수 여성 제자 성희롱 사건 : 1·2심과 형사사건]

대학교수가 여성 제자들을 성희롱했다는 폭로에서 시작된 이 사건은 다소 복잡한 양상을 띤다.

가해자로 지목된 C 교수는 2013년부터 여성 학생들에게 ▲ 뽀뽀해주면 봉사활동 추천서를 만들어주겠다, 어머니를 소개해달라는 등의 발언 ▲ 수업중 질문 하면 뒤에서 안는 듯한 포즈(백허그)로 지도하는 등 신체접촉 시도 ▲ 볼에 뽀뽀하게 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징계사유로 2015년 소속 대학에서 해임처분되었다.

그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대학을 상대로 해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결론은 엇갈렸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이 정도라면 징계사유가 충분히 인정된다며 "해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서울고법)은 "해임까지는 부당하다"고 상반된 판단을 했다. 어떤 근거 때문일까.

성희롱 지목 교수, "해임 정당"-"부당하다" 상반된 판결
 
서울고법은 백허그나 볼에 뽀뽀를 했다는 점 등은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전제하면서 "다만 C교수가 손 위로 마우스를 잡거나 어깨동무 하는 등 여학생들을 상대로 불필요한 신체적 접촉을 하였던 것은 부적절하나,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에 이른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고법은 또한 C교수가 ▲ 평소 수업 시 학생 좌석에서 1:1방식으로 지도하는 적극적인 교수방법을 사용했고 ▲ 여학생들과 격의없고 친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주 농담, 가족 이야기, 연애상담을 하는데 극히 일부 발언만을 문제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은 피해자들의 태도를 문제삼기도 했다. ▲ 신체접촉이 불편했다면서도 수차례 자발적으로 C교수의 도움을 청하거나 계속 수강했다는 점 ▲ 한 학생이 자신의 피해사실에 대해서는 조사를 거부하면서 다른 피해자 사건에서는 증인으로 출석, 자유롭게 진술한 점을 들어 이것이 "성희롱 내지 성추행 피해자로서의 대응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판시했다.

서울고법은 설령 징계사유가 인정되더라도 "해임처분은 지나치게 무거워 부당하다"는 입장이었다. 서울고법은 "수시로 학생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고 농담을 하며 친밀하게 지낸던 중에 고의 없이 이루어진 일이고 여학생들로서도 당시에는 별다른 문제점을 느끼지 못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면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후에 한 여학생의 문제제기로 신고하게 된 것"이라며 해임취소 판결을 선고했다.

형사재판 "부적절한 접촉이나 성추행 확신 부족" 무죄

그 사이 형사재판에서도 C씨는 무죄가 확정되었다. 그는 성폭력특별법상 업무상 위력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범죄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다소 부적절한 신체적 접촉을 하였을 가능성을 온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우나, 적극적인 추행행위를 하였다고 확신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고 판시했다. 성희롱이 발생할 여지는 남기면서도, 형사처벌 대상인 성추행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판결 ②-2 대학교수 여성 제자 성희롱 사건 : 대법원]

행정소송은 결국 대법원까지 올라갔다. 12일 대법원은 징계취소 판결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내려보냈다. 대법원 판결은 2심 판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대법원은 C씨의 무죄 판결에 대해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가 선고되었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의 존재를 부정할 것은 아니다"고 전제했다.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형사재판과 민사·행정재판은 증명의 정도나 원리가 다르다는 것이다.

'성인지 감수성' 강조한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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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재판에서 법원은 성인지 감수성 견지해야"

대법원은 성희롱 소송 재판에서 법원이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희롱 사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부정적 여론, 불이익, 정신적 피해 등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유념하라는 경고다.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법원은 이런 고려를 하지 않고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진술에 소극적이었다거나 일정 시간이 경과한 후에 문제제기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 진술을 가볍게 배척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고법이 C씨의 적극적인 교수방법이나 성희롱 이후에 피해자들의 수업수강 사실을 성희롱 부정의 근거로 삼은 것에 대해 "자칫 법원이 성희롱 피해자들이 처한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은연중에 가해자 중심적인 사고와 인식을 토대로 평가를 내렸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2차 피해, 가해자 중심사고 작동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대법원은 "우리 사회 전체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라 피해자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성희롱 여부를 판단하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정리하자면, 대법원은 성희롱 재판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견지하여 2차 피해가 발생하거나 가해자 중심적인 사고가 작동하지 않도록 피해자를 살피라고 당부한 셈이다.

사건은 다시 고법으로 돌아가게 됐다.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한 대법원 판결은 유사한 사건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진행될 미투 관련 재판에서 법원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법원의 판결이 미투 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성희롱과 성추행, 어떻게 다르나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상급자가 이성 하급자에게 안마를 강요하거나, 직장동료끼리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음란한 농담을 하거나, 음란한 영상이나 사진을 보여주는 행위 등은 성희롱에 해당한다.

성희롱은 일반적인 경우 징계, 손해배상 등의 불이익이 따르지만 심한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성추행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하는 것을 말한다. 형법에서는 강제추행이라고 한다. 여기서 추행이란 성욕을 만족시키거나 성욕을 자극하기 위하여 상대방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직접적인 성행위가 수반되는 강간과 구분된다.

예를 들어 가슴, 허리 등 신체의 일부를 만지거나 키스를 하는 행위 등은 성추행이 된다.




태그:#미투, #성인지감수성, #법원,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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