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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미투운동 연속 토론회 <도대체 법제도는 어디에?>가 열렸다. 차혜령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12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미투운동 연속 토론회 <도대체 법제도는 어디에?>가 열렸다. 차혜령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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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내에서 권한이 있는 중년 남성이 사회 초년생 여성을 로맨스 대상으로 생각하고, '사적 만남'을 요구하는 것이 '권력형 성폭력'의 중요한 이슈라는 지적이 나왔다.

권수현 연세대학교 강사는 12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주최의 미투운동 연속 토론회 2차 '도대체 법제도는 어디에'를 통해 자신이 공공기관 고충심의위원으로서 자문, 심리, 조사를 맡으며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조직 내 성폭력 양태와 2차 피해 문제에 대해 진단했다.

권 강사는 이 자리에서 '조직 내 구제시스템은 왜 작동하지 않는가'는 주제로 발표했다. 먼저 조직 내에서 문제가 됐던 '주요 성적 언동'을 ▲ 과도한 신체접촉 ▲ 외모에 대한 언급  ▲ 사적 만남 요구 ▲ 사생활 캐묻기 등으로 진단하며 특히 '사적 만남 요구' 부문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 초년생이 들어오면 로맨스 대상으로 언급이 되며, '아저씨 문화' 안에서 사적 만남이 부추겨진다"며 "고용이나 승진 등 인사에 관련해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분들이 이런 행동을 하면 여성들에게는 치명적인데, 본인들은 로맨스로 생각한다. 40~50대 유부남들의 사적 만남 요구가 신입사원들의 조직 부적응을 초래하는 핵심적인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권 강사는 "세대 간 성희롱에 대한 인식 차가 크다"며 성희롱은 주로 40~50대 남성이 20~30대 여성에게 가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2015년 여성가족부의 성희롱실태조사를 보면 가해자는 40대 이상 (73.8%)이 압도적이었고, 피해자는 20~30대가 평균보다 피해자 비율이 높았다.

최근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는 '2차 피해' 문제도 언급됐다. 권 강사는 "사건이 신고가 되면 누가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신상털기가 시작된다. 그러면 가해자 측에서 먼저 이야기를 꺼내고 그 시나리오대로 소문이 퍼진다"며 "이어 조사가 되고 심의가 되면 조직이 술렁이면서 피해자의 행위에 '잘했다', '잘못했다' 등의 평가가 이뤄진다"면서 2차 피해가 일어나는 과정을 설명했다. 더불어 "그 사람 외모가 성희롱 당할 외모는 아니잖아" 등의 전형적인 2차 피해도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2차 피해를 입힌 가해자는 조직에서 '경고'만 받아도 화를 내고, 이들이 가해자와 연대하는 과정이 이뤄지면서 2차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사실상 구성원으로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지적했다.

권 강사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성적 접근을 하며 1차 피해보다 더 심각한 2차 피해를 일으키는 '한샘' 사건과 유사한 사례도 많다고 언급했다.

그는 "직무상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사람이나 관리직, 혹은 보호자를 자처하는 남성들이 성희롱을 경험한 피해자임을 인지하게 됐을 때 심각한 성적 접근을 한다"며 "(피해자를) 모든 사람들이 건드려도 되는 사람처럼 인식하는 게 아닐까. 상대적으로 잘 안 다뤄졌지만 피해자의 서사를 통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일들이므로 이 부분에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폭력 사건이 알려지면, 성폭력 가해자를 중심으로 '억울한 마음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굉장한 결속력을 가지고 집결하며 '유기체'처럼 움직인다고 권 강사는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조직 내 평판이 나빠진 피해자를 어떤 곳에도 쓰지 않는 전형적인 양상이 일어난다는 것.

권 강사는 마지막으로 "조직이 피해자 입장과 요구사항을 절대화시키고 유일한 참조지점으로 하다 보니, 조직이 해야 할 고민을 누락시킨다. 이것인 피해자를 학대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처리하고 아픈 사람에게 총대 메게 하는 방식이다"라고 비판하며 조직이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떤 후속 조치를 할지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엘림 방통대 법학과 교수가 '대학 성희롱, 성폭력'의 실태와 대처방안에 대해 발표했고,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권력형 성폭력'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법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차혜령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가 법원 판결을 검토해 '구성요건 해석 문제'를 지적했고, 4명의 패널 발표 뒤에는 각계의 전문가들이 모여 자유토론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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