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에 대한 열망이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는 활동량으로 드러났고, 높은 집중력이 0-1로 끌려가던 경기를 2-1로 뒤집었다. 개막 6경기 만에 첫 승리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FC 서울이 11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1' 6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맞대결에서 2-1로 승리했다. 서울은 지지부진한 시즌 준비를 반복했고, 색채를 잃어버린 경기력에 따른 비판에 시달렸지만 첫 승리를 기록하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11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1’ 6라운드 FC 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서울 안델손(왼쪽)과 신진호(오른쪽)가 프리킥을 준비하고 있다.

11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1’ 6라운드 FC 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서울 안델손(왼쪽)과 신진호(오른쪽)가 프리킥을 준비하고 있다. ⓒ 이근승


'딱 하나' 달랐던 서울

깜짝 카드나 전술, 전략은 없었다. 경기 초반 흐름은 '오늘도 역시나'를 떠올렸다. 서울은 전반 8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다. 코너 채프만의 패스가 레오가말류의 뒷발을 거쳐 뒷공간을 허문 김승대에게 향했다. 김승대는 놀라운 순간 스피드를 자랑하며 양한빈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잡았고, 침착한 마무리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그러나 서울은 딱 하나, 이전과 다른 점이 있었다. 그라운드에 나선 선수들의 간절한 승리 의지였다. 이른 시간 실점을 내준 원인도 있었지만, 서울의 전형은 지난 8일 수원 삼성전과 달랐다. '슈퍼매치'에서처럼 '패하지 않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니었다.

서울은 전방에 포진한 에반드로와 안델손을 중심으로 강한 압박을 시도했다. 신진호를 중심으로 한 미드필더진도 공수 양면에서 남다른 활동량을 보였다. 순간적인 문전 침투, 슈팅, 압박, 협력 수비 등 활동 폭이 매우 넓었다. 타점 높은 헤더가 장기인 중앙 수비수 곽태휘와 황현수는 코너킥과 같은 세트피스를 활용해 득점을 노렸다.

수비에만 집중하던 지난 경기와는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가 공격적인 모습으로 드러났다. 정현철의 멋진 시저스 킥이 포항 골문을 위협했고, 신진호의 날카로운 패스가 안델손과 에반드로를 향했다. 

전반 31분, 마침내 동점골이 터졌다. 안델손이 전방 압박을 통해 김광석의 볼을 빼앗아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수비와 몸싸움을 이겨낸 고요한이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고요한은 내친김에 역전골까지 터뜨렸다. 후반 18분, 안델손의 측면 크로스가 포항 골대 앞 혼전 상황을 야기했고, 볼을 잡아낸 고요한이 침착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11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1’ 6라운드 FC 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역전골을 터뜨린 고요한이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11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1’ 6라운드 FC 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역전골을 터뜨린 고요한이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 이근승


팀을 구해낸 '영웅' 고요한

고요한은 절체절명 위기 상황에 빠진 팀을 구해낸 영웅이었다. 측면 공격수로 경기를 시작했지만, 한 자리에 머물지 않았다. 측면 수비수와 공격수,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웠다. 수비 시에는 누구보다 강하게 압박했고 거친 몸싸움을 벌이며 포항의 전진을 늦췄다. 측면과 중앙을 오가면서 중원 싸움에도 쉴 새 없이 가담했다.

전방에서는 간결한 패스와 저돌적인 드리블, 기습적인 침투를 시도하며 기회를 노렸다. 첫 득점 장면에서는 투지도 엿볼 수 있었다. 안델손의 크로스 타이밍에 딱 맞춘 침투, 반드시 슈팅으로 연결하겠다는 강한 의지, 수비수의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끝끝내 골망을 가른 높은 집중력이 돋보였다. 두 번째 득점 장면에서는 K리그 정상급 선수다운 침착함도 자랑했다.

고요한이 단순히 한 자리에 머물고 크로스를 올리는 데만 집중했다면 서울의 올 시즌 첫 승리는 미뤄질 수도 있었다. 지난 슈퍼매치처럼 수비에만 머물렀어도 마찬가지다. 그는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였다. 다재다능한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서울의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첫 승리의 주역이자 서울의 영웅이었다.

    11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1’ 6라운드 FC 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서울의 전방을 책임진 안델손(왼쪽)과 에반드로(오른쪽).

11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1’ 6라운드 FC 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서울의 전방을 책임진 안델손(왼쪽)과 에반드로(오른쪽). ⓒ 이근승


데얀-아드리아노-데얀-?

승리는 챙겼지만, 고민은 여전했다. 전방에 포진하는 에반드로와 안델손은 스피드가 빼어나다. 압박해 들어오는 속도, 측면에서 툭 치고 나아가는 빠르기가 보통이 아니다. 2016시즌 전북 현대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앞장섰던 레오나르도가 떠오를 정도다. 그러나 마무리 능력이 아쉽다.

현재 서울에 가장 필요한 것은 결정력이 확실한 공격수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3년까지 서울의 전방을 책임진 데얀, 2016시즌 서울 유니폼을 입고 K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수립한 아드리아노, 한국 나이로 37세였지만 19골을 몰아친 노장 데얀까지. 서울에는 결정력이 확실한 외국인 공격수가 존재했다.

지금은 없다. 안델손은 날카로운 크로스로 고요한의 멀티골에 모두 관여했지만, 본인이 직접 시도한 슈팅의 정확도는 매우 떨어졌다. 올 시즌 6경기에서도 득점은 없고 도움만 2개 기록 중이다. 서울의 최전방을 책임지는 에반드로도 4경기 1골에 그치고 있다. 부상으로 인해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렸단 점을 고려해도 아쉬운 기록이다.

하지만, 서울이 급작스럽게 지갑을 열 가능성은 매우 낮다. 현 전력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 박주영이 있지만, 어느덧 34세(한국 나이)가 됐고 몸은 정상이 아니다. 잦은 부상으로 경기 출전이 불규칙하다. 답은 안델손과 에반드로뿐이다. '이적생' 안델손과 에반드로가 팀 적응 속도를 높이고 해결사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

서울은 국내 선수는 완전히 내려서고, 전방은 안델손과 에반드로의 개인 능력에 맡기는 한심한 전략을 반복해선 안 된다. 이는 개인과 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질 않는다. 뒷공간을 순식간에 허무는 스피드를 최대한 활용하고, 결정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세밀한 공격 전술이 필요하다.

이날처럼 수비 라인을 높은 위치까지 올리고, 전방과 중원 사이 간격을 좁게 가져가는 시간이 늘어나야 한다. 신진호의 도전적인 패스가 많아져야 하고, 고요한과 정현철의 풍부한 활동량이 좁은 공간에서의 수적 우위 상황을 만들어줘야 한다. 때론 에반드로와 안델손에 쏠린 시선을 나누고 역이용하면서 상대 골문을 두드려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공격 시도가 늘어나야 에반드로와 안델손의 득점이 터질 수 있다. 이것이 빠른 적응과 자신감 상승, 팀의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첫 승리를 신고했지만 만족보다는 보완해야 할 부분이 더 많았다. 포항은 전반과 후반 각각 한 차례씩 골대를 때렸고, 득점이 VAR(비디오 판독 시스템)에 따라 취소되는 등 불운이 있었다. 서울이 이전보다 좋은 경기력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운이 상당 부분 작용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서울은 갈 길이 멀고 보완해야 할 점이 산더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FC 서울VS포항 스틸러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